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_보배드림)

[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한 시대를 구가한 예술가들의 작품은 사후에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시대를 풍미했던 작품의 명성에 희소성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예술품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해체한 밴드의 한정판 LP가 수백만 원에 거래되는가 하면, 단종된 제품이 정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흔하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단종된 차량이 재조명 받아 중고 가격이 상승하기도 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클래식카는 웃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나와도 똑같이 저조한 성적을 보일 것 같은 국산차들이 있다. 이번 글에선 여러 이유로 소리 소문 없이 단종된 비운의 국산차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포르테에 레이싱카
이미지를 더한
포르테 쿱
포르테 쿱은 기아자동차 포르테를 기반으로 스포츠성을 강조한 쿠페형 차량이다. 2009년 6월, 코엑스에서 처음 모습이 공개되었으며, 이후 국내외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레이싱카로 이름을 알렸다. 레이싱카의 이미지를 담아낸 만큼 포르테에 비해 날렵한 느낌이 가미되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다.

당시 최신 엔진이었던 세타2 엔진을 장착하여 최대 출력 158마력의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가벼운 차체와 강력한 성능으로 속도감을 중시하던 국내 수요층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레이싱카라는 선전 탓에서인지 난폭 운전자가 많았고, 사고율이 가장 높은 차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지며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포르테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은 디자인 때문에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들이기도 어려웠고, 이후 판매량 저조로 단종되었다.

1,000만 원대에
쿠페의 감성을 담아낸
아반떼 쿠페
아반떼 쿠페는 2012년, 시카고 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후 2013년 국내에 출시되었으며 쿠페형 디자인에 걸맞은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강조하였다. 당시 최저 기본가는 1,645만 원으로 세단 모델과 비슷했지만 배기량은 2,000cc로 더 높았다.

1,000만 원 중 후반대로 역동적인 쿠페형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자동차는 아반떼 쿠페의 높은 판매량을 예상했다. 하지만 세단과 큰 차이 없는 디자인으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쿠페형 모델임에도 프레임 도어를 장착하는 등 디자인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평도 있었다. 이후 2014년 연식 개선이 이뤄지긴 했지만 계속된 판매량 저조로 결국 2015년 단종되었다.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을 차지했던
대형 세단 아슬란
아슬란은 2014년 현대자동차에서 출시된 준대형 세단이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공백을 매울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에 위치했으며 내수 시장 전용으로 출시되었다. 당시 현대자동차 최상위 라인업 G90, G80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로 구분되면서 아슬란이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로 자리한 것이다.

아슬란은 2014년 전후로 변화한 그랜저의 인식과 함께 탄생했다. 당시 그랜저의 수요층이 점점 젊은 세대로 내려오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기존의 중후한 고급형 세단 이미지가 약해졌다. 때문에 그랜저에서 이탈하는 중장년층 소비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경제력을 보유한 소비자들이 차선으로 선택한 차량은 자사의 에쿠스, 제네시스가 아닌 독일 3사 자동차였다.

이러한 소비자층 유출에 대처하기 위해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위치할 새로운 자동차, 아슬란을 출시했다. 고급형 세단으로 출시된 아슬란은 전륜 구동 방식을 사용하며 이중 차음 글라스를 적용하여 정숙한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또한 HUD 등 당시 제네시스급의 프리미엄 차량에만 적용되었던 고급 옵션을 장착하여 상품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런 고급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엔진부터 내, 외장 부품까지 그랜저 HG와 호환되는 것이 많았으며 배기량과 최대 출력 등 주행 성능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그랜저 상위 트림을 이름만 바꿔 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애매한 성능과 가격으로 고급화 이미지 구축에 실패한 아슬란은 결국 2017년 12월, 판매량 저조로 단종되었다.

강력한 성능과
수려한 디자인에도
판매량이 저조했던 베리타스
베리타스는 2008년 GM에서 스테이츠맨의 후속작으로 선보인 후륜 구동 기반의 대형 차량이다. GM의 스테이츠맨은 1년 2개월 동안 겨우 1,700대만 팔리는 등 저조한 판매량을 보여주었다. 이에 GM은 스테이츠맨의 실책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한 후속 모델 베리타스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베리타스는 알로이텍 V6 엔진에 5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된 파워트레인이 장착되었으며 후륜 구동 방식으로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2009년형 베리타스는 최대 출력 277마력까지 발휘하는 등 동급 경쟁 차종 대비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었다.

대형 세단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적용되었으며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널찍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거대한 차체로 편안한 탑승감을 제공하면서도, 동급 대비 뛰어난 주행 성능을 발휘하며 대형 세단에서 느끼기 힘든 역동적인 감각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성능과 수려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베리타스는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선택지가 좁은 트림 구성과 동급 대형 세단에 비해 거대한 차체가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특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옵션을 빼고 국내에 들여온 것이 가장 큰 패인으로 여겨진다. 계속되는 판매량 저조로 2010년 9월, 결국 단종되었다. 뛰어난 성능에도 이를 어필하지 못해 단종된 비운의 차량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격을 낮췄음에도
결국 시장 안착에
실패한 알페온
알페온은 2010년 출시된 GM 대우의 대형 세단이다. 당시 최저 기본가는 3,040만 원이며 K7, SM7 등 준대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알페온은 원래 북미 시장에서 제네시스, 렉서스 등 플래그십 모델들과 경쟁하던 차종이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낮은 입지를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준대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대를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차급과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국내 시장을 공략하려 했던 GM의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다. 알페온의 중후하고 고전적인 디자인이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토크가 낮아 가속력이 떨어졌던 알페온은 시내 주행이 많은 한국 시장에 맞지 않는 차종이었다. 때문에 결국 알페온은 판매량 저조로 2016년 10월 단종되었다.

언젠가 재평가 받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단종 국산차들은 디자인 때문이든 이미지 때문이든 당대의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차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각각의 모델은 분명히 자신만의 장점과 매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시대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

평생 무명으로 그림을 그려온 작가의 작품이 사후에 재조명 받는 것처럼, 단종된 차량들이 오늘날 다시 부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비록 현재까진 다시 나와도 저조한 성적을 보일 국산차들로 소개되었지만, 오늘 소개된 차들이 언젠가 재평가 받는 날이 오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