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기 위해 서로 겨루는 맞수”. 라이벌의 사전적인 정의다. 딱딱한 정의와는 달리, ‘라이벌’이란 개념은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대학교에서도 매해 서로의 앞 글자를 딴 라이벌 전을 벌이고, 흔히 즐겨 보는 만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주인공과 그의 라이벌이 등장한다.

최근 이 라이벌 의식이 자동차 시장에서도 상당히 짙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관습적으로 공식 자리에서 경쟁 모델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요즘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한 모델을 콕 찍어 ‘경쟁 모델’이라 칭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오늘은 그중에서 현대차와 독일차의 경쟁 관계에 대해 찬찬히 알아보고자 한다.

“너! 나와!”
전략적인 마케팅 수법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신차 출시 행사에서 경쟁사의 모델 이름을 노출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요새는 직접적으로 경쟁사의 모델을 언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제로 기아차는 올 뉴 모닝을 출시할 때, 경쟁 모델로 한국 GM의 스파크를 꼭 짚어서 지목한 전례가 있다. 그리고 얼마 후 한국 GM은 올 뉴 크루즈를 출시하면서 현대차의 아반떼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상위 차급 모델을 거론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해당 차량이 상위 차급을 이길 만한 매력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며 더 이상 고전적인 마케팅 방식이 통하지 않자, 조금 더 적극적이고 자극적인 마케팅 방식을 차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안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훨씬 낫지”
소비자들 입장도 한번 생각해보자. 흔히들 국산 대형 SUV에 ‘대안이 없다’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수입차와의 가격 차이 때문이다. 가격을 비교할 만한 차량이 전무하니 어쩔 수 없이 국산 대형 SUV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제네시스의 차량을 보면 디자인도 사양도 수입차와 견줄 만하게 발전했고, 프리미엄 브랜드이다 보니 가격대도 수입차와 비슷해졌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직접 제네시스 차와 수입차를 비교하기 하기 시작했다. 가격대가 비슷해진 건 슬픈 일이지만, 비교할 대상이 있다는 건 결국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이니, 긍정적인 면도 있다.

플래그십 세단
G90 VS S클래스 VS 7시리즈
제네시스 G90은 BMW 7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등 업계 최고의 고급 세단과 경쟁하는 모델이다. 사실 7시리즈는 플래그십 세단에서 온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델이다. 숙명의 라이벌인 벤츠에게 항상 밀리며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곤 한다. 실제로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국에서만 S 클래스를 6,882대나 팔았다. 이에 반해, BMW는 7시리즈를 1,953대만 판매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여기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다. 사실 동급 최다 판매를 기록한 건 제네시스 G90이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가격이다. G90의 판매가는 대개 1억 원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주력 모델의 가격이 1억 5,000만 원 전후로 형성된 7시리즈, S클래스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월등했다. 두 번째는 법인 차량으로 등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회사의 간부들이 G90을 법인차로 선택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준대형 세단
G80 VS E클래스 VS 5시리즈
3세대 G80의 판매 가격은 2.5 가솔린 터보 기준 5,247만 원, 3.5 터보 5,907만 원부터 시작한다. 주력 모델인 2.5 가솔린 터보를 기준으로 사륜구동과 각종 디자인 및 편의 사양을 모두 선택한 풀옵션 모델의 경우, 약 7,600만 원대부터 구입이 가능하다. 경쟁 모델인 벤츠 E300 4Matic은 8,390만 원, BMW 530i xDrive는 7,470만 원부터 8,030만 원까지 가격 책정이 이뤄졌다.

G80은 경쟁 모델들이 모두 2.0리터 배기량을 탑재한 것에 반해, 2.5리터 엔진을 탑재하며 출력과 최대 토크 부분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가격은 옵션 선택에 따라 저렴할 수도 더 비쌀 수도 있지만, 차체 크기는 길이 4,995mm, 너비 1,925mm, 높이 1,465mm, 휠베이스 3,010mm로 다른 두 브랜드의 모델보다 더 넓고 긴 차체를 자랑한다.

중형 세단
G70 VS 3시리즈 VS C클래스
2017년 출시된 G70의 첫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G70’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 등과 경쟁한다. 대부분 4기통 2.0 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동급 수입차들과는 달리, G70은 6기통 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산차만의 풍부한 편의 장비 역시 제네시스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이다. 더불어 카레이서처럼 역동적인 주행을 할 수 있도록 차량 스스로 변속제어를 최적화해주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도 새롭게 적용돼 화제다.

G70과 3시리즈 그리고 C클래스는 GV70이 2017년에 출시된 이후로 줄곧 경쟁을 해왔다. 당시 일부 소비자들은 “독일차 업체들의 할인 판매가 심해 예전처럼 브랜드 가치를 별로 느끼지 못하겠다”라며 제네시스로 차를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한 편으론 옵션을 넣으면 수입차와 가격이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브랜드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수입차를 선택하기도 한다.

SUV
GV80 VS X5 VS GLE
GV80은 출시 이후 일주일 만에 2만 2,000대 계약이 이뤄지는 등 놀라운 판매량을 보여줬다. GV80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예비 차주들은 수입산 프리미엄 SUV 강자들과 비교에 나섰다. 가격, 디자인, 성능 등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하며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철학에 맞는 차량을 찾아 나선 것이다. 주로 언급되는 경쟁 모델은 BMW X5와 벤츠 GLE였다.

GV80, GLE, X5의 크기는 상당히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 거주성은 휠베이스가 길수록 유리하니, 휠베이스를 비교해 보자. GLE가 2,995㎜로 가장 길고 X5는 2,975mm, GV80은 2,955㎜로 GLE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다. 이중 가장 뛰어난 동력성능을 자랑한 모델은 의외로 GV80이다.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한 직렬 6기통 3.0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78마력, 최고토크 60.0kg.m으로 제원 상 가장 인상적인 수치를 선보였다. 특히 출력이 동급 모델 사이에서 가장 높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국산차가 수입차와 비슷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날이 오다니, 게다가 종종 독일차의 기세를 누르기도 하다니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격대가 높아짐에 따라 독일 3사와 큰 차이가 없어진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제네시스의 뛰어난 상품성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제네시스가 내놓는 차량들은 신차가 대부분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사양이 많다.

하지만 결함 및 품질 문제로 시끄러운 현 상황을 무시하고 마무리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 제네시스가 훌륭한 디자인을 갖고 있고, 괜찮은 사양을 제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뉴스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품질 문제가 치명적인 옥에 티다. 앞으로 품질도 좀 더 신경 써서 더욱 좋은 차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 이상 수입차와 비교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교할 브랜드가 없는, 대체할 수 없는 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