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인해 고공행진하던 기름값이 내려가면서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였다. 평균적으로 휘발유 가격이 1600~1700원대를 유지하던 때와는 다르게 저렴한 곳은 리터당 1200원대 가격표가 붙어있는 주유소도 보이곤 했었다.

좋았던 시절은 엊그제 같은데 잠잠해 질만한 때가 되었는지 요즘은 다시 기름값이 스멀스멀 올라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 리터당 1200원대 주유소는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휘발유와 경유 값은 실제로 지난달 넷째 주부터 4주 연속으로 상승세이며 3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보다 리터(ℓ) 당 9.0원 오른 1359원, 경유 가격은 전주보다 9.3원 오른 1259원의 평균 가격을 유지 중이다.

하락 끝 상승 시작
문제는 기름값의 상승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 2월 둘째 주(1342.7원) 대비 셋째 주(1342.9원)의 상승 폭은 0.2원이었지만, 넷째 주(1345.9원)는 전주보다 3원으로 갑자기 껑충 뛰어올랐다. 3월 첫째 주(1350.3원)의 전주 대비 상승 폭은 3원보다도 더 오른 4.4원이었다.

석유공사 측은 단골 레퍼토리인 “미국 원유 재고가 감소하고 여러 가지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유가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기름값을 내릴 땐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겨우 몇십 원을 내리는데 국제유가가 오른다는 핑계로 기름값은 단숨에 올려버리는 태도는 이번에도 여전했다.

사진 KBS

기름값은 그렇게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뜬금없이 정부는 갑자기 일반인들도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기존 LPG 차량은 1982년 국내에 최초로 도입된 이후로 꾸준히 렌터카와 택시, 장애인용 차량에만 적용되어 왔기 때문에 일반인의 구매가 불가능했는데 지난 13일 일반인도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기름값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시점에서 LPG 차량의 규제를 푼 이유는 무엇일까?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LPG 차량 규제를 완화하였으나..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대책 중 하나로 LPG 차량의 일반인 구매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였다고 발표했다. LPG 차량이 가솔린, 경유 차량보다 미세먼지를 덜 발생시키는 친환경 차량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LPG 차량의 공해물질 데이터를 살펴보면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유차는 1.055g, 휘발유 차는 0.179g인 데 비해 LPG 차는 0.14g로써 실제로 LPG 차량이 가솔린 경유차량보다는 배출량이 낮은 것이 맞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LPG 차량이 연비가 낮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달릴 경우 가솔린 경유차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따라서 친환경 차량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100% 수긍하기 힘들다.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중요한건 현시점에 소비자의 입장에서 LPG 차량을 선택할만한 이유가 딱히 없다는 것이다. 사실 LPG 차량의 장점이라고 하면 저렴한 유류비를 꼽는데 요즘은 LPG 가격이 많이 올라 그마저도 거의 사라지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1359원, lpg의 평균 가격은 797원으로 단순히 단가로 비교하자면 상당히 메리트가 있어 보이지만 LPG 차량의 평균 연비는 가솔린 차량의 7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가솔린 대비 연비가 좋은 디젤 차량과 비교하면 환산연비로 따졌을 시 디젤보다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LPG 차량을 선택할 때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연비인데 이마저 별로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사진 충청투데이
사진 모터리언
사진 모터리언

장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것이 단점이다. 옛날보단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솔린 디젤 차량보다 출력이 떨어지고 일반 주유소 대비 많지 않은 LPG 충전소 때문에 가스 충전에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다.

또한 트렁크에 가스 봄베가 들어가므로 트렁크 공간에서도 희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나오는 차량들은 도넛형 봄베를 적용하여 트렁크 공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차량들도 출시가 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소비자에게 LPG 차량이 일반 가솔린, 디젤 차량보다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사진 서울신문

요즘은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더 강세이다
계속 떨어지고 있는
LPG 차량의 판매량
실제로 LPG 차량의 판매량은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차로는 일반인 구매가 불가능 한 LPG 차량이 5년 이상 된 중고차로는 구매할 수 있었지만 사실상 수요가 거의 없었고 LPG 가스값이 확실히 저렴하던 옛 시절에는 유류비의 메리트가 있었으나 요즘 가솔린 차량들과 디젤 차량들 연비가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LPG 차량을 선택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는 것이다. 연료 효율성 때문에 LPG 차량을 사는 것보다 차라리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막상 구매하려 하면
선택지가 다양하지도 않다
선택의 폭도 그리 넓지 않다. 국내에서 선택할만한 LPG 차량은 대부분 현대 기아자동차의 택시로 판매되는 쏘나타나 그랜저, K7, 르노삼성의 SM6 정도인데 굳이 이 차량들을 LPG로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는 잘 없는 것이 현실이다. LPG 규제를 풀어주며 일반인의 구매가 가능해진 것은 당연히 반가운 사실이지만 사실 미세먼지 저감대책이라는 이유로 급급하게 정책을 만들어 풀어낸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LPG 차량의 대수를 늘려가는 추세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미국은 LPG 차량의 연료 소비세를 갤런당 50센트 깎아주는 제도도 운용 중이다. 또한 디젤 통학버스를 LPG 버스로 전환하여 운행하면 추가적으로 보조금을 준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도 점점 줄어들어가는 디젤의 대체연료로 LPG를 지정하여 세금을 낮춰주고 차량의 보급을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LPG 자동차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일반인의 구매를 제한해 왔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일반인이 LPG 차량을 구매할 수 없었던 여러 이유 중 큰 하나는 바로 ‘세금’이다. 전 세계 어디를 둘러보아도 LPG 차량의 일반인 구매를 제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그동안 산업부는 LPG 차량의 일반인 구매를 꾸준히 규제해 왔었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유류세였다.

LPG 차량들은 택시와 렌터카, 장애인용 차량만 존재하였는데 LPG 1리터에 붙는 세금은 243원으로 경유의 절반 수준, 휘발유의 1/3 수준 밖에 안 되는 것이었다. LPG 차량의 일반인 구매가 허용되어 차량이 늘어난다면 타 유종 대비 걷는 세금이 줄어들게 되고 LPG 차량이 늘어난다면 LPG에 붙는 세금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LPG 차량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여태 규제해 왔던 것이다.

그렇게 여태 규제해 왔던 LPG 차량의 일반인 구매가 가능하게 되었다. LPG 차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분명 LPG 세금은 더 올라갈 것이고 휘발유 디젤 대비 LPG 차량의 연료비 메리트가 더 없어지기 때문에 괜스레 멀쩡한 휘발유 디젤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논리적인 상상에 불과하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니 오늘 글을 읽었다면 앞으로 LPG 차량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천천히 지켜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어찌 되었든 현재 기름값은 계속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LPG 차량의 일반인 보급이 시작되었으나 시장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다. 딱히 LPG 차량을 선택할만한 매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앞으로의 판매량이 어떻게 될지 지켜 봐야겠다. 국제 유가가 오를 때마다 칼같이 올리는 기름값에 서민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LPG 규제를 풀기 전에 유류세 재정비부터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