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는 많이 팔린다?

어찌보면 맞는 말이고 틀린 말 일수도 있다. 좋은차는 많이 팔리기도 하지만 좋은데 잘 안팔리는 차량도 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당연히 수익창출을 목표로 차량을 제작한다. 차량이 많이 팔려야 수익이 생기고 후속모델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전만 하더라도 국내의 수입차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순위권 밖이였지만 양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현재의 수입차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보아도 인상적인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는 차량들이 꽤 많다.


벤틀리 세계 판매량 1위는 서울?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나빼고 다 잘사는 것인지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벤틀리의 판매량은 세계 순위권에 들어간다. 벤틀리는 대당 2억원이 넘는 세계 3대 명차중 하나이다.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명차 벤틀리는 연간 판매량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는 회사이다.

그런 벤틀리가 한국에 공식적으로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14년 벤틀리 플라잉스퍼는 서울전시장에서 전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하였다. 세계 3대 명차인 벤틀리가 중동의 부호들과 미국 유럽시장을 제치고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가 된 것이다. 벤틀리도 한국에서 이렇게 많이 판매가 될 것 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워낙 소수의 고객들만이 살 수 있는 차량이다 보니 절대적인 판매량으론 다른 차량에게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18년 한해 동안 벤틀리 플라잉스퍼는 한국에서 180대가 판매되었고 최근 출시된 SUV 벤테이가는 50대가 판매되었다. 벤틀리는 신형 컨티넨탈 GT가 공개되었는데 정식 수입이 되어 판매가 된다면 벤틀리의 전체 한국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에서만 성공한
폭스바겐 페이톤
폭스바겐 페이톤은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유달리 한국과 중국시장 에서만 성공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해외에서는 죽을 쓴 차량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피셜 사진의 차량도 마치 현지 공략용 모델인 것처럼 중국 번호판을 달고 있다.

폭스바겐은 원래 고급차량을 만드는 기술력이 뛰어난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차 이미지 개선을 위하여 파사트보다 고급스러운 플래그십 세단 페이톤을 만들어 냈으나 이미 굳건한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페이톤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까웠다. 독일 3사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사이에서 페이톤이 빛날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 페이톤이 국내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는 당시 국내에서 폭스바겐의 인기가 워낙 좋았었다. 2010년대 초반 폭스바겐 골프 디젤이 국내에서 대박을 치면서 폭스바겐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는 시점 이었고 페이톤 3.0 디젤 모델이 8,740만원 이라는 매력적인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에쿠스를 살돈에 조금더 보태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페이톤을 선택하는 구매자가 많았던 것이다. 국내시장 에서의 긍정적인 폭스바겐 이미지와 함께 가성비 좋은 가격으로 승부를 봐서 성공한 페이톤은 차가 좋았다기 보단 시기를 잘 타고난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써 성공한 사례이다.


벤츠 브랜드를 달고
오히려 더 잘팔리는
마이바흐 S클래스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세계 3대 명차중 하나 였던 마이바흐가 벤츠 S클래스의 상위버전으로 출시가 되며 벤츠 마크를 달고 출시가 되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진정한 ‘마이바흐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는 냉담한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마이바흐 S500과 S600은 불티나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서 역시 세계 3대 명차 브랜드중 압도적인 판매량 1위는 마이바흐 S클래스이다. 2018년 한해 국내시장에서의 판매량은 마이바흐 S클래스 431대, 벤틀리 259대, 롤스로이스는 86대를 판매하였다. 마이바흐 S 클래스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S560, S650으로 바뀌어 올해도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수입차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차는 E 세그먼트 차량인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이다. 경차와 소형차를 선호하지 않고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즈의 세단을 가장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에 딱 맞는 두 차량이다.

E클래스는 2018년 35,534대를 판매하면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였고 5시리즈는 그 뒤를 이어 23,318대를 판매하며 2위를 차지하였다. 두 차량을 합치면 작년 1년 동안만 국내에 5만대의 E클래스와 5시리즈가 풀렸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량이 되었다. 남들 시선을 신경 쓰고 겉으로 보이는게 중요한 우리나라의 정서에 매우 잘 맞는 두 차량이다.



아빠의 스포츠카
포르쉐 파나메라
포르쉐 파나메라는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를 먹여 살리는 판매량의 1등 공신이다. 처음 두 차량이 나왔을 때 골수 매니아 들은 흉측한 포르쉐라며 비판을 했지만 시장에선 유례 없는 판매량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브랜드의 수익 창출에 큰 효자 역할을 하였다.

국내에서도 2018년 파나메라는 1,925대를 판매하여 360대가 팔린 911을 멀리 따돌리고 판매량 1등을 차지하였다. 4도어 쿠페 스타일의 스포츠카 포르쉐 파나메라는 패밀리 카로도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 덕분에 많은 아빠들의 드림카로 자리 잡았다. 패밀리 카로 사용할 수 있는 스포츠카라니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와이프의 허락을 받기에도 문제없다.


반대로 국내에서
폭망한 자동차
국내에서 성공한 여러 차량들이 있다면 당연히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국내에 야심차게 출시를 하였지만 폭망한 차량들도 있다. 자동차 시장은 각 나라와 지역마다 소비자가 원하는 취향과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는 차량이라도 판매할 현지에 얼마나 알맞고 수긍할 수 있는 가격으로 출시 되는 것이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두 차량을 살펴보자.

쉐보레 이쿼녹스의 처참한 국내 판매량
‘신차효과’ 마저 없었던 쓸쓸한
쉐보레 이쿼녹스
작년 부산모터쇼 이후로 국내에 출시된 쉐보레의 이쿼녹스는 그야말로 폭망의 길을 걸었다. 출시 첫 달 385대라는 형편없는 판매량을 기록한 뒤 그 다음달 은 거기의 절반 수준인 191대로 추락한 모습이다. 수입차 보다도 안팔리는 국산 신차가 되어버린 것이다.

신차가 이렇게 처참한 판매량을 보인 것은 전무후무 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쿼녹스는 투싼과 싼타페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사이즈와 함께 2.0이 아닌 1.6디젤엔진을 장착했음에도 2,945~3,882만원의 비싼 가격대로 출시가 되어 소비자들은 냉정하게 외면하게 되었다. 쉐보레의 국내 가격정책을 보면 차팔 생각이 애초에 없는 듯 하다.


유럽시장 에서 성공한
르노 클리오 국내는 글쎄
프랑스는 국내의 자동차 문화 특성상 소형차를 잘 만드는 나라이다. 르노 클리오는 1990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누적 판매량 1,500만대를 자랑하는 르노 그룹의 베스트셀러 효자이다. 꽤나 다부진 디자인과 함께 출중한 기본기로 무장한 르노 클리오는 유럽시장에서 성공한 좋은 차량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해치백 무덤이라는 국내시장 공식의 그대로 부진한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클리오는 분명 괜찮은 차량이 맞다. 가격 역시 1,954~2,278만원으로 그렇게 터무니 없이 비싸지도 않다. 하지만 국내에선 저 가격이면 대부분의 소비자가 아반떼를 사는 것이 문제이다. 현대자동차의 I30역시 저조한 판매량을 보여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국내의 해치백 시장은 여전히 어둡다.


세상엔 다양한 자동차들이 있다. 그리고 좋은 차인데도 가격이 비싸거나 시장의 성향에 맞지 않아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는 차량들도 많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나 좋은 차량임에도 쓸쓸한 판매량을 보이는 몇몇 차량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참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