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_KBS뉴스)

[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산길을 지나던 나그네가 산장에 들러 밤을 보냈는데 아침이 되어 보니 연기처럼 사라졌다거나 멀쩡한 길이 갑자기 낭떠러지로 변했다는 내용의 전래 동화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당혹스럽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한다.

그런데 전국 곳곳의 노후 도로에서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 발생하고 있다. 멀쩡히 진행 방향을 안내하던 차선이 갑자기 사라져 아찔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선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운전자들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번 글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밤만 되면 자취를 감추는
노후 차선이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나 폭우로 시야가 제한되는 날이면 차량 주행등에 대한 운전자들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믿을 것이라곤 도로 위 차선뿐이기 때문이다. 차선의 가시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도로의 안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차선이 노후되거나 훼손된 채 방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차량의 불빛을 제대로 반사하지 못해 밤만 되면 자취를 감추는 스텔스 차선도 도로 위에 산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걸까?

(출처_KBS뉴스)

접착력이 낮은
도료를 사용하여
차선의 휘도가 낮아진다
어떤 사물에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정도를 휘도라고 한다. 그리고, 차선이 차량의 불빛을 반사하는 정도를 차선 휘도라고 표현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차선은 가시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차선 휘도를 높이기 위해 차선을 그리는 도료에 유리 가루를 섞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에서 예산 문제로 접착력이 낮은 5등급 페인트를 사용하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규정에 따르면, 흰색 차선은 100mcd 이상, 황색 차선은 70mcd 이상의 광도를 넘어야 한다. 문제는, 접착력이 낮은 페인트를 사용하면 기준을 충족한 차선이라 하더라도 금방 유리가루가 떨어져 차선 휘도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출처_국토교통부)

전국 도로를 전수 조사하는
차선 휘도 디지털 관리 시스템이
새롭게 도입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도로를 전수 조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로 위 시인성이 부족한 구간이나 불량 차선을 관리하는 “차선 휘도 디지털 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하고 나선 것이다. 전수 조사를 통해 수집한 불량 도로나 차선에 대한 정보를 DB를 통해 관리된다.

국토부는 차선 휘도 디지털 관리 시스템을 통해 전국 도로를 거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여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10대에 불과하던 이동식 조사 장비를 24대로 늘린 상태이다. 더불어 휘도가 낮은 차선을 효과적으로 보수하기 위한 “차선 도색 유지 관리 매뉴얼”도 배포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천 시 가시성을 높인
우천형 차선도 시범 도입된다
우천 시 차선이 사라지는 문제도 심각하다. 차선의 휘도가 높더라도 빗물에 떠내려온 흙이나 나뭇가지 등이 차선을 가려 도로 위 가시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우천 시를 대비한 우천형 차선을 새롭게 도입할 계획이다.

우천형 차선은 반사율이 높은 유리알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거나 차선을 돌출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시성을 높인 차선이다. 현재 중부 내륙선, 영동선, 고속 국도 등 총 10개선에 시범적으로 적용된 상태이며, 지속적인 관리 개선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출처_보배드림)

서울시는 기존보다
차선의 반사율을
3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서울시도 불량 차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들었다. 내년부터 서울시 모든 차선의 반사율을 기존보다 3배 높이기로 한 것이다. 지난 12월 16일,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서울시내 도로를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노후되거나 훼손되어 보수가 필요한 차선이 절반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집계된 노후 차선들은 비가 오면 반사 성능이 4~5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서울시는 기존보다 굴절률이 높은 유리알을 도료에 섞고, 차선의 휘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접착력이 강한 도료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야간 빗길 반사 성능이 기존 대비 3배 이상 향상되어 운전자의 시인성을 높일 것”이라 덧붙였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노후 도로와 불량 차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차선 불량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처사가 근본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기존 차선 도색 안료에도 유리 가루가 들어가는데 왜 문제가 되었겠냐?”,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 “서울 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네티즌들이 지적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출처_KBS뉴스)

기준을 높이는 것보다
시공 업체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기존에도 차선의 휘도를 높이기 위해 도료에 유리알이나 유리 가루를 섞어 도색을 진행해왔다. 그럼에도 차선이 쉽게 훼손되거나 휘도가 낮아지는 이유는 접착력이 낮은 5등급 페인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는 단순히 지자체 예산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예산을 높게 책정한다 하더라도 시공 업체에서 비용을 남기기 위해 저가의 제품을 사용한다면 기존과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때문에 네티즌들은 단순히 보수를 새로 하는 것보다 시공 업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우선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운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단순히 이번 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현재 도로 위 산재하는 위험요소와 불량 차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물론 사람들이 지적하는 업체 관리 문제와 예산 문제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대처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지속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줬단 안일한 처사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운전자들의 날선 비판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도로 곳곳에 산재한 문제들을 근본부터 파악하여 뿌리 뽑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부가 운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어제보다 오늘이 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