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이제 현대와 기아는 ‘난형난제’일지도 모른다. 과거엔 각자의 길을 걷던 제조사들이었지만,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후 현재는 현대자동차 그룹으로 서로 끈끈하게 묶여있는 형제 관계다. 같은 소속이긴 하지만 사업 운영 시장이 같기 때문에 그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라이벌인 쏘나타와 K5, 그랜저와 K7, 싼타페와 쏘렌토가 그 예다.

오랜 기간 기아는 동생 대우를 받아왔다. 개발된 새로운 기술들은 현대차에 먼저 적용한다거나,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용도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현대차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던 기아가 수년에 걸친 꾸준한 발전으로, 이제 턱밑까지 쫓았다. 이제는 누가 낫고 못함을 정하기 어려워져 누구를 형이라 하고 누구를 아우라 해야 하는지 정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오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둘의 관계에 집중해 보려 한다.

판매량이 입증해 주는
만년 2위의 신바람

기아의 상승세는 최근 3년간의 국산차 판매 실적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2019년 국산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가 70만 1,065대를 판매해 43.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기아는 55만 6,750대를 판매하여 34.7%의 점유율을 기록해 2위에 그쳤다. 2019년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판매량 격차는 14만 4,315대였다. 2020년에는 현대차가 66만 791대, 기아가 55만 6,245대를 판매하며 판매량 격차는 10만 4,546대로 눈에 띄게 줄었다.

줄어드는 격차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판매된 국산 자동차 판매량 중 현대차는 29만 9,848대, 기아는 27만 7,942대로 차이는 2만 1,906대이다. 2019년부터 2021년에 이르기까지 매년 판매 실적 격차를 반 이상씩 줄여나가고 있다. 이 기세면 곧 역전이 코앞이다.

소형 SUV도
중형 SUV도
세단도 1위 빼앗겼다

오랫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오던 현대차 모델을 뛰어넘는 기아차 모델까지도 생겨나 현대에게는 더 위협이 된다. 소형 SUV에서 기아의 셀토스는 현대차의 코나를 누르고 질주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2만 1952대가 팔리며 6,139대 판매에 그친 코나를 약 3배 가까이 따돌렸다. 중형 SUV 부문에서도 이전까지는 현대차의 압도적인 우세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싼타페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높은 격차로 쏘렌토를 따돌리며 건재했다. 그러나, 기아 쏘렌토가 성공적 풀체인지를 이뤄내는 동안 싼타페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로 소비자들 사이의 극명한 호불호를 겪으며 일부 고객들이 이탈했다. 결국, 기아의 쏘렌토는 1위 자리를 탈환했고, 올해 상반기조차도 쏘렌토가 3만 9,974대로 2만 1,722대 팔린 싼타페를 누르고 있다. 중형 세단에서 오랜 기간 최강자였던 쏘나타가 K5의 엄청난 히트에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해외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
거두고 있는 기아

기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북미 시장의 텔루라이드처럼 대박 나는 모델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텔루라이드는 모터트렌드 주관 2020년 올해의 차 SUV 부분에 선정, 카앤드라이브 2019 베스트카 10 선정, 2020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되는 등 여러 상을 휩쓸며 쾌거를 거두며 큰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는 텔루라이드에 이어 피칸토도 다양한 인포테인먼트의 적용으로 효자 모델로서 글로벌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피칸토는 해외판 모닝으로,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300만 대를 넘어섰는데 유독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렇게 K5와 쏘렌토 등 볼륨 차종을 중심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혀가고 있던 기아는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디자인은 형 이겨요”
비주얼 앞세워 질주

아무래도 형이 더 잘나가야 하는 환경이 형성되어야 하다 보니 기아는 매번 서자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 현대차의 그늘에 가려져 현대차를 뛰어넘기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과거와 다르게, 요즘은 기아가 디자인과 상품성 측면 모두 현대차를 뛰어넘는 것 같다는 반응들이 많다. 특히나 디자인 측면에서는 확실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기아는 ‘디자인 기아’를 외치며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고, 자신들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중형차 구매 연령층이 크게 낮아지면서 디자인에 초점 맞추는 추세가 강해졌을 때, 스포티한 디자인의 K5 등장으로 구매 희망자가 몰려 큰 성과를 이뤘다.

신형 스포티지 등장
이제는 사전 계약 기록도 이기네

근래에 들어서는, 기존 현대차 소비자들까지도 점점 끌어모으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되는 기아의 신형 스포티지는 지난 6일 사전 계약을 실시했다. 해당 모델은 더 커진 차체 크기와 대거 탑재된 최첨단 사양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국내 브랜드 최초로 트레인 모드에 적용한 오토 기능은 지형 조건에 따라 4WD, 엔진, 변속기, 제동 시스템을 통합 제어해 자동으로 최적의 주행 성능을 구현한다.

이런 소식 때문이었는지, 신형 스포티지는 첫날에만 1만 6078대가 사전 계약되며 준중형 suv 부문에서 최고 기록을 얻었다. 이는 쏘렌토에 이어 국내 SUV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사전계약 실적이다. 더불어 지난해 9월에 있었던 현대차 4세대 투싼의 사전계약 첫날에는, 1만 842대가 계약됐는데, 4세대 투싼이 세운 이 기록을 신형 스포티지가 가로채면서 현대차는 기아에 사전계약 기록마저 1위 자리를 내줬다.

자동차 시장 승부는
기세지

어느새 현대차의 주력 모델들을 위협하는 기아 모델이 많아졌다. K8 역시 그랜저의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한 솥밥 먹는 식구인데, 누가 잘나가느냐 마느냐가 무슨 소용이냐”, “어차피 현대기아차가 국산차 점유율 제일 높은데, 둘 다 이득이지 뭐”, “의미 있는 싸움일까 의문이 드네”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분위기 흐름을 잡는 게 매우 중요하다. 기세를 뺏기면 안 되는데 현대차는 형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싶다면, 지금 기아에게 넘어가고 있는 흐름들을 끊을 수 있는 새로운 쉼표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