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일어나는 교통사고, 무엇을 기준으로 처벌될까?
’12대 중과실’로 개정되며 ‘화물고정조치 위반’ 항목 추가돼
이외 법의 사각지대 놓인 안전 관련 사고도 존재, 법 개정 필요해
[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교통사고율에 따라 교통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나뉠 정도로 ‘교통사고’라는 토픽은 국제적으로 큰 이슈이자 문제다. 사고 자체가 아예 나지 않을 수는 없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지만 기계는 실수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공계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말이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이 모두 들어간 완전 자율주행차도 사고를 낼 정도로 교통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교통사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일반 과실 사고’, 둘째는 ‘중과실 사고’, 셋째는 ’12대 중과실사고’다. 어떤 사고냐에 따라 처벌의 정도도 달라진다.
교통사고특례법상 일반 과실 사고와 중과실 사고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뤄지거나 종합 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경우 공소권이 없기 때문에 처벌되지 않는다. 반면 12대 중과실 사고의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나 종합 보험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처벌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지난 1982년부터 시작됐다.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형서 처벌 등의 특례를 위해 재정한 법률이다. 이와 관련된 중과실 사고는 과거 8대 중과실부터 시작해 10대 중과실, 11대 중과실, 최근엔 한 가지가 더 늘어나 12대 중과실이 되었다.
과거 8대 중과실에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횡단보도 사고, 과속,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철길 건널목 통과 방법 위반, 앞지르기 방법 위반까지만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버스 문을 닫지 않고 운행하다 승객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승객 추락 방지 의무 위반 항목이 추가됐고, 차량이 인도를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보도 침범 항목이 추가되어 10대 중과실이 되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항목이 추가되기도 했다. 어린이보호구역을 운전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 의무 위반 항목이 추가되어 11대 중과실이 되었다.
12대 중과실로 개정되면서 추가된 것은 ‘화물고정조치 위반’ 항목이다. 최근 화물차의 적재 불량 및 과적 등으로 인한 사고가 이슈로 떠올랐었다. 화물이 도로에 떨어져 사고가 나거나, 고정되지 않은 화물이 차량을 덮치는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은 시민들도 있다.
적재 불량 화물차는 도로를 달리는 흉기와 다름없다. 이에 대한 처벌을 더욱 엄중히 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3일부터 ‘화물고정조치 위반’ 항목이 추가되어 12대 중과실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으론 화물 업계 종사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역할도 한다.
안전을 위한 항목이 하나 추가됐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허점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안전 관련 법률과 처벌은 이미 미약하거나 허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화물고정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12대 중과실로 개정되기 전에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부상 사고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이제는 적재 불량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어 엄중히 처벌된다. 이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사고가 나지 않고 단속에만 걸릴 경우에는 범칙금 4~5만 원이 전부다. 벌점도 15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살인 미수를 처벌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격이다”, “사고가 나지 않아도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화물차 운전자 강하게 단속해야”
“구조적 문제로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것”
화물차 운전자 단속을 늘리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일까? 적재 불량 화물차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동의한다. 다만, 화물차 적재 불량은 단순히 화물차 운전자의 비양심적인 행동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깊은 사회 구조적 문제도 함께 있다는 것도 이미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다.
화물차의 적재 불량으로 인한 사고가 이슈로 떠오르자 한때 정부는 단속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사회 구조적 문제부터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노사 간의 이해관계, 특정 자동차 브랜드의 트럭 시장 독점, 시간에 쫓기는 구조에 놓인 화물차 운전자, 화물차 회사의 갑질 등 우선적으로 고쳐야 할 사회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엄격하지 못한 규제에서 비롯되니 안일한 생각으로 적재 불량을 일삼는 운전자도 있다. 그러나 회사의 부당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불량 적재를 하는 운전자도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이미 인지되고 있는 문제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기 전에 대상을 제대로 선정했는지 정부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결코 화물차 운전자만 단속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불량 적재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회사 역시 엄중한 단속과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한다.
화물차의 적재 불량 외에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안전 관련 사고가 많다.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한 처벌 및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라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한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던 모녀를 덮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6살 딸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엄마는 크게 다쳤다.
여기에는 현행법상 아파트 단지는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는 12대 중과실의 책임을 면하게 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를 알게된 아이의 부모는 “아파트 단지 내의 사고도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라는 내용을 청와대에 청원했다.
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도로 외 구역 등에서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해 보행자가 다치는 교통사고를 낸 가해 운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교통사고처리특례법’개정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정부는 도로 외 구역에서도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했을 때 서행 및 일시정지하도록 하는 ‘보행자 보호 의무 조항’을 도로교통법에 신설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법 개정은 언제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그나마 개정된 법안 역시 허점이 많아 시민들의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고, 법은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한다. 빠져나가기 좋게 만들어진 개정안들은 과연 순수하게 국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