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오늘날 국내에는 다양한 고급 수입 세단이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다. 벤츠 E 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매년 수만 대씩 판매되고 있고 A6, S 클래스, 7시리즈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수억을 호가하는 럭셔리카 롤스로이스, 벤틀리는 전 세계에서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판매량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90년대에는 어땠을까? 소득 증가로 인해 막 고급 세단 시장이 형성되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수입차가 거의 없었을 시기라 국산 모델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일부 모델은 수입차를 바탕으로 국산화했다. 1990년대를 풍미한 국산 고급 세단들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현대자동차 그랜저 1세대
(1986년~1992년)

지금은 국민 대형차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옛날에는 고위층, 부유층들만 소유할 수 있었던 최고급 승용차였다. 각진 디자인 때문에 흔히 ‘각 그랜저’라고 불린다. 1986년 출시하자마자 대우 로얄 시리즈를 밀어내고 국내 대형차 시장의 왕좌를 차지했다.

초기에는 120마력 2.0리터 엔진만 있었으나 이후 2.4리터 엔진이 추가되어 판매량이 점점 증가했다. 1989년에는 164마력 6기통 3.0리터 사이클론 엔진을 장착한 그랜저 V6 3.0모델이 출시되었다. 격자 그릴과 투톤까지 적용되어 훨씬 중후해졌다.

사진 : 나무위키

그랜저에는 국산 최초로 적용한 옵션들이 여러 있다. ABS, 차고 조절이 가능한 에어 스프링 방식 ECS, 풀 오토 에어컨 시스템, 풀 플랫 시트, 4륜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브레이크, ETACS 등이 적용되어 당대 가장 현대적인 국산차라는 평가를 받았다.

1세대 그랜저의 가격은 2.0리터 모델이 1,690만 원, 2.4리터 모델이 2,550만 원, 3.0리터 모델이 2,890만 원에 출시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무난한 가격이지만 당시에는 1,690만 원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을 정도로 매우 비싼 가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년 동안 총 92,574대가 판매되었다.

현대자동차 다이너스티
(1996년~2005년)

1996년 출시된 다이너스티는 1992년 출시된 그랜저 2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고급화한 모델이다. 다이너스티는 영어로 왕족을 뜻한다. 두 개로 분리된 고풍스러운 헤드램프와 촘촘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전용 D 엠블럼을 갖추고 있어 국내 최상위 모델의 위용을 나타냈다.

옆면을 보면 과거 고급차의 느낌을 풍기는 각진 형태의 지붕에 중후한 기다란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90년대 이전 고급 모델의 이미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뒷면에는 일자형 테일램프를 통해 심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이너스티에는 167마력을 발휘하는 2.5리터 엔진, 205마력을 발휘하는 3.0리터 엔진, 225마력을 발휘하는 3.5리터 엔진 3가지 모델로 출시되었다. 3.5리터 모델에는 뒷좌석을 15cm 늘린 롱 휠베이스 리무진 모델이 존재했다. 이 모델은 1999년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 하회마을 방문 당시 체어맨 리무진과 함께 의전차로 제공되었다.

다이너스티의 가격은 2,850만 원에서 4,650만 원이었다. 리무진 모델은 4,950만 원부터 시작해 국산차로서는 처음으로 5천만 원대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너스티는 한 달에 천대 가량 꾸준히 팔렸다. 모범택시로도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대우자동차 브로엄
(1991년~1999년)

1991년, 대우 로열 슈퍼 살롱의 뒤를 잇는 모델이며 프린스의 고급 모델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디자인은 프린스와 유사하다. 프린스의 특징인 C 필러 유리까지 그대로 적용했다.

처음 출시할 때는 2.0리터 가솔린 모델만 존재했으나 1993년에는 6기통 3.0리터 엔진이 추가되었지만 이듬해, 아카디아가 출시되면서 3.0리터 모델은 8개월 만에 단종된다. 1996년, 뉴 브로엄으로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2.2리터 가솔린 엔진이 추가되었다.

당시 브로엄의 가격은 1,670만 원부터 시작했다. 프린스와 차별화된 럭셔리 이미지를 표방했지만 가격만 비싼 프린스라는 혹평을 받으면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뉴 그랜저와 포텐샤와 가격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대부분 소비자는 뉴 그랜저와 포텐샤로 넘어갔다.

레간자가 출시된 이후로도 계속 생산하다가 1999년 매그너스가 레간자, 브로엄의 통합 후속 모델로 출시되면서 19년 동안 이어진 로얄 살롱-수퍼 살롱-브로엄 시리즈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된다.

대우자동차 아카디아
(1994년~1999년)

1980년대 임페리얼의 실패를 겪은 대우자동차는 1994년 혼다 레전드 2세대를 국산화한 아카디아를 출시하게 된다. 혼다 레전드에 장착한 V6 3.2리터 220마력 엔진을 그대로 라이선스 생산하여 적용하였다.

아카디아에는 특이하게 엔진이 세로로 배치되어 있어 최적의 안정성과 무게 배분을 실현했다. 또한 전륜 뒤에 엔진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동차에서는 보기 드문 프런트 미드십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엔진룸에 스트럿 바를, 서스펜션은 4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장착하였다. 아연 강판 비율도 매우 높아 부식 문제도 거의 없었다.

아카디아의 원형인 혼다 레전드 2세대

아카디아는 뉴그랜저보다 작고 포텐샤보다 큰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경쟁 모델들보다 월등한 운동 성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공차중량이 1,500kg 대 초반으로 크기 대비 가벼운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고가 낮아 무게중심이 낮은 편이다. 강한 출력과 가벼운 공차중량, 프런트 미드십, 낮은 무게중심의 조화가 어우러져 23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당시 국산차 중에서는 가장 빠른 축에 속했다.

아카디아의 출시 가격은 4,230만 원이었다. 지금도 4,230만 원은 큰돈이며 당시 시세를 현재로 환산하면 8천만 원 수준이다. 당시 중형 차인 대우 프린스의 풀옵션이 1,500만 원임을 감안해 본다면 얼마나 비싼 가격인지 실감이 날 것이다. 비록 가격은 비쌌지만 워낙 품질이 좋았기에 현재도 아카디아에 대한 평은 좋은 편이다.

기아자동차 포텐샤
(1992년~2002년)

자동차 산업 합리화 조치로 인해 승용차를 개발할 수 없었던 기아자동차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급차 개발에 대한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포드와 프라이드를 공동 개발하면서 세이블을 수입하여 OEM으로 판매해 아쉬움을 달래다가 당시 제휴관계였던 마쓰다의 최고급 세단인 루체의 5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포텐샤를 출시했다.

초기에는 2.2리터 가솔린 엔진과 3.0리터 가솔린 엔진 두 가지 모델로 시작했다. 초기형 2.2리터 엔진은 기아자동차 최초로 흡기 2밸브, 배기 1밸브인 3밸브 형식을 적용했다. 1994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투톤 도색 대신 원톤 도색으로 변경되었고, 저가형인 2.0리터 아너와 최고 사양인 3.0리터 프레지던트 클래스를 추가했다.

사진 : 보배드림

1997년에는 뉴 포텐샤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여 조수석 에어백과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3.0리터 모델은 새로운 기함으로 출시된 엔터프라이즈로 넘겨 주고 2.0리터 모델과 2.5리터 모델 두 가지로 재편되었다.

포텐샤의 가격은 2.2리터 수동변속기 모델, 1,980만 원, 자동변속기 모델 2,160만 원, 3.0리터 자동변속기 모델이 3,130만 원이었다. 판매량은 한 달에 1,200대가량 판매하는 등 선전하고 있었으나 그랜저 XG가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크게 하락했다. 이후 강화된 환경 규제를 만족하지 못해 2002년 후속 차종 없이 단종되었다.

기아자동차 엔터프라이즈
(1997~2002년)

원래 포텐샤의 후속 모델로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현대자동차의 다이너스티의 출시로 인해 경쟁 모델이 필요했던 기아자동차는 엔터프라이즈를 기함으로 출시하고 포텐샤를 준대형 포지션으로 한 단계 내리게 된다. 마쓰다 센티아 2세대 모델을 기반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라디에이터 그릴, 후드 탑 엠블럼, 범퍼 등을 좀 더 웅장하고 권위적인 스타일로 개선했다. 전장이 5,020mm로 국내 최초로 5미터를 돌파한 모델로 기록되었다.

엔터프라이즈에는 2.5리터 가솔린엔진, 3.0리터 가솔린엔진, 3.6리터 가솔린 엔진 3종류가 존재했다. 변속기는 모두 4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다. 스포츠카에 주로 장착되는 프레임리스 도어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며 ADS라는 전자제어식 현가장치, 뒷좌석 안마 기능, TV가 달린 AV 시스템, 아웃사이드 락 폴딩 스위치가 적용되었다.

이처럼 야심 차게 출시한 엔터프라이즈는 출시해에 IMF로 인해 기아자동차가 무너지면서 이미지가 중요한 고급 세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1997년과 1999년 차례로 체어맨과 에쿠스가 출시되면서 엔터프라이즈의 앞날은 더 어두워졌다.

2001년,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었다. 신규 원형 엠블럼과 외관, 실내를 일부 개선하여 세련미를 강조했지만 체어맨과 에쿠스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2002년,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지 못하면서 준대형 세단인 포텐샤와 함께 단종되었다.

쌍용자동차 체어맨 초기형
(1997년~2003년)

무쏘와 뉴 코란도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쌍용자동차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W124 E 클래스를 바탕으로 고급 대형 세단 체어맨을 출시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석 디자이너인 갈리 헨 도르프가 디자인했기 때문에 체어맨의 디자인은 당시 벤츠의 패밀리룩과 많이 닮았다. 벤츠 특유의 마름모 그릴과 헤드램프의 곡선, 벤츠 특유의 형상과 비율, 리어램프는 네거티브 엠보싱을 넣어 먼지가 잘 씻겨 나가도록 디자인한 디테일까지 고스란히 따랐다.

전통적으로 안전에 민감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인 만큼 체어맨에도 안전 기술을 아낌없이 적용했다. 국내 최초로 40% 오프셋 충돌 테스트를 합격했으며, 4채널 ABS, TCS, ECS가 들어가 있었다. 또한 사고가 발생하면 페달이 멀어지게 하는 기능을 더해 사고 시 하반신에 가해지는 피해를 줄였다. 당시에는 혁신적인 옵션이었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적용된 점도 특징이다.

체어맨은 5미터가 넘는 전장과 벤츠의 파워 트레인으로 경쟁 모델인 다이너스티와 엔터프라이즈를 압도하는 고급스러움을 지녔으며 그 덕분에 쌍용자동차는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체어맨은 2.3리터 가솔린 엔진, 2.8리터 가솔린 엔진, 3.2리터 가솔린 엔진 3가지 모델이 있었다.

체어맨은 전체 판매량의 60~70%가 3.2리터 고배기량 모델이라는 점이다. 포텐샤는 2.0리터, 엔터프라이즈는 2.5리터, 에쿠스도 3.0리터 저 배기량 트림이 주로 판매된다. 이는 그만큼 체어맨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당시 체어맨의 상품성이 얼마나 좋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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