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자동차의 판매량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일까? 아니, 질문을 바꿔서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탈것이라는 속성에 걸맞게 주행 성능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자는 연비나 자동차세 감면 여부 등의 경제적인 조건을 우선으로 꼽기도 한다.

그런데, 기존의 판도를 뒤엎고 “제쳐놓고 자동차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일이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형 세단 시장에서 공고한 1위를 지키고 있던 국민차 쏘나타를 신형 3세대 K5가 꺾어버린 것이다. 쏘나타를 제치고 1위의 자리에 올라선 K5를 두고 사람들이 왜 “자동차는 디자인”이란 말을 하게 되었는지,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자.

국내 자동차 시장의 1위, 그랜저

“기아차는 현대차에게 안된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70%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순수 점유율만 따지면 적수가 없을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안에서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꾸준히 경쟁하고 있다. 이런 내부 경쟁 구도 속에서 기아자동차는 항상 현대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준대형 세단 라인에서 적수가 없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는 그랜저의 경우 올해만 11만 2,535대라는 성공적인 판매량으로 준대형 시장에서 45.7%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기아자동차의 동급 경쟁 라인인 K7의 경우 올해 10월까지의 판매량은 3만 3,952대, 점유율은 13.8%로 그랜저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보였다.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의 1위, G90

준중형 세단 라인에서도 이런 양상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풀체인지를 통해 지난 “삼각떼”의 오명을 벗고 5만 4천 대라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현대 아반떼의 시장 점유율은 55%에 달한다. 하지만 기아자동차 K3의 올해 판매량은 1만 8천 대, 점유율은 18.4%로 아반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인다.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의 주 무대, 대형 세단 라인에서도 동일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G90은 올해 7천 대가량의 판매량으로 33.5%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지만, 동급 경쟁 라인 K9은 판매량 6천 대를 기록하며 18.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차이폭이 좁긴 하지만, 현대차에 비해 열세를 띠는 모습은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다.

미니밴 시장에서의 카니발 정도를 제외하면 기아자동차의 어떤 차량도 동급 경쟁 라인에서 현대차를 이기지 못했다. 이는 작년까지의 중형차 세단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올해, “기아차는 현대차에게 안 된다”라는 기존의 인식을 뒤엎는 일이 중형차 시장에서 발생했다.

중형 시장에서 기존의 인식을
뒤엎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기아자동차의 K5는 중형차 시장에서 꾸준히 1,2위를 다투며 집안싸움을 벌여온 차량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쏘나타는 국민 자동차라는 명성에 걸맞게 K5를 훨씬 웃도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중형차 시장을 장악해왔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쏘나타는 약 6만 5천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24%에 달했다. 반면, K5는 3만 2천 대 정도의 판매량을 보이며 쏘나타의 절반에 못 미치는 11.9%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K5의 풀체인지가 진행되면서 두 차종의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올해 10월까지 K5 판매량은 6만 2천 대로 점유율은 38.7%에 달했다. 반면 쏘나타의 판매량은 3만 7천 대에 그쳤으며 점유율도 거의 K5의 절반 정도인 20.3%에 불과했다.

이처럼 K5가 중형차 시장에서 쏘나타의 판매량을 추월하는 현상은 지난 2010년 6월, 1세대 K5가 처음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10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현상을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역시 자동차는 디자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옵션 사양, 가격 차이는 동일”,
승패를 가른 것은 디자인이었다
쏘나타 센슈어스 3세대와 신형 3세대 K5는 9개월의 차이를 두고 시장에 출시되었다. 출시일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두 차량은 모두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신형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되었으며, 옵션 사양이나 가격 차이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과 판이한 양상을 보이는 판매량 역전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입을 모아 “디자인 차이”를 원인으로 꼽았다. 두 모델의 차이는 디자인뿐이었기 때문이다.

쏘나타 센슈어스 3세대는 풀체인지를 통해 기존 쏘나타가 갖고 있던 패밀리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스포티한 요소를 적용하여 젊은 층의 수요를 이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디자인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으며, 스포티함을 강조한 타 차종에 비해 눈에 띄는 장점이나 개성도 없어 시장에서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쏘나타는 판매량 저조로 국민차의 위상을 그랜저에게 빼앗겼으며, 중형차 시장의 선두 자리도 K5에게 내주게 되었다.

스포티함에 트렌드를 더해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면, 작년 12월에 풀체인지를 진행한 3세대 K5의 경우 쏘나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쏘나타가 물메기 같은 디자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반면, K5는 디자인 호평이 이어지며 젊은 층의 수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스포티함을 디자인 포인트로 상정한 것은 쏘나타와 동일했지만, K5의 경우 젊은 층의 트렌드에 맞게 조금 더 과감한 디자인 변신을 시도했다.

헤드라이트에 적용된 Z자의 포인트 라인은 자동차의 기계적인 특성을 강조하며 날렵한 인상과 스포티함이라는 속성을 동시에 부여했다. 또한 헤드 램프에서 이어지는 다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과 날렵한 전면부는 미국의 머슬카를 연상시키는 인상을 완성했다. 후면부엔 심장 박동을 형상화한 일직선의 리어 램프 디자인이 적용되어 역동성을 더했으며, 전체적으로 날렵한 패스트백 디자인을 사용하여 차체의 속도감을 더했다.

주요 타깃층의 경제 수준에
적합한 가격대를 형성한다
K5의 높은 판매량에는 주 타깃층의 경제 수준에 맞게 책정된 가격도 영향을 미쳤다. 최소 2,435만 원부터 시작되는 K5의 가격은 60개월 할부 진행 시 월 36만 원의 분납이 가능하며 보험료와 유류비를 합칠 경우 50만 원 정도의 유지비로 차량을 운용할 수 있어 사회 초년생에게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물론 쏘나타도 K5와 동일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쏘나타의 가격대가 판매량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없었던 것은 풀체인지를 진행한 쏘나타 센슈어스의 디자인이 기본적으로 타깃층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트랜디한 디자인이 선행되었을 때, 비로소 K5의 합리적인 가격대가 판매량을 촉진시키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쏘나타 N라인

동일 제원, 동일 사양 조건에서 벌어진 K5와 쏘나타의 경합에서 기존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쏘나타가 K5에게 판매량 1위의 자리를 빼앗긴 현상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파워트레인 성능이나 유지비, 편의 기능 등이 물론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자동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주지시킨 것이다.

한편, 쏘나타는 고성능 N 라인을 출시하며 잃어버린 국민차로서의 위상과 중형 자동차 1위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차종 라인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서로의 자극제 역할을 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나은 품질과 디자인의 차량을 시장에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