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고유명사가 일반명사처럼 쓰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이용되면서 “정보를 검색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가 “구글링”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소개할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 포르쉐 타고 다니잖아”라는 말에서 우리는 단순히 브랜드만을 감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지 몰라도 보통 “포르쉐”는 곧 “성공한 사람이 타는 스포츠카”로 인식된다. 다시 말해, 포르쉐의 브랜드 가치가 어마 무시하다는 것이다. 그런 포르쉐에서 나오는 최초 순수 전기차 타이칸이 최근 논란을 겪고 있다. 브랜드가 가진 가치에 비례하지 못한 성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포르쉐 최초
순수 전기차 타이칸
포르쉐 최초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은 지난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미션 E 콘셉트’의 양산형 모델이다. 포르쉐 측은 “전기차도 포르쉐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 바 있다.

타이칸은 포르쉐 DNA를 이어받아 역동적이면서도 깔끔한 외관을 갖고 있다. 공기 저항 계수는 0.22 Cd에 불과해 에너지 소비량을 낮추고 장거리 주행도 가능한 점이 눈에 띈다. 실내에는 10.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함께 곡선형 계기판이 적용됐다. 800v 급속 충전 시스템을 통해 5분 충전으로 최대 100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320kW 고출력 충전 시스템으로 배터리 5%에서 80%까지 22분 30초 내에 충전할 수 있다.

타이칸 4S가 가장 먼저 출시
충전 인프라도 구축할 전망
모델 라인업은 최고출력 530마력의 4S와 680마력의 터보, 761마력의 터보 S 등 총 3종으로 구성됐다. 엔트리 모델인 타이칸 4S가 가장 먼저 국내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며, 터보 모델과 터보 S 모델도 순차적으로 국내 도입될 예정이다. 타이칸 4S는 79.2kWh 용량의 싱글 덱 퍼포먼스 배터리가 기본 사양으로 장착됐으며, 93.4kWh의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4초 이내가 소요되며, 최고 속도는 250km/h이다.

포르쉐 코리아는 타이칸 출시와 더불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전국 10여 개의 주요 장소와 9개 포르쉐 센터에 국내 최초 320kW 초급속 충전기를 준비하고 있으며, 아울러 전국 120개 장소에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463km에서 289km로
38%나 감소한 성능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한국 에너지 공단에서 성능 인증을 완료했다는 소식을 전한 타이칸4S의 국내 인증 결과가 조금 이상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타이칸4S의 주행 성능과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동일 모델의 유럽 WLTP인증 결과에 비해 성능이 38%나 감소한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타이칸 4S는 79.2kWh 퍼포먼스 배터리팩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 407km을 기록한다. 그리고 타이칸 4S에 93.4kWh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적용 시 463km를 기록한다. 그런데 실제로 포르쉐 타이칸4S의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고작 289km로 인증됐다. 유럽 인증 결과와 무려 174km나 차이 나는 수치다.

왜 이렇게
큰 폭으로 줄어든 걸까
국내에서 인증된 타이칸 4S의 주행 성능이 유럽 인증과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된 이유는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전기차 인증 기준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성능 측정 기준으로 WLTP를 사용하는데 국내에선 자체 인증 기준을 적용한다.

유럽의 WLTP는 UN 자동차 법규 표준화 기구에서 상정한 새로운 연비 측정 방식이다. 지난 2017년부터 유럽 전역에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최근 나오는 유럽차는 전부 WLTP 기준에 따라 주행 성능을 인증받고 있다.

WLTP 기준에서 성능을 측정하기 위한 총 측정 거리는 23km이고 측정 평균 속도는 47km/h이다. 최고 속도는 130km/h까지 올라가고 실제 운전 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속도 별로 주행 타입을 4가지로 나누어 인증을 진행한다.

포르쉐 타이칸4S 퍼포먼스 배터리팩+트림의 주행 가능 거리 “463km”는 이렇게 산출된 결과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성능 인증을 위해 시가지 모드인 “FTP-75” 방식과 고속도로 모드인 “HWFET” 방식을 이용하여 성능을 측정했다. 그리고 배터리 상태나 주변 온도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의 차이가 심한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하여 실제 측정 거리의 70%만 실제 성능으로 인정했다. 다른 측정 방식을 적용했으니, 결론적으로 결과도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포르쉐와 전문가 입장도
한번 들어보자
포르쉐는 타이칸의 주행 가능 거리 문제에 대해 “EPA가 낮은 속도로 타이칸의 주행 가능 거리 테스트를 진행했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포르쉐에 따르면 “타이칸은 평균 속도가 높은 WLTP 기준에서 더 높은 효율이 나온다”라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난방과 에어컨을 활성화시킨 후 주행하기 때문에 유럽 기준인 WLTP 방식보다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을 발견한 환경 연구단체인 ICCT는,“WLTP는 주행 가능 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조장치의 활성화를 중요시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100km 차이는 좀 심하지 않냐”
“테슬라도 똑같아”
주행 가능 거리 측정 기준 차이로 포르쉐의 타이칸은 시장 진출을 하기도 전에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당초 발표 수치보다 100km 이상 낮은 주행 가능 거리다. 유럽과 미국 간의 기준점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00km 이상의 차이는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다.

타이칸 4S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 4,310만 원이다. 일각에선 “테슬라보다 가격은 비싸고 주행 가능 거리가 적다니 살 이유가 없다”, “1억이 넘는데 300km도 못 달리는 차를 사는 바보가 어딨냐”라며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인증 수치가 너무 차이 나는 것 아니냐?”, “측정 기준이 너무 제각각이다”라며 투명한 측정 기준과 사양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그래도 포르쉐 탈래? 테슬라 탈래? 물으면 포르쉐 선택할 사람 많을걸”이라며 포르쉐를 옹호하는 네티즌이 존재했다. 더불어 “테슬라도 막상 달려보면 50km 이상 낮은 효율 보여주는 영상 많다. 비단 포르쉐 문제가 아니다”라며 타 브랜드 역시 공개된 주행 가능 거리 보다 낮은 사양을 갖고 있는 모델이 많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제각기 다른 측정 기준에 몸살을 앓고 있는 포르쉐 타이칸이다. 소비자가 하나하나 따져보면 왜 이런 결과가 산출됐는지 알 수 있지만,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애초에 통일된 기준과 측정 방식을 적용해서 혼란을 빚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더 좋겠다는 바람이다.

어찌 됐건 포르쉐에서 나오는 최초 전기차라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이고 이는 그만큼 소비자들이 이 차를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브랜드 명성은 이어가서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