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동차 키에도 개성을 불어넣는 시대이다. 수많은 자동차의 종류처럼 키 역시 브랜드마다 다양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스마트키가 많이 보편화되었다. 풀 체인지를 거쳐 출시되는 최신 차량들은 대부분 급을 가리지 않고 스마트키가 적용되어 점점 아날로그 타입 자동차 키는 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이다.

물론 편리한 스마트키도 좋지만 일부 자동차 매니아들은 버튼 시동식이 아닌 키를 직접 손으로 돌려서 시동을 거는 아날로그 타입 자동차 키의 손맛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값비싼 슈퍼카들 중 최근까지도 꾸준히 아날로그 타입을 고수하던 차량들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풀 체인지가 늦었을 뿐
그러나 덕분에 아날로그 감성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었다.
구시대 감성 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키를 꽂아 돌려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특유의 손맛이 있다. 문을 여는 것 까진 버튼식 스마트키가 더 편리한 거 같은데 시동을 거는 것만큼은 버튼식보다는 키를 돌려 시동을 거는 게 괜스레 더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 느낌이 바로 감성이 아닐까 싶다. 그놈의 감성 타령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구식 아날로그 키의 손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슈퍼카를 논할 때 언급되는 세 브랜드는 최근 몇 년 전까지도 아날로그 키를 사용하였다.


페라리 458까지
아날로그 키를 사용하던 페라리
슈퍼카는 최신 기술의 집약체이므로 스마트키도 남들보다 빠르게 적용이 될 거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표적인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는 2015년 출시된 페라리 458의 마지막 버전 458 스페치알레까지도 꾸준히 아날로그 타입의 키를 고수하였었다.

2000년대 초반 F430까지 적용되던 특유의 짧은 아날로그 키는 빨간 페라리 로고가 중앙에 있고 키도 고급스럽게 케이스에 포장되어 나오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458처럼 한 번의 디자인 변경을 거쳤지만 2015년까지 페라리는 스마트키를 사용하지 않았었다. 페라리 오너들 역시 아날로그 키에 대한 불만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2016년 페라리 488 이 출시되면서 페라리 최초로 스마트키를 적용한 차량이 등장하였다. 다른 어느 브랜드보다도 고집이 센 페라리의 스마트키 적용은 시대를 따라간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나오는 페라리 차량들은 모두 스마트키를 적용하여 더 이상 손맛을 즐기는 아날로그 타입의 키는 볼 수가 없다. 페라리는 F430 이후로 출시된 차량들은 꾸준히 스티어링 휠의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아우디 스타일의
스마트키를 사용하는
람보르기니
페라리가 나왔으니 라이벌 람보르기니도 살펴보자. 람보르기니는 2000년대 베이비 람보로 활약한 가야르도가 마지막 아날로그 키였다. 2015년 가야르도의 후속 모델 우라칸 LP-610이 공개되면서 아벤타도르와 함께 아우디 스타일의 스마트키로 변신하였다.

람보르기니의 실내 버튼류나 인테리어 구성, 차 키를 보면 아우디의 손길이 짙게 베여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같은 폭스바겐 그룹 집안의 형제들이기 때문에 피를 나누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라칸은 V10 엔진 역시 아우디 R8과 같이 사용하며 두 브랜드는 본인의 색깔에 맞게 세팅을 하여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도 2014년까지는 아날로그 키를 사용했던 것이다.


스마트키로 변하였어도
여전히 손맛을 느낄 수 있는 포르쉐
포르쉐의 아날로그 키 역시 페라리처럼 브랜드 로고를 중앙에 새겨서 포르쉐 만의 자부심을 드러내었다. 처음에 포르쉐의 키가 특유의 유선형 디자인을 자랑하는 키로 바뀌었을 때 도어 오픈은 버튼으로 할 수 있지만 시동은 스티어링 휠의 좌측에 위치한 키박스에 키를 꽂아 돌려야 시동을 걸 수 있는 방식을 유지하였다. 911의 차체를 형상화한 포르쉐의 키는 다른 제조사에서 볼 수 없는 포르쉐만의 독특한 자랑거리이다.


포르쉐는 아직까지 손으로 직접 돌려서 시동을 거는 옛날 감성을 살려주고 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신형 코드네임 992 911은 스마트키를 사용하되 기어 박스에는 시동을 걸 때 사용하는 레버를 남겨두어 운전자들이 손맛을 여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한 모습이다. 키를 직접 꽂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래도 포르쉐는 아직까지 아날로그 감성을 살려주고 있다.

포르쉐의 키박스가
왼쪽에 있는 이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화지만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다시 한 번 소개해 본다. 다른 브랜드들과는 다르게 포르쉐의 모든 차량들은 항상 키박스가 스티어링 휠의 우측이 아닌 좌측에 위치한다. 키박스가 좌측에 있는 이유는 초창기 자동차 레이싱이 시작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레이싱은 운전자가 차량 밖에서 대기하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면 일제히 차량에 탑승하여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이때 포르쉐는 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하여 하나의 아이디어를 내었다.

왼손으로 차량의 시동을 걸고 오른손으로는 기어 변속을 하여 곧바로 출발을 할 수 있게 키박스를 왼쪽으로 옮긴 것이다. 이렇게 레이싱 DNA로 탄생하게 된 포르쉐의 전통적인 왼쪽 기어 박스는 지금까지 유지가 되고 있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아날로그 키
우리의 일상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전화를 걸고 받는 용도였던 휴대폰은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되었고 지금은 쇼핑과 정보검색, 내비게이션까지 일상 속의 거의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자동차의 스마트키 역시 꾸준히 진화하고 있으며 벌써부터 키에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며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제조사들이 생겨나고 있고 구식 아날로그 키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자동차의 스마트키도 점점 기능이 다양해져 여러 제조사들이 기능으로 경쟁하는 스마트폰처럼 재미있는 필수품이 될 수도 있겠다.


키를 직접 키박스에 꽂아 손으로 돌려 시동을 거는 구식 아날로그 타입과 편리한 버튼으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한 최신형 스마트키 중 당신은 어떤 감성을 좋아하는가? 어느 쪽도 정답은 없다. 필자는 점점 사라져 가는 아날로그 키의 감성을 조금 더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동차에 있어서 가장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 주제가 바로 감성이다. 사람마다 모두가 느끼는 것이 다르고 정해진 정답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