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자동차는 돈이 많은 부자들의 상징이었다. 자동차 한 대가 집값에 버금갈 정도로 비쌌기 때문에,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집은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그랜저가 있었다. 중후한 이미지와 커다란 차체로 성공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2020년 현재로 돌아와서 그랜저를 바라보면, 과거의 부자들만 타는 자동차가 아닌, 국민차의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리고 그 판매량이 증명을 해주고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고 많은 소비자들에게 갑론을박의 대상이었던 그랜저가, 이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릴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판매 중인 그랜저는 6세대 모델로, 2016년 출시되었고, 2019년 말에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모델이 출시되었다. 공개 당시엔 너무 많은 변화를 거친 디자인이 논란이 되었다. 마름모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 이 그릴에 침범한 헤드램프 등 파격적이라는 표현이 걸맞았다. 특히 네티즌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사전 계약 첫날에 15,973대라는 현대차 내부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0년의 판매량을 살펴보자. 그랜저의 2020년 1월 판매량은 9,196대로 1위에 올랐다. 2019년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판매량이 저조했고, 새로 출시한 신차 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준수한 출발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월엔 7,519대로 포터 2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로, 그랜저뿐만이 아닌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도 큰 타격이 컸고, 설 연휴로 인한 영업일 감소, 개별소비세 종료로 인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소비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이로 인해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정부는 2019년 12월 31일부로 종료했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을 다시 꺼냈다.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에 힘입어 그랜저는 2020년 3월 판매량 16,586대라는 역대급 수치를 달성하게 된다. 이어서 4월엔 15,000대, 최근 발표된 5월 판매량엔 13,416대의 성적을 보여준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그랜저는 2019년 한 해 판매량이 66,039대였다. 하지만 2020년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1월부터 5월까지의 판매량은 61,717대다. 놀라운 판매량인 것과 더불어 이 기세로 올해를 보낸다면, 총 110,000대, 혹은 120,000대의 판매량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랜저는
준대형 세단이다

주로 높은 판매량을 올리는 모델은 쏘나타, K5와 같은 중형 세단이거나, 싼타페와 쏘렌토 같은 중형 SUV의 비중이 높다. 그러나 그랜저는 준대형 세단이다. 준대형 세단이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가격대도 높은 편이다. 일반 모델의 시작 가격은 3,212만 원이고 최고 트림인 캘리그래피의 가격은 4,287만 원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에도 3,646만 원부터 시작하여 캘리그래피는 4,432만 원이다. 여기에 각종 옵션을 더하면 5,0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가장 많이 선택되는 중간 트림인 프리미엄 초이스에 기본적인 옵션만 추가하더라도 3,000만 원 후반대의 가격대를 보인다. 높은 가격대의 모델이 판매량 1위를 달성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개인 소득의 상승과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국산차 중 높은 가격을 보이는 그랜저가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개인 소득의 상승이다. 과거에 비해 중산층이 늘어나 그랜저를 가시권에 둘 정도로 경제력이 상승한 가구들이 늘어났다. 또한 현대차의 가격 정책인 하위 모델과 교묘하게 겹치는 금액으로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위 급의 모델을 살 수 있지 않을까?‘는 심리를 잘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19년 12월 31일부로 종료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한시적으로 부활한 것도 한몫을 한다. 6월 말까지 그랜저를 구매하게 될 시 최대 143만 원의 할인을 받게 되어, 실구매자들의 구매 욕구가 상승한 것도 큰 이유다. 하지만 7월부터 연말까지는 축소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을 적용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그랜저 판매량이 어떻게 변화될 건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높아진
법인차의 비중

개인 명의의 차량이 아닌, 사업자 법인 차량으로 이용할 경우,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는 사회적 제도로 인해 평소라면 그랜저를 구매하지 않았을 소비자가, 구매 고민과 더불어 실제 구매까지 이루어졌다. 때문에 그랜저 판매량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택시와 렌터카도 한몫을 했다. 현재 쏘나타는 택시 모델을 생산하고 있지 않지만, 그랜저는 택시 모델도 생산 중이기 때문에 택시 수요도 그랜저로 몰렸다. 여기에 차량을 구매하지 않고, 렌트로만 운용을 하는 소비자들도 많이 늘어난 것도 그랜저 판매량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그랜저라는 이름값
그리고 가성비

그랜저라는 이름값도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 당시 국내에서의 그랜저라는 차는 벤츠의 S 클래스와도 같은 이미지였고, 현대차가 광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성공한 사람들의 자동차‘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또한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로 분리가 된 후, 현대차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세단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수입차와 비교했을 때, 좋은 가성비도 빼놓을 수 없다. 브랜드의 명성과 가치를 제외하고 판단했을 때, 비슷한 차급의 수입차 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과, 각종 편의 및 안전사양이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고, 현대차의 강점인 실내 공간 활용도로 인해 가성비 모델로 꼽힐 수 있다. 동급의 국산차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큰 차‘다. SUV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플래그십인 팰리세이드가 기존의 SUV들 보다 많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고, 국내로 수입되는 수입차들도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모델들은 준대형급 세단이다. 그랜저도 이러한 트렌드에 아주 잘 맞는 모델이다.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우리나라만의 색다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 또한 거세다. “부자 많네”, “땅덩어리도 좁은 나라에 무슨 대형차냐”, “유럽처럼 소형차나 해치백을 선호해야지”, “주차장도 작아 죽겠는데, 차는 점점 커지네” 등의 부정적인 의견들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를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또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