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그간 “국산차가 미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라는 기사들은 대부분 전년대비 판매량이 성장한 것을 부풀린 홍보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없어서 못 판다”던 텔루라이드는 정작 팰리세이드보다 낮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고, 품질과 상품성을 인정받아 올해의 차에도 선정됐다는 제네시스는 북미 프리미엄 브랜드 중 판매량 꼴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산차가 미국에서 압도적인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자동차가 실제로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 그렇게 잘 나간다는 국산차가 국내에선 정작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결국 판매 부진을 이유로 내수시장 단종 수순까지 밟게 된 자동차에 대해 알아보자.

2006년에 선보였던
콘셉트카에 대한 호응이 좋아
양산까지 이어졌다
기아 쏘울은 2006년에 선보인 콘셉트카 ‘SOUL’에서 시작됐다. 당시 기아차는 이차를 소형 SUV로 소개했으며,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은 것을 캐치하여 곧장 양산형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2년 정도가 지난 2008년 9월 22일, 양산형 기아 쏘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콘셉트카의 이름과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여 출시된 쏘울은 재미난 탄생 비화도 존재한다. 2005년 당시 기아차 캘리포니아 디자인 팀에 합류한 마이크 토페이는 한국 멧돼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영감을 받아 ‘배낭을 멘 멧돼지’를 캐리커처로 그렸고, 이것을 기아차 본사에 콘셉트 자료로 보냈다. 예상외로 이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아 곧바로 콘셉트카 개발로 이어졌고, 이것이 쏘울이 탄생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소형과 준중형 사이에 걸친
파격적인 자동차였다
한국에서 생산한 국산차 중에선 최초의 준중형급 박스카라고 할 수 있는 쏘울은 해치백도, SUV도 아닌 세그먼트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자동차였다. 크기로 보자면 소형과 준중형 사이에 걸치게 되며, 실내 공간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박스카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실용적이었다.

디자인 역시 2008년 당시 기준으로는 NF 쏘나타 같은 차들이 팔리고 있던 시절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출시 당시 닛산 큐브와도 자주 비교가 됐는데 큐브는 조금 더 사각형에 가까운 정직한 디자인을, 쏘울은 이그조틱 한 느낌을 강조한 편이다.

레이가 등장하기 전까진
유일한 국산 박스카로 활약했다
쏘울은 2011년 경차 레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국산 박스카로 꾸준히 활약해왔다. 대한민국 경차 규격을 최대한 활용하여 제작된 레이는 일본 경차들을 그대로 벤치마킹하여 탄생해 실내 여유 공간이 상당했다.

비대칭형 슬라이딩 도어 역시 일본 경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레이가 등장한 이후 쏘울은 점점 소비자들의 관심 밖 차종으로 밀려나고 만다.

2세대 모델은 북미시장에서
일본 박스카들을 압도했다
쏘울의 출시 이후 판매량을 살펴보면 국내보단 북미 시장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2세대 모델은 2014년 미국에 출시되자마자 라이벌 경쟁 모델이던 일본차들을 판매량으로 압도했다.

2014년 1월부터 5월까지 북미시장 박스카 판매량을 살펴보면 기아 쏘울이 6만 2,677대를 판매했고, 사이언 xB가 7,000대, 사이언 xD가 3,608대, 닛산 큐브가 1,958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 정도면 경쟁상대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쏘울에 밀린 일본 박스카들은
단종, 철수라는 최후를 맞이해
그렇게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쏘울에 판매량으로 참패한 일본 박스카들은 하나둘 북미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닛산은 큐브를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내수 전용으로만 판매하는 전략을 취했고, 토요타는 사이언 브랜드 자체를 폐기했다. 이에 따라 xB와 xD 는 북미시장에서 더 이상 만나볼 수 없게 된다.

이후 북미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박스카는 사실상 기아 쏘울의 독무대였다. 2016년 미국 시장에서 매월 1만 2,000대 정도가 꾸준히 판매되며 미국 기아차의 판매량 1위 효자상품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북미 판매 100만 대 돌파와 더불어
지난해 서브 콤팩트 세그먼트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엔 북미시장에서 100만 대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당시 기아차는 “피터 슈라이어의 세심한 눈길로 디자인 혁신을 꾀한 이후 처음 생산된 쏘울은 독특한 도시형 소형차로서 미국 시장에서 즐겁고 펑키한 판매 트렌드를 형성했다”라며 자축했다. 또한 최고운영책임자 마이클 스프레이그는 “쏘울이 2009년 처음 도착했을 때 우리 손으로 히트작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분기에서 3분기 북미 서브 콤팩트 세그먼트 시장 판매량을 살펴보면 쏘울이 5만 5,331대를 판매해 영광의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닛산 베르사로 3만 308대를 판매해 쏘울과는 2만 대가 넘는 격차를 기록했다. 3위는 혼다 피트로 2만 2,388대를 판매했다. 이 정도면 실제로 쏘울이 북미시장에서 매우 잘 팔리고 있는 셈이다.

잘 팔리는 미국에선
다양한 에디션 모델들도 등장했다
북미에서 효자상품 역할을 수행하는 쏘울인 만큼 기아차는 잘 팔리는 미국에 더 힘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엔 K-POP 문화 마케팅의 일환으로 쏘울 X 블랙핑크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북미시장만 판매하는 쏘울 X라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X라인은 오프로더 분위기를 강조한 모델로 전용 휠과 외관 파츠들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북미에서 선택할 수 있는 쏘울은 기본 모델과 X라인, GT 라인, 전기차까지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북미에서 100만 대가 팔릴 때
한국에선 연평균 3,000대 판매에 그쳤다
북미시장에선 출시 이후 9년 만에 100만 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내었지만,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국내에서 쏘울은 매월 2~300대 판매에 그쳤고, 연평균 3,000대 수준이 판매되어 이 정도면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외면받은 셈이다.

북미시장에선 기아차 내 판매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상품이라는 쏘울이 국내 시장에서는 이렇게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박스카의 인기는
잠깐 반짝하는데 그쳤다
첫 번째 이유는 국내 시장에서 박스카의 인기가 잠깐 반짝하는데 그친 데 있다. 한때 유명 여자 연예인이 닛산 큐브를 타고나와 박스카 열풍이 불었을 때도 있었지만, 이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수준이었다. 박스카는 객실과 트렁크가 하나의 박스 형태로 공존하는 형태인 자동차를 의미하는데, 구조상 드넓은 실내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소형 또는 준중형 차를 구매할 때 전통적으로 아반떼 같은 세단들을 위주로 구매해 왔으며, 최근엔 소형 SUV 열풍이 불면서 자연스레 수요층이 이쪽으로 넘어갔다. 상대적으로 박스카에 대한 관심도는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었고, 찾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 쏘울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일반 소비자들이 관심 있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준중형 세단, 소형 SUV 대비
매력 포인트가 부족했다
박스카가 준중형 세단과 소형 SUV 대비 매력 포인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도 이어졌다. 크로스오버 개념이 들어간 박스카는 좋게 이야기하자면 SUV와 해치백, 세단의 장점을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반대로 돌려서 생각해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차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꽤나 보수적인 한국 소비자들을 새로운 시장으로 인도하기 위해선 여태껏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는 라이벌 모델보다 압도적이거나 화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쏘울에게는 이런 매력 포인트들이 부족했다.

비싼 가격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옵션도 패인이다
준중형차보다 비싼 가격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옵션도 단점으로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소비자들은 특히 소형차를 살 때 가격과 옵션 사양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준중형차 대비 가격이 저렴했다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도 있었겠지만, 쏘울은 그렇지 못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1.6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쏘울 가격을 살펴보면 기본 사양이 1,958만 원부터 시작하며, 최상위 트림은 2,351만 원, 여기에 옵션을 모두 더하면 2천만 원대 후반에 가까운 가격대를 자랑한다.

2세대 까지는 부족한 옵션도 문제로 지적됐다. 가격은 준중형 차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지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로 이탈 경고, 하이빔 보조 같은 첨단 안전사양들이 대거 빠진 채로 판매됐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옵션 부분은 3세대로 변화를 맞이하며 많은 부분들이 개선됐으나, 가격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였다.

1월 5일부로 내수형
쏘울 생산이 중단됐다
저조한 내수 시장 판매량을 이어가던 쏘울은 결국, 지난 5일부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단종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해 3세대 모델이 출시되면서 연간 판매량이 5,000대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쏘울의 운명을 바꿔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종 소식을 알리며 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단종된 쏘울과 스토닉은 소형 SUV로 보기 어려운 크로스오버 해치백에 가까웠다”라며 “앞으로 두 제품을 대신할 전기차를 통해 제품군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여전히 잘 팔리는 북미시장에서는 계속 만나볼 수 있다.

결국 시장성에 부합하지 못한 차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북미시장에선 기아차 역사를 통틀어 역대급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찬밥인 자동차. 쏘울은 아무리 차를 잘 만들어 놓더라도 시장성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우로 남게 됐다.

다만, 쏘울이 국내 시장에서 실패한 것을 너무 비관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해외에서마저 흥행에 참패했다면 정말 그저 그런 차로 남았겠지만, 북미시장이라는 확실한 독무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북미에서 활약할 쏘울의 좋은 모습들을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