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평가할 때 객관적인 평가가 가장 어려운 분야를 꼽자면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보는 이의 시선과 취향에 따라서 서로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멋있는 차가 내 눈에는 별로일 수도 있고 남들이 별로라고 하는 차가 내 눈에는 너무나 이뻐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자동차 회사들은 대부분 자사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패밀리 룩 디자인을 채용하면서 차의 일부분만 보아도 어느 브랜드의 차량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대세이다.

긍정적 VS 부정적
두가지 시선
패밀리 룩 디자인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가 존재한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나타낼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차량마다 개성이 없고 너무 일관적인 획일화된 디자인으로 차량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필자의 사견을 살짝 덧붙여 보자면 패밀리 룩을 고수하면서도 차량마다 개성을 제대로 잘 드러내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너무 일관적인 디자인으로 전문가마저 대충 보면 구분이 힘들 정도로 개성이 없어지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오늘은 독일 3사로 불리는 벤츠, BMW , 아우디와 국산 브랜드들의 패밀리 룩 디자인에 대해 살펴보자.

탕수육 사이즈도 아닌 대 중 소
벤츠의 패밀리 룩
요즘 벤츠의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꽤 엇갈리고 있다. 디자인 자체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좋지만 S, E, C 클래스 세단의 디자인이 너무 획일화되어 각각의 개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S클래스로 시작된 현재의 벤츠 세단 디자인은 E클래스와 C클래스가 그대로 물려받아 벤츠 대, 중, 소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S클래스는 그래도 차량의 크기와 디자인 차별화가 조금 이루어져 덜하지만 E클래스와 C클래스는 너무나 닮아있어 도로 위에서 만나면 헷갈릴 수도 있다. 특히나 차를 잘 모르는 일반인은 두 차량이 어떤 차이가 있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헤드라이트를 보면 C클래스는 데이라이트가 한 줄 E클래스는 두 줄, S클래스는 세 줄인 특징이 있다. 벤츠의 패밀리룩은 이렇다.


BMW의 키드니 그릴이
요즘 심상치 않다
BMW 디자인의 핵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키드니 그릴은 차를 잘 모르는 사람도 저 그릴을 보고 BMW라는 것을 알게 해줄 정도로 브랜드를 잘 나타내는 디자인 요소이다. 모든 BMW에는 키드니 그릴이 적용되고 있는데 요즘 나오는 차량들은 이 그릴이 심상치 않다.

코드네임 F가 시작되면서 점점 사이즈를 키워가던 키드니 그릴의 사이즈가 종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F02 7시리즈부터 시작된 BMW의 키드니그릴 사이즈 늘리기는 최근 절정에 달했다.


BMW 7시리즈 페이스리프트
산으로 가는 키드니그릴
S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 예정 소식이 들려오면서 BMW 7시리즈는 상품성 강화를 위해 페이스리프트를 감행하였다.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좋아졌을지 몰라도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한 것이 아니냐라는 외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인데 키드니그릴이 합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져버린 모습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가 자꾸 생각난다.


SUV 라인업에서도 여전한
키드니 그릴 키우기
최근 공개된 BMW의 간판 SUV X5 와 새로 출시한 X7 역시 더욱더 커진 키드니그릴을 적용하였다. 2019 서울모터쇼에서 실제로 만나본 X7의 키드니 그릴은 역시 멋있다는 느낌보다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독일차하면 대표적으로 먼저 떠오르는 두 브랜드의 디자인이 심상치 않다.


멈출 수 없다
이건 살짝 넌센스이지만 해외 외신에서는 종잡을 수없이 커져가는 키드니 그릴을 보고 2030년 BMW 예상도라면서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이런 사진을 합성해서 게시하였다. 지금의 기세라면 저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면부의 절반 이상을 키드니 그릴이 차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하다.


BMW 역시 벤츠처럼 세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패밀리 룩으로 차량의 디자인 틀을 잡고 유지해 나가는 편이다. 그래도 벤츠 수준으로 동일한 디자인을 채택하지는 않으므로 대 중 소자라는 별명은 붙지 않았다. 브랜드의 고유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꾸준히 활용하되, 각 차량만의 개성은 제대로 살려주는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는 더 긍정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요즘 조용히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브랜드가 아우디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 이후로 국내시장에서도 판매정지를 당하며 거의 자취를 감춰버린 아우디의 신차들을 보면 디자인으로는 벤츠와 아우디보다 뛰어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날이 선 스타일을 자랑한다.

많은 국내 소비자들도 새로운 A6를 기다리고 있다. 아우디의 세단 역시 비슷한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브랜드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차량별로 개성을 예전보다는 많이 불어 넣어주고 있다.

이제는 국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도 되지 않을까
물론 디젤 게이트 사건 이후로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국내시장에서 아주 조용한 모습이다. 폭스바겐은 아테온을 출시하면서 시동을 걸었지만 아우디는 아직 국내시장에서 조용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두 브랜드는 2019 서울모터쇼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이제는 슬슬 모습을 드러내도 되지 않을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G90 디자인
국산차 이야기로 넘어와 보자. 패밀리 룩 디자인을 적용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찾으려고 노력 중인 제네시스 이야기다. 제네시스 브랜드 이야기를 하자면 글 하나를 꽉 채워도 모자랄 만큼 할 이야기가 많은데 간단하게 풀어보자면 최근 출시한 G90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다.

이는 좋게 말하면 개성이 확실하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견을 더하자면 대형 5각형 그릴이 자리 잡은 G90의 전면부 디자인은 멋있다 라기보다는 부담스러운 느낌이다. 도로에서 G90을 마주했는데 졸린 하마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차라리 완성도가 높았던 G80의 스타일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이어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제네시스가 패밀리 룩 디자인을 구축하여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려는 것은 당연히 긍정적이고 응원해 줘야 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다면 다른 새로운 시도를 빠르게 해볼 필요도 있다. 안 되는 것을 굳이 오래 끌고 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티볼리의 느낌이 베여있지만
잘 디자인한 쌍용 코란도
최근 출시한 쌍용 코란도는 티볼리의 성공을 이어가려는 쌍용의 노력이 돋보이는 차량이다. 측면부의 C 필러 형상이나 전반적인 이미지를 보면 티볼리의 스타일을 계승하여 패밀리 룩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모습인데 그래도 티볼리와는 다른 코란도 만의 스타일이 정확하게 녹아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차량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패밀리 룩 디자인은 패밀리 룩의 좋은 예시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쌍용은 그동안 꾸준히 제시되었던 차량의 품질 문제와 기본기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한국 브랜드들도
좋은 패밀리 룩이
정착되어야 할 때
두 사진은 기아자동차에 키드니 그릴이 적용되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호기심에 제작된 합성사진이다. 국산차에 타 브랜드의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보니 한편으로는 잘 어울리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렇게 나오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도 패밀리 룩 디자인을 잡아나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 줄만한 정착된 패밀리 룩 디자인이 하나쯤 나올 때가 되었다. 모든 차량의 디자인을 획일화하는 것보다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한두가지 핵심요소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그동안 출시하지 않았던 로드스터나 스포츠카 컨셉의 차량들도 하나 정도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현대기아차의 기술력 입증을 위해서라도 고성능 스포츠카나 컨버터블의 출시는 필요하다. 잘 팔리지 않는 차는 만들지 않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새로운 분위기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신은 패밀리 룩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