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 후 재규제 발언
엇갈린 토허제 기준에 대한 논란
시장 혼란 가중 및 투자자 불안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재규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남권 일부 지역의 토허제를 해제한 지 한 달 만이다. 당초 서울시는 토허제 해제 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미미하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재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2월 12일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의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거래가 불가능했던 지역에서도 매매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단의 시기에 선택됐던 토지거래허가제는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시장 안정화 기조를 내세웠다.

그러나 해제 이후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하고 일부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자, 서울시는 한 달 만에 재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 시장은 3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파트값 상승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 직후인 3월 9일 “해제 전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미미하다”고 발표한 것과 대조적인 입장 변화다. 하루 만에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시장에서는 혼란이 커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개발 예정지나 투기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투기적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로,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를 매매할 경우 관할 구청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주택 거래의 경우 2년간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매매만 허용되며, 임대나 전세를 활용한 이른바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토허제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부동산 투기가 심화했고, 이에 따라 지가 상승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과 일부 도시 지역의 개발 예정지를 중심으로 토지거래를 제한하는 허가제를 도입했다. 다만, 당시의 토허제는 이름 그대로 토지 거래에 초점을 맞춘 규제였다.
그러나 2020년 이후 토지거래허가제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주택과 상가까지 포함되었다. 아파트 역시 대지지분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토지로 간주하여 규제 대상이 된 것이다. 결국,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실거주 의사나 자금 조달 능력이 없는 매수자의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쉽게 말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금지되었으며, 매매 대금을 전액 마련할 수 있는 매수자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정되었다.

학계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가 가격 억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주최한 시민토론회에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토허제의 실효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6월 강남권 잠실·삼성·대치·청담동(잠삼대청)이 토허제로 지정된 후 초기 2년 동안 인접 지역의 주택 가격이 약 9.5%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로 전환되며 약 4%의 상승률을 기록해, 시간이 지날수록 규제 효과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토허제 해제 과정에서 신축 아파트는 규제에서 풀렸지만, 재건축 대상인 구축 아파트는 여전히 토허제 적용을 받으면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는 투기 우려가 있어 규제 해제를 보류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신축 아파트가 전세가율이 높아 갭투자가 용이해 투기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토허제가 특정 지역과 주택 유형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면서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토허제에 묶인 지난 5년 동안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 잠실동의 거래가 줄어든 반면, 인근 도곡동, 개포동, 반포동 등지에서는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 후 한 달 만에 다시 규제를 검토하면서 시장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규제를 풀었다가 다시 원복하는 것은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흔드는 행위”라며 “이런 발언이 시장에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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