[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같은 집안 사이라도 남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질투심이 생길 수 있다는 속담이다. 더군다나 우리 집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라면, 이런 감정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현재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의 상황이 속담과 딱 맞아떨어진다.

한동안 잠잠하던 집안싸움에 다시금 불이 당겨졌다. 연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며 판매량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그랜저의 동급 경쟁 차종인 K7의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식변경에 대해서 아무런 예고나 조짐이 없었기 때문에, 기아자동차가 뜬금없이 선보인 K7 연식변경 모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K7의 연식변경 모델은 어떻게 출시되었을지, 그랜저와 비견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자세히 알아보자.

그랜저는 지난 30년 동안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지난 11월, 30년 동안 고급형 세단의 이미지를 쌓아온 그랜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시장에 출시되었다. 기존의 중후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동시에 디자인 개선을 통해 젊은 층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그랜저는 출시 이후 연일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 1위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준대형 시장에서 그랜저와 비견할만한 모델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전까지는 쉐보레의 임팔라, 르노 삼성의 SM7 같은 준대형 세단 모델이 그랜저와 경쟁해왔지만, 현재는 저조한 수요로 단종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인지라 그랜저를 두고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대안이 없는 차”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랜저의 동급 경쟁 차종은
K7밖에 없는 상황이다
준대형 시장에서 공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그랜저와 그나마 겨뤄볼 수 있을만한 차종이 바로 같은 집안인 기아자동차의 K7이다. 같은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프리미엄 모델 제네시스를 제외한다면, 바로 그랜저를 뒤따르고 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K7은 그랜저에 비해 인지도나 디자인,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그랜저의 총 판매 대수는 112,535대이다. 판매량 10만 대를 넘기며 준대형 세단 시장을 넘어서 국산차 전체 1위의 자리를 차지한 그랜저의 시장 점유율은 9.4%에 달할 정도이다. 하지만 K7의 판매량은 33,952대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의 전체 판매량 순위는 12위에 불과하다. 준대형 시장에선 바로 그랜저의 다음에 위치해있지만, 전체 판매량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애매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K7이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했다. 지난 10월 12일, 연식변경 모델 “2021 K7”을 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아무 조짐도, 예고도 없이 연식 변경을 실시한 K7에는 단순 성능 개선뿐만 아니라 디자인 변화까지 적용되었다.

일각에서는 올해 10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그랜저의 인기를 견제하기 위해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연식 변경을 통해 K7에 어떤 개선이 이뤄졌는지, 그랜저와 비견될 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라디에이터 그릴 패턴이
새롭게 변화되었다
이번 2021 K7의 가장 큰 디자인 변화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패턴 변화이다. 항공기의 날개를 형상화한 패턴이 라디에이터 그릴에 반복적으로 새겨졌으며, 이륙하는 비행기를 상징하는 커스텀 그릴의 이미지를 통해 차량 외관 디자인에 속도감을 더했다.

한편,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 변화를 거친 그랜저의 특징적인 디자인 포인트가 파나메트릭 쥬얼 패턴이 적용된 그릴 패턴이었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동급 경쟁 라인인 K7의 그릴 패턴 변화가 어느 정도 그랜저를 견제하기 위한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그 밖에 스틸 그레이, 인터스텔라 그레이 등 2종의 색상을 추가하여 소비자의 선택지를 더했다.

주행, 편의 기능을 추가하여
상품성을 개선했다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이뤄졌다. 먼저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전 종에 기본적으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와 전자식 변속 레버(SBW)를 적용하여 기술적인 경쟁력을 높였다. 추가로 패들 쉬프트, 고성능 공기 청정 필터도 전 모델에 적용하여 상품성을 개선하였다.

음성 인식 명령 시스템을 이용한 차량 제어의 범위도 확대되었다. 음성을 통해 차량 도어 창문을 조작할 수 있고, 시트와 스티어링 휠의 열선과 통풍 기능을 끄고 킬 수도 있다. 그밖에 뒷좌석에 엔터테인먼트를 장착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된다.

주행 보조 기능에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전방 충돌 방지 시스템에 교차로 대향차 기능을 더한 것이다. 교차로 대향차 기능은 교차로에서 좌회전 진행 시에 측면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인식하여 자동으로 제동을 걸어주는 기능으로 교차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접촉 사고를 예방한다.

연식 변경이 이뤄진 2021 K7의 가격은 3,244만 원에서부터 시작하며, 2.5 가솔린 모델은 프레스티지 3,244만 원에서 X 에디션 3,524만 원까지, 3.0 가솔린 모델은 노블레스 3,613만 원에서 시그니처 4,032만 원까지의 가격대를 형성한다.

연식변경과 페이스리프트,
그럼에도 경쟁력은 존재한다
한편, K7의 연식 변경 모델이 그랜저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현재 기록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그랜저는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모델인 반면, K7은 연식 변경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K7의 연식 변경 모델을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신형 그랜저의 차량 결함 문제가 꾸준히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2.5 스마트 스트림 엔진에서 발생하는 엔진오일 증발 문제는 그랜저의 대표적인 결함이며, 최근에는 HUD 옵션을 적용하지 않은 차량의 대시보드가 주저앉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신형 그랜저의 경우 2.5 가솔린 모델이 3,249만 원에서 4,108만 원까지, 3.3 가솔린 모델이 3,578만 원에서 4,349만 원까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모델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K7에 비해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비싸기 때문에 가격적인 측면에서의 경쟁력은 K7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30년간 쌓아온 인지도의 차이, 그리고 연식 변경 모델과 페이스리프트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K7의 변화된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중·장년층과 젊은 세대를 동시에 만족시킨 그랜저의 디자인을 꺾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