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에 자리 잡은 것은 얼마되지 않았은 일이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에 제조사들은 꾸준히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본인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을 중심으로 고려하고 구매할 것이다. 전기차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외관디자인, 인테리어, 가격 등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부분은 바로 주행거리이다.

아직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전기차를 구매한다면 충전해서 타고 다니는 것이 걱정일 것이다. 그렇기에 1회 충전주행가능거리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된 수입 전기차들이 소비자의 기대만큼 국내 공인 주행거리가 나오지 않아서 제조사에서 직접 실험을 통해 자사 전기차들의 효율을 증명하고 있다. 수입해서 들어오기 전과 국내에 들어온 후의 전기차 주행거리가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은 전기차 주행거리의 측정방식과 이로 인해 생기는 상황들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유독 국내에 들어오면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유럽산 전기차들

메르세데스-벤츠 EQA, 아우디 e-트론 같은 프리미엄 전기차부터 르노 조에, 푸조 e208과 같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까지 국내 시장에도 다양한 전기차 모델들이 수입되어 출시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 불이 붙은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고 주행거리 200km를 넘기는 전기차도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1회 충전으로 300~400km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 대부분이고 그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차량도 늘고 있다.

한편, 기술발전으로 전기차들의 주행거리는 점점 늘고 있는데 이상하게 해외 전기차가 국내에 수입되어 들어오기만 하면 주행거리가 짧아지고 있다. 아우디 전기차 ‘e-트론’은 유럽기준 최대 주행거리가 436㎞였지만 국내 기준으로는 307㎞에 불과했다. 테슬라 모델3 역시 유럽기준으로는 560㎞에 달했지만 국내기준은 446㎞에 그쳤다. 어떻게 유럽에서 인증받은 거리와 국내 인증 거리가 100km이상 차이 날 수 있는 것일까?

국내에 들어오면
주행거리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출시된 수입 전기차를 살펴보면 ‘WLTP 기준 310km 주행, 환경부 기준 240km’와 같은 표기로 서로 다른 주행가능 거리를 표시한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기관과 인증한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이나 국가에 따라 다른 측정방식으로 전기차의 주행가능 거리 측정한다. 세계적으로 4가지 기준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EPA, 유럽의 NEDC와 WLTP, 그리고 국내에는 환경부 측정 기준이 있다.

다만 유럽의 NEDC는 1970년 처음 도입되어 오랜 기간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 측정 기준이 됐음에도 급가속이나 에어컨을 켠 상태 같이 다양한 주행환경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테스트 환경이 다양하고 기준이 엄격한 다른 방식들보다 주행거리가 훨씬 길게 나왔고 결국 2017년부터 NEDC 방식이 아닌, WLTP 기준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주행거리 측정방식

WLTP는 UN 자동차 법규 표준화기구에서 준비한 새로운 연비 측정 방법이다. 국내에 수입된 전기차의 경우 WLTP기준 몇 km라는 식의 전기차 주행가능거리를 표기하기도 한다. 2017년 9월부터 유럽연합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최신 유럽차는 모두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다양한 주행환경 속에서 테스트하기 때문에 NEDC보다 테스트 방법이 실제 운행 환경과 가깝다. 하지만 전기차의 급가속, 에어컨/히터 사용, 주행 모드 변경 등을 반영하지 않고, 순수 주행 거리로만 측정한다. 측정 평균속도는 시속 47㎞, 최고속도는 130㎞로 설정하며, 도심 주행에 초점을 두고 인증한다. 외부 온도나 배터리 상태에 때라 편차가 생기는 변수도 포함하지 않는다.

미국 환경보호청인 EPA는 우리나라의 환경부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EPA에서 연비 및 배기가스 관련 인증을 진행한다. 국내 인증 절차나 테스트 방법을 만들 때 EPA 기준을 상당부분 참고했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 측정방식과 비슷하다. EPA에서는 전문 테스터 드라이버가 완충된 전기차를 시뮬레이터 위에서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주행한다. 실험실 안에서 가상주행을 하기 때문에 측정한 값은 외부온도나 배터리 상태 같은 것을 고려해서 70%만 반영한다. ‘멀티 사이클 테스트, MCT’이라고도 불리는 미국 인증은 현지 특성상 고속 운전에 초점을 두고 인증을 시행한다.

국내의 전기차
주행거리 측정방식

국내에서는 환경부가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부가 자체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아니고 허가된 기관에서 테스트한 시험 성적서를 제출하면 인증해주는 형태이다. 미국의 측정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도심주행모드와 고속도로 주행 모드를 측정한 후 전기차는 온도나 배터리 상태에 따라 주행거리 편차가 크기 때문에 측정한 거리에 70%만 인정한다. 측정한 값에서 시내, 고속도로, 급가속과 고속주행, 에어컨 가동상태, 겨울철 같은 낮은 온도 상황을 추가해서 복합적인 결과를 산출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인증을 받게 된다. 국내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최대주행거리 인증 방식은 도심주행과 고속주행을 모두 반영하며, 급가속, 에어컨/히터 사용, 주행 모드 변경, 겨울철 저온 운전까지 모두 반영해 측정하게 된다.

나라마다 측정방식 비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유럽은 도심주행에 초점을 두고, 한국은 도심주행과 고속주행을 모두 반영하되 에어컨과 히터 사용까지 감안해서 측정한다. 미국은 국내와 같이 도심 및 고속주행을 기준으로 한국과 같이 측정된 값의 70%만 최대 주행거리로 반영하지만, 국내와 달리 저온주행 테스트는 하지 않는다. 여러 측정 기준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 없지만 유럽기준이 가장 느슨한 기준이고 그 다음이 미국 기준, 그리고 한국의 측정 기준이 가장 엄격한 기준이라고 평가된다.

국가별로 보면 도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어떤 차가 더 멀리 가고, 더 적은 전기로 달릴 수 잇는지 비교하는 기준이다. 절대적인 그 차의 실제 주행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국가별 기후나 도로상황이 다르고, 소비자들의 운전습관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방식이 맞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전기차를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국가별 주행거리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구분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측정방식으로 생긴
주행거리 축소 사례

최근 벤츠코리아가 출시한 전기차 ‘더뉴 EQ250’와 아우디 ‘e-트론’, 테슬라 ‘모델3의 롱레인지모델’ 등이 유럽보다 국내에서 인증받은 주행거리가 20~30% 짧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우디 전기차 ‘이트론’은 유럽기준 최대 주행거리가 436㎞였지만 국내 기준으로는 307㎞에 불과했다. 테슬라 모델3의 롱레인지 모델 역시 유럽기준으로는 560㎞에 달했지만 국내기준은 446㎞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같은 차라도 유럽에서는 주행거리가 후하게 나올 수밖에 없고, 국내 환경부에서 인증하는 주행거리는 유럽보다는 짧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국내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되지만, 국내보다는 주행거리가 다소 긴 편이다. 예를 들어 국내 기준으로 주행가능거리가 300km인 전기차라면 과속이나 급추월이 적은 일반적인 주행일 경우 수치보다 15~20% 정도 더 추가로 350km~36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주행거리 최소 100km에서
최대 200km 차이

벤츠는 EQA는 최초 공개 당시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426㎞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지만, 환경부가 공고한 국내 기준 주행거리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온 302.7㎞, 저온 204.2㎞였다. 가장 큰 문제는 저온 주행거리다. 인증 자료에 나온 EQA의 저온 주행거리는 겨우 204.2km로, 상온 대비 32.6%나 감소했다. 겨울철에는 EQA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00km나 줄어든다는 것이다.

주행거리가 짧다 보니 보조금도 기대보다 낮게 책정됐고 차량 실구매 가격도 182만 원 올랐다. 당초 EQA는 차량 가격이 6,000만 원 미만이어서 정부 보조금 최대치인 8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저온 주행거리가 보조금 지급 기준에 못 미쳐 182만 원 줄어든 618만 원만 받게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벤츠 EQA는 연비와 주행거리 면에서 기준에 미달해 최대 420만 원인 연비 보조금은 335만 원, 최대 280만 원인 주행거리 보조금은 243만 원으로 책정됐다. 또 이행보조금은 40만 원이 책정됐지만 에너지효율 보조금은 받지 못했다.

실망한 소비자들
잇따라 예약 취소

이에 소비자들은 “배터리 20% 남기고 충전한다고 생각하면 240km, 160km네요”, “집에서 충전을 무조건 할 수 있어야 하겠네”, “마실용 아니면 구매하면 안되겠다”, “여름에 에어컨 키려면 보조배터리 달고 다녀야겠는데”, “유럽의 명차들의 성능 기준은 내연기관이다 아무리 벤츠라도 전기모터로 넘어오면 얘기가 달라지네”, “예상했던 결과네 EQC도 덩치에 비해 얼마 못 갔는데” 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WLTP 기준과 환경부 기준 전기차 최대 주행거리는 평균적으로 21%의 차이를 보여 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를 고려하더라도 300㎞ 중반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행거리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컸다. 5,990만 원으로 승부수 던진 벤츠 EQA는 1천 대 예약 돌파했지만, 주행거리를 확인한 소비자들은 돌연 취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사 미디어 매체에
직접 주행거리 인증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된 전기차들이 기대만큼 국내 공인 주행거리가 나오지 않자, 직접 실험을 통해 자사 전기차들의 효율을 증명하고자 하는 제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험을 직접 한 제조사는 현대차, 포르쉐코리아, 벤츠코리아 등이다.

현대차는 자사 SNS 채널을 통해 강원도 고성군 최북단 전기차 충전소부터 전라남도 해남군 전기차 충전소까지 아이오닉 5로 무충전 주행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총 주행거리는 616.9km였고 국내 인증 주행거리인 429km과는 꽤 큰 차이를 보였다. 메르세데스 벤츠 EQA는 유럽 WLTP 기준 426km 인증을 받았고 국내에서 306km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벤츠코리아도 최근 출시한 EQA 전기차로 서울부터 부산까지 자체 무충전 주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380km정도 되는 거리를 충분히 무충전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 포르쉐 코리아는 강원도 고성에서 타이칸 4S 장거리 주행 시승행사를 열었다. 국내에서 289km를 주행을 인증받았지만 회생제동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면 최소 350km는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행거리 인증에 대한
소비자들 반응

제조사들의 1회 충전가능주행거리 인증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같은 조건이면 테슬라는 7~800km는 갈 것 같은데”, “이런 인증도 불안하다”, “주행거리 길면 뭐하나 고속도로 달리면서 전기차 견인되는거 3번 봤다”, “자사 인증을 믿을 수 있나”, “주행거리 알겠으니깐 충전기 인프라 구축 좀 해라”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개인 네티즌이 커뮤니티에 올린 EQA250 모델의 시승 후기에서는 “서울-양양-영동고속도록-서울 코스의 420km 거리를 한 번 충전으로 주행했다”라며 실제 이 차량이 국내에서 인증받은 주행가능거리인 306km와는 달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운전자는 “서울-부산을 별도 충전없이 주행했고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차마다 해외에서 인증받은 거리와 국내에서 인증받은 거리가 1~2km정도 차이나는 것이 아니라 적으면 100km 많으면 200km로 차이가 심해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최근 기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전기차 EV6같은 경우에 국내에서 1회 충전주행가능거리 최대 470km로 인증을 받았는데 유럽 WLTP 기준 최대 주행거리 528km 인증을 받은 것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주행거리가 예상보다 짧아지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회 충전주행가능거리로 인해 전기차 보조금을 얼마나 받느냐에 대한 여부가 달려있다. 이에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주행거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기관에서 다른 주행가능거리를 발표하고 있어서 소비자들은 “도대체 어디가 맞는 말이야”, “직접 타보고 주행거리 측정해보라는 건가”, “인증을 쉽게 하는 것보단 어렵게 하는게 좋긴 한데 그렇게 되면 보조금을 못 받네”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인증기관에 따른 주행거리 차이를 어느정도 명확하게 알고 있도록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기차를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국가별 주행거리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구분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는 주행거리가 차이 나는 이유를 명확히 인지하는 역량 그리고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역량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