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 차 따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교적 넓은 길이다. 여기에 정의를 하나 추가하고 싶어졌다. 선량하고 차분하던 사람도 한순간 난폭한 사람으로 변하게 하는 곳, 오늘 이야기할 ‘보복운전’이 일어나는 곳이다.

보복운전이 나쁘다, 보복운전이 줄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다. 그러나 우리는 보복운전이 왜 일어나고, 누가 저지르는지에 대해서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최근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보복운전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뤘다. 소개된 이야기와 함께 보복운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본다.


출처 : 스브스뉴스 X 맨인블랙박스
1. 총, 도끼, 전기톱, 몽둥이
트렁크에서 꺼내든 위협 무기
단순히 경적을 오래 울리고, 상향등을 마구 쏘고, 앞에서 급정거하는 것만 보복 운전이 아니다. 요즘 보복운전은 단순히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차에서 내려 운전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가 하면 차를 파손시키기도 하고, 유리를 깨기도 한다.

트렁크에서 위협적인 무기를 꺼내는 사례도 많다. 몽둥이부터 시작해 칼, 심지어 전기톱이나 총을 꺼내드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미국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단순 감정싸움이 아니라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을 지경에 이르렀다.

2. 그들은 누구일까?
지극히 평범한 사람
보복운전은 누가 하는 걸까? 조직폭력배나 범죄자 같은 흉악한 사람들이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보복운전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오간다. 실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보복운전 가해자 직업군은 일반 회사원이 53%로 가장 많고, 운수종사자가 34%로 두 번째로 많았다. 세 번째로 많았던 전문직은 6% 정도다.

어린 사람이 많이 저지를까? 이것도 아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보복운전 가해자 연령대는 30대가 37%, 40대가 29%, 50대는 16% 순으로 가장 많았고, 20대는 11%로 네 번째로 많았다. 고급차가 작은 차에게만 그런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소형차나 경차가 트럭이나 버스에게 보복운전을 가하는 사례도 자주 볼 수 있다.

3. 왜 보복운전을 할까?
세 가지 복합적인 요인

1. 사회적 스트레스
보복운전은 왜 하는 걸까? 세 가지 요인이 얽혀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사회적 스트레스다. 전문가들은 보복운전 범행에서 쓰이는 중요한 도구인 자동차 상태나 운전 습관을 보면 가해자 성격을 범죄 심리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범죄학 연구소 전문가는 “차량 내부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면 삶의 목표나 목적을 상실한 상태에서 되는대로 사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며, “그런 상황이 되니까 본인 안에 있는 억압과 분노가 공격성으로 표출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라는 도구를 이용해 경찰관을 공격하고, 주변 사람을 공격하는 극단적인 패턴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과 속도가 강조되는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이렇게 쌓인 분노가 보복 운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복운전을 다른 말로 ‘분노 운전’이라 부르는 이유다. 분노 운전과 우발적 범죄는 원인이 비슷하다.

의사를 갑자기 폭행하거나, 택시 기사를 갑자기 폭행하거나, 지하철 역무원을 갑자기 폭행하는 등의 우발적 범죄는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부터 시작된다. 욱하는 감정은 평소 쌓여있던 분노와 그날 있었던 일들이 한 번에 터지면서 나온다.

2. 운전의 특수성, 달라지는 뇌의 역할
두 번째는 운전의 특수성으로 인해 달라지는 뇌의 역할이다. 모든 운전자는 잠재적 보복운전자라는 말이 있는데,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 때문이다.

평상시 전두엽은 분노조절을 담당한다. 그런데 운전을 하게 되면 상황 판단할 일이 많아 전두엽 역할이 모두 이쪽으로 몰리게 되고, 상대적으로 분노 조절에 취약해진다. 내가 가야 할 곳, 위급상황 시 대처 등 내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뇌는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정신 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두엽의 많은 기능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3. 개인적 스트레스
“한국인 절반 분노조절 장애 겪어”
10명 중 1명은 치료 필요

마지막 세 번째는 개인적 스트레스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절반은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고, 여기에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한다. 사회적 스트레스, 운전의 특수성, 달라지는 뇌의 역할, 그리고 개인적 스트레스가 모두 얽혀 보복운전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눈에 띄게 줄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여전히 도로 곳곳에서 보복운전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미국은 징역 50년까지 가능
우리는 관련 법 2년째 묶여있는 중
보복운전은 도로교통법이 아닌 폭력 법으로 처벌된다. 그리고 처벌하는 기준이 횟수와 관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며, 한 번만 했더라도 사고 위험성이 컸거나 피해자에게 큰 공포감을 들게 했다고 판단되면 바로 형사처분이 이뤄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내법에 의하면 보복운전은 협박만 하더라도 1년 이상 징역이 가해진다. 그러나 처벌 후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보복운전자 면허 취소 관련 법은 2년째 국회에 발이 묶여있는 상황이다.

우리만 보복운전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3년간 보복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1억 건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은 80년대 후반부터 분노 운전이라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은 사건 이후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 분노조절 테스트를 시행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새롭게 시작했다.

미국은 보복운전자에게 징역을 최대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되었다. 보복운전자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사레는 물론 보복운전 총기 사용자에게는 징역 27~50년을 선고하게도 했다. 법 개정으로 최대 50년까지 선고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도 조절해야
도로는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곳
처벌 수위를 높이고, 처벌 후 교육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보복운전이라는 것이 심각한 범죄행위이자 다른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 나의 운전습관이 자칫 보복운전을 불러일으킬만한 난폭운전은 아닌지, 잘못된 운전 습관을 가지고 있진 않은지도 점검해보아야 한다. 사회적 노력뿐 아니라 개인의 노력도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