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담 커진 중산층
유산세 방식이 큰 원인
결국 상속세 개편 논의

“부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가족들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정신적 충격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거액의 세금 부담까지 마주할 수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사망자의 2% 미만이던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2022년 5%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극소수 고자산가만 내던 세금이었지만, 부동산 가격과 자산 가치가 급등하면서 중산층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속세 개편이 23년 만에 논의되는 이유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여전히 유산세 방식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유산세 방식은 고인의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상속받을 사람이 많을수록 1인당 부담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의 유산을 남긴 경우 단독 상속자는 공제 후 약 38억 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만일 동일한 100억 원을 100명이 나눠 상속받으면 각자 3,800만 원씩 내게 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금액에 따라 개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즉 현행 한국 방식은 유산세는 상속자가 몇 명이든 관계 없이, 전체 유산에 대한 세금을 계산한 뒤 이를 나누지만 논의 중인 유산취득세는 상속자마다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한다. 상속인이 처한 경제적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사망’이 불이익이 되는 현실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15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남편 단독 명의로 보유한 부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면, 아내는 배우자 공제 5억 원과 일괄공제 5억 원을 적용받아 나머지 5억 원에 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동일한 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보유했다면, 남편이 사망해도 아내가 상속받는 금액이 7억 5,000만 원이 되어 공제 한도 내에서 해결되므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같은 자산을 보유했더라도 명의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생전 소득세나 취득세를 납부한 자산에 다시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 논란을 불러온다. 부모가 평생 동안 소득세를 내고 형성한 재산에 최대 50%의 상속세가 추가로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상속세 찬성 측에서는 상속이 상속인에게는 ‘노력 없이 얻은 소득’이므로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증여세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과세되는데, 부모가 생전에 재산을 증여하면 일정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미처 증여를 준비하지 못한 경우 상속세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사망이 오히려 세금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 금융권에서는 상속·증여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만약 세금이 공정하게 부과되는 구조였다면 굳이 사전 증여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사망 시점과 재산 정리가 미리 준비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세금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유족 입장에서는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예정되지 않은 죽음’ 때문에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까지 감당해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일본(55%) 다음으로 높다는 점이 자주 언급되지만, 이는 세제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상속세율이 낮거나 없는 국가들도 다른 방식으로 상속세를 부과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 유산세의 기본 공제액이 1,290만 달러(약 170억 원)에 달해 대부분의 미국인은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상속받은 자산을 매각할 때 최대 20%의 자본이득세를 부과한다.
캐나다는 사망자의 모든 자산을 시장가격으로 매각한 것으로 간주하고, 취득가액과의 차액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즉, 상속세라는 명목의 세금은 없지만 사실상 소득세를 통해 과세가 이뤄진다. 호주 역시 상속 시점에는 과세하지 않지만, 상속받은 자산을 나중에 매각할 때 원래 소유자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자본이득세를 부과한다. 결국 해외 사례를 보면 한국과 같이 사망 시점에 세금을 집중적으로 부과하는 구조는 드물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상속세는 경제 상황에 따라 변화해 왔다. 경제개발이 필요했던 시기에는 세율이 낮아졌고, 반대로 사회적 재분배가 필요할 때는 강화됐다. 이번 상속세 개편 논의도 단순한 세금 조정이 아니라, 향후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적 선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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