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지난달 출시한 아이오닉5이 강조하는 점 중 하나가 빠른 충전 속도다. 5분 충전으로 최대 100km 주행 가능하며, 배터리 용량의 80% 충전하는 데 불과 18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기아가 공개한 EV6은 아직 공식적으로 충전 속도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아이오닉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오닉의 장점인 빠른 충전 속도는 당분간 누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350kW의 출력을 발휘하는 충전기로 충전해야 하는데, 아직 해당 출력을 발휘하는 충전기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이 부분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보니 그냥 충전기를 꼽기만 하면 충전이 빨리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전력과 전력량
충전시간 간의 상관관계
기본적으로 충전기의 출력(전력)이 높을수록 전기차를 비롯한 전자제품의 충전이 빨리 된다. 여기서 전력이 나타내는 단위로 kW(킬로와트)를 사용한다. 기본 단위는 W(와트) 지만 값이 높다 보니 1000단위를 표현하는 k(킬로)를 앞에 붙인다.

전력을 나타내는 kW에는 시간 개념 없이 단순히 정량 값만 표현한다. 전력량은 단위 시간동안 나온 전력의 총 양을 의미하며, 전력량을 표기하기 위해서는 전력에 시간을 곱해줘야 한다. s(초), m(분), h(시), d(일) 등 현존하는 시간의 단위를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h를 많이 사용한다.

배터리 용량은 전력량을 저장해두는 개념이기 때문에 전력량과 동일한 단위인 kWh를 사용한다. 50kWh의 용량을 가진 배터리는 50kW의 출력으로 전력을 공급해 주면 1시간 만에 가득 찬다. 반대로 50kW의 출력으로 전력을 내보내면 1시간 만에 모두 방전된다.

18분 만에 80% 충전하려면
충전기의 전력은 얼마나 필요할까
그렇다면 이제 아이오닉 5의 사례를 살펴보자. 아이오닉 5가 18분 만에 80% 충전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과연 이 속도를 발휘하려면 충전기의 출력은 얼마나 되어야 할까?

아이오닉 5의 배터리 용량은 72.6kW이다. 80% 용량이면 58.08kW이다. 즉 58.08 kW의 출력을 가진 충전기로 충전 시 1시간 만에 충전이 완료된다는 것이다. 이보다 빠른 18분 만에 80% 충전하기 위해서는 출력이 더 높아야 한다. 대략 3.33배 더 빨라져야 하니 다시 계산해보면 193.4kW의 출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설명과 계산은 아무런 손실이 없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충전될 때 이야기다. 실제로는 여러 가지 요소들로 인해 저것보다 높아야 한다. 먼저 충전기가 명시된 출력 전부를 항시 발휘하지 않으며, 실제로 현재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의 실제 평균 출력은 명시된 출력의 대략 60% 안팎으로 형성된다고 한다. 따라서 다시 계산해보면 평균 193.4kW의 출력을 발휘하려면 330kW 급 충전기가 필요하다. 여기에 충전 도중 발생하는 열에너지 등으로 손실되는 것까지 합하면 이보다 다소 높아야 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 충전 관련 설명에서 350kW 급 충전기를 이용해야 18분 만에 80%까지 충전된다고 한다. 손실로 발생하는 오차 등 요인들을 제외하고 앞에서 계산한 출력과 얼추 맞다.

350kW 급 충전기가
구축된 곳이 거의 없다
하지만 아직 전국에 350kW 급 충전기가 설치된 곳이 거의 없다. 사실상 이제 구축을 시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오닉 5를 구매하더라도 현대차가 홍보하고 있는 빠른 충전 속도는 당분간 활용하기 어렵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완속 충전기는 대체로 10kW급 이하이며, 급속충전기는 대체로 50kWh에서 100kWh 급이다. 테슬라 슈퍼차저 등 일부 충전기는 100kW급 이상인 경우도 있긴 하지만 350kW 급에는 한참 못 미친다.

현대차의 설명이
불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18분 만에 80%를 충전한다는 문구를 보면 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중간에 시작하는 구간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이해하며 당연히 중간부터 시작하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다.

아이오닉 5의 가격표를 살펴보면 10%에서 80%까지 충전되는 시간이 18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0~80% 충전은 18분보다는 길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은 물론 현대차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어 있는 보도자료에서도 10%부터 충전 시작한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격표에 있는 내용을 보지 않은 사람은 실제와 약간 다르게 알고 있게 되는 것이다.

충전 속도 홍보를 위해
유리한 구간 선정?
아이오닉 5는 0~100%까지 충전되는 시간을 안내하고 있지 않다.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충전 속도를 제어하며, 0%나 100%에 가까울수록 충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충전 구간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완속 충전기와 급속충전기를 사용했을 때 충전 시간 역시 안내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배터리는 온도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데, 기온이 낮아질수록 충전 속도도 느려진다. 하지만 겨울철 충전 속도 역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즉 충전 속도에 대해 홍보하기 위해 유리한 부분만 잡아 충전 시간을 표기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아무 데나 충전기를 꼽으면 18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는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테슬라 역시 최근 국내에 출시한 모델 Y에 대해 보도 참고 자료에는 슈퍼차저 이용 시 80% 충전까지 평균 1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며, 홈페이지에서 15분 안에 249km 주행 가능한 양이 충전된다는 두 가지 안내가 있을 뿐이다. 미국에서 배포된 매뉴얼을 살펴봐도 충전 속도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르노 조에는 꽤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50kW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70분 만에 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으며, 7.4kW 완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0~100% 충전까지 9시간 25분이 걸린다는 것과 배터리 온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재규어 I-페이스는 7kW 완속 충전 시 시간당 35km를 주행할 수 있는 양이 충전되며, 0~100% 충전하는 데 12.9시간이 걸리고 50kW 급속 충전 시 시간당 270km를 주행할 수 있는 양이 충전된다고 언급되어 있다.

아우디 e-트론은 완속 충전 시 7kW 출력 기준 13~14시간, 11kW 출력 기준 8~9시간이 소요되며 급속 충전 시 150kW 기준으로 0~80% 충전하는 데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완속 충전의 구간이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완속과 급속 충전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는 점차 늘어날 전망인데, 이에 대비해서 세부적으로 표기할 수 있게끔 제도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충전 속도는 전기차를 운용하는 차주 입장에서 중요한 자료 중 하나인데, 상세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다면 나중에 차를 구입하고 충전 시 제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면 실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