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차를 개발하고 양산하기 전에 공장에서는 해당 신차에 대한 수요를 예측한 뒤 월 혹은 연간 생산량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들도 사람인지라 수요에 대한 예측을 100% 성공할 수 없다. 수요가 예상대로 나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수요가 예상보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기 마련이다.

최근 출시된 아이오닉 5가 해당 사례가 되겠다. 아이오닉 5는 올해 국내에서 2만 6,500대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실제 사전계약을 받아보니 수요가 예상치를 뛰어넘어 현대차 내부에서 당황했다고 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증산하기로 했지만 상황이 예의치 않다.

일주일 만에 3만 5천 대
유럽도 1만 대 이상 계약
다양한 브랜드에서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지만 그동안에는 아직까지 불편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많이 팔리는 차종이라 해 봐야 연간 1만 대 안팎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가 목표로 한 아이오닉 5 1년 판매량 2만 6,500대는 그동안 전기차 판매량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높게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오닉 5를 공개하고 사전 계약을 받아보니 단 하루 만에 90%에 해당하는 2만 3,700대가 계약되었고, 현재까지 3만 5천 대를 넘겼다고 한다. 이미 1년 4개월에 해당하는 수요가 예약된 것이다. 도중에 계약을 취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고 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유럽 법인은 한정 물량 3천 대만 사전 계약을 받았는데, 실제로 이보다 3배가 넘는 1만 대 계약을 기록했다. 특히 계약금으로 한화 1백만 원이 넘는 1,000유로를 걸어야 되다 보니 계약량 대부분이 실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하반기에는 북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고, 향후 중국 시장에도 출시할 예정이 있어 현재 계획으로는 수요 물량을 맞추기 어렵게 되었다. 이 때문에 현대차에서는 아이오닉 5를 연간 9만 대 정도로 증산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제2의 팰리세이드 사태
출고 지연 문제 장기화 가능성
현대차는 차를 증산하기 위해서는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당초 아이오닉 5 생산 계획은 연간 국내에 2만 6,500대, 해외에 4만 3,500대, 총합 7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노조에서는 증산을 하게 될 경우 더 많은 특근이 불가피해 노동강도가 세질 것을 우려했다. 연간 7만 대 생산도 한 달에 4일 정도 특근을 해야 맞출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만약 노조 반발로 인해 증산이 무산되면 제2의 팰리세이드 사태가 올 수 있다.

현대차는 재작년 팰리세이드 수요 예측 실패로 한차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큰 차에 대한 수요를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생각과 달리 수요가 줄을 이은 데다 해외 수출 물량까지 생산해야 했기에 계약부터 인도까지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웬만한 수입차도 이 정도로 길진 않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길다 보니 바로 출고할 수 있는 중고차 업체에 문의가 잇따랐고, 심지어 신차 가격보다 중고차 가격이 더 높은 경우도 있었다. 매입부터 판매까지 기간도 평균 11일로 가장 짧았다.

장기적으로
매출 하락 불가피
증산이 이뤄지지 않아 오랫동안 출고 지연 문제를 겪는다면 장기적으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진다. 일단 판매량에 영향을 받는데, 국내에서 판매량 집계는 계약된 수가 아닌 출고되어서 등록된 차량 수를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에 1만 대가 계약되고 6천 대가 등록된다면 판매량은 1만 대가 아닌 6천 대가 된다.

또한 향후 계약 수량이 줄어들 수 있다. 출고 지연 문제가 장기화되면 “저 차는 계약해도 오래 걸려 좀 그렇다”라며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계약 수량이 줄어드니 매출이 줄어드는 것 역시 당연하다. 그리고 기존에 계약한 고객 역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팰리세이드 역시 오랜 기다림에 지쳐 2만 대가량이 계약 취소를 한 사례가 있었다.

현재 노사는 맨아워 합의안 마련
증산 협의도 곧 이어갈 예정
노사는 10일, 밤샘 회의 끝에 맨아워 합의안을 마련했으며 이번 달 말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간당 생산 물량(단위 생산량)을 다른 차종에 비해 10%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간당 27.5대가 생산된다. 계약은 밀려들고 있지만 오히려 단위 생산량을 줄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이항구 자동차 연구원 연구위원은 “처음으로 양산에 들어가는 것인데 과거 내연기관과 같은 속도로 생산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소비자들 만족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품질의 모델들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코나 일렉트릭 리콜 사태를 의식한 것이다.

또한 생산 투입 인원도 다른 차종보다 줄이기로 했다. 전기차 부품 수가 기존 내연기관에 비해 30% 정도 적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감 감소를 우려해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노사는 이를 고려해 기존 울산 1공장 생산직 일부를 다른 생산라인에 전환 배치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노조는 “산업의 변화하는 부분에 대해서 노사가 공동 인식을 했고 여타의 회사처럼 노조가 몽니가 돼서 발목을 잡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공감을 했다는 데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증산 협의는 추후 이어갈 예정이며, 맨아워 합의안을 마련함에 따라 시승차를 먼저 생산한 뒤 이번 달 말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배터리 공급량도
함께 늘려야 증산 가능
현대차 노조가 증산을 합의한다고 해도 걸림돌은 몇 가지 더 남아있다. 연간 생산계획에 맞춰 미리 부품 수급 계획을 짜놓은 상태라 협력사도 증산에 대응해야 가능하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가 관건이다.

아이오닉 5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SK 이노베이션은 선 수주 후 증설 전략을 취하고 있어 일부 여유분 공급은 가능하지만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대규모 공급 확대 요구에는 대응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아이오닉 5 외에 다른 전기차에도 배터리를 공급해야 하는데, 생산량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5에 배터리 공급을 집중하기 위해 다른 차에 공급되는 배터리 양을 줄이면 다른 전기차를 계약한 소비자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기존보다 2만 대 증산이 이뤄져도 배터리 수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도 넉넉한 배터리 재고를 확보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즉 이미 수요를 예측하고 SK이노베이션과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 수급도 문제다.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차가 움직이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로 차가 움직이며, 그 외 내부에 있는 에어컨이나 디스플레이 등도 작동시키기 때문에 반도체가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어 아이오닉 5 역시 반도체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생산량을 줄여야 할 수 있다.

이미 몇몇 양산차 업체의 생산공장이 멈춰 섰다. GM, 도요타, 폭스바겐, 포드, 르노, 닛산, 혼다 등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테슬라도 최근 이틀 동안 캘리포니아 공장을 가동 중단했다.

현대차역시 3월 1일 울산공장에 대해 특근을 취소한 데 이어 6~7일 주말에도 2공장과 4,5공장 일부 라인에 대해서만 특근을 실시했다.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라인을 제외하고 특근을 중단하는 것도 향후 아이오닉 5 생산에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물량을 넉넉히 확보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오닉 5 증산을 잠정 결정했어도 실현될 때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