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형 SUV 하면 쌍용 렉스턴, 현대 베라크루즈, 기아 모하비가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당시는 렉스턴의 위상도 높았던 시절이라 이들의 경쟁구도가 꽤 치열하고도 보는 사람 입장에선 재미있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대형 SUV의 판도와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국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대형 SUV의 기준이 많이 바뀐지 오래다. 이제 대형 SUV 하면 렉스턴이나 모하비를 떠올리는 게 아니라 포드 익스플로러부터 떠올리게 된다. 미국에서 풀 사이즈 SUV로 분류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안정적으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고, SUV뿐 아니라 모든 자동차들의 기본 크기가 커지고 있으니 대형 SUV 기준이 바뀐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새로운 기준에 맞춰 국산 SUV들도 변화하고 있다. 쌍용차는 신형 렉스턴의 크기를 이전보다 훨씬 웅장하게 만들었고, 현대차는 새로운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출시했다. 수입 대형 SUV 들과 나란히 놓고 보기 애매하던 국산 SUV들도 미국에서 미드 사이즈 SUV로 불릴 수 있을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국산 브랜드들이 열심히 뛰는 만큼 수입 SUV들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초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남은 2019년 국내에 출시 예정인 수입 대형 SUV들도 있다. 누구에게 경쟁력이 있고, 이들의 경쟁은 얼마나 치열할까?


쉐보레 트래버스
“가격도 중요하지만 마케팅도”
한국지엠은 트래버스를 국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지엠대우 시절부터 이어져온 탓에 쉐보레는 국산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트래버스는 전량 미국에서 수입되어 판매된다. 경쟁력 있는 가격도 중요하겠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형 트래버스는 2017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타호’ 아래에 위치하는 미드 사이즈 SUV이지만 전장이 무려 5,189mm에 달한다. 차체 길이와 함께 휠베이스도 늘어나 실내는 최대 8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실내에는 최대 8명이 탑승할 수 있다. USB 충전 포트는 3열 공간까지 설치되어 있다. 터치스크린은 7인치와 8인치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오토 또는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

신형 트래버스는 이전보다 트림 종류가 많아졌다. 북미에선 스포티 트림 ‘RS’도 판매되고 있다. 블랙아웃 마감이 크롬 그릴과 보타이 엠블럼, 20인치 휠 등에 적용된다. RS 트림에는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 258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V6 엔진보다 강력한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올해 하반기 출시가 확정된 트래버스는 3.6리터 V6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다. 최고출력 309마력, 최대토크 35.8kg.m을 발휘하고,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다. 2.2 디젤 모델이 주력인 팰리세이드와 사실상 수요층이 다르다는 것이다.

수요층이 다르기 때문에 팰리세이드와 다르면서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쉐보레에겐 특히 그렇다. 국산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멀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이를 제대로 수행해야 트래버스의 가격을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팰리세이드가 아닌 익스플로러가 온전한 경쟁상대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마케팅이 필요하다.


포드 익스플로러
“팰리세이드랑 고객층 달라요”
신형 익스플로러도 올해 하반기에 국내 출시 예정이다. 국내에서 수입 SUV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차량이라 더욱 주목된다. 신형 익스플로러는 이전 모델보다 무게를 90kg 가량 줄였다. 휠베이스는 160mm 늘리면서 실내 공간을 더욱 넓게 설계할 수 있었다.

신형 익스플로러는 후륜구동 SUV로 구조가 변경되었다. 북미 시장에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었다. 국내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면서 팰리세이드와 전혀 다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국내에선 팰리세이드가 공개되고, 미국에선 신형 익스플로러가 공개되면서 이 둘을 비교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그런데 사실상 크기는 비슷하지만 두 자동차는 완전히 다른 고객들을 위한 자동차다. 팰리세이드는 2.2 디젤 모델이 주력, 전륜구동 기반 SUV이고 가격대도 3,600~4,9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익스플로러는 가솔린 모델이 주력이고, 이번 풀체인지를 통해 후륜구동 기반 SUV로 바뀌었으며, 가격대도 5,400~5,700만 원 수준이다. 기존 수준의 상품성과 가격대를 유지한다면 신형 익스플로러의 입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아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 많이 고민하고 있다”
팰리세이드와 가장 가까운 경쟁자
모하비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가 확정되면서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가 더 멀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출시 설이 돌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 관심이 끊이지 않는 차량 중 하나다. 그리고 트래버스, 익스플로러와 다르게 팰리세이드와 가장 가까운 경쟁자이기도 하다.

기아차가 출시한 텔루라이드는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대형 SUV다.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텔루라이드는 전장 5,000mm, 전폭 1,990mm, 전고 1,750mm다. 팰리세이드보다 20mm 길고 15mm 넓다.

텔루라이드는 3.8리터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다.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36.2kg.m으로 팰리세이드와 파워트레인이 동일하다. 차체도 팰리세이드와 같기 때문에 국내에 출시될 경우 2.2 디젤 엔진도 탑재할 수 있다.

슈퍼볼 광고를 통해 텔루라이드를 만드는 조지아주 사람들에 대해 강조했다. 이 광고 덕인지 출시 이후 2월 한 달간 300대 팔리던 것이 3월에 4,000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텔루라이드는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다”라던 기아차의 움직임이 요즘 심상치 않다. 최근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에 대한 언급을 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텔루라이드 국내 판매 계획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라며, “지금 당장 검토를 한다는 것은 아니고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기아차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텔루라이드 국내 투입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모하비, 쏘렌토 등 주력 SUV 모델 노후화에 따라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미국 전용 모델인 텔루라이드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