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서 ‘과속방지턱 너무하지 않나요’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100m 올라가는데, 과속방지턱이 무려 3개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 이에 운전자들은 자신이 겪은 경험들을 토로하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과속방지턱은 본래 보행자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설치된 과속방지턱 때문에 차량이 손상되거나, 심하면 운전자가 다치는 사고까지 일어나게 된다. 과연 과속방지턱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금호타이어 공식 블로그 / 과속방지턱

저렴하고 설치가 쉬운
과속방지턱
과속방지턱은 차량의 주행 속도를 줄이기 위한 설치물이다. 즉, 도로 안전시설인 것인데, 거창한 이름에 비해 설치는 굉장히 간단하다. 비용도 저렴해서, 과속방지턱 민원이 들어오면 관련 기관은 대부분 설치를 진행해 준다. 심지어 사유지라면, 개인이 설치하는 것도 가능한데다가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운전자들은 곳곳에서 과속방지턱을 마주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자주 말이다. 20m에 한 번씩 덜컹거리는 드높은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면, 이러다 차가 부서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더존운수 홈페이지 / 과속방지턱을 넘는 자동차

규정과 다르게
무분별한 설치
과속방지턱에도 규격은 있다. 대한민국 국토교통부는 과속방지턱의 크기를 폭 3.6m, 높이 10cm로 제한하고 있다. 간격과 위치에도 규격이 있는데,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주택가 등 차량 속도를 30km/h 이하로 낮춰야 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다. 또한, 고속도로, 국도 등 주요 도로들, 철도 건널목으로부터 8m 내외, 버스 정류장으로부터 20m 이내에는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민간에서 설치한 과속방지턱은 이러한 규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나 개인 주택과 같은 사유지의 경우에는 직접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규정을 잘 맞췄는지, 관리는 잘 되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문제가 된다.

YTN / 과속방지턱을 넘는 자동차

과속방지턱 때문에
차량 파손도 일어나
대구 달서구 도원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과속방지턱을 지나던 주민의 자동차 하단 부분이 파손되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과속방지턱이 15m마다 하나씩 설치된데다가, 그 개수가 무려 19개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속방지턱들의 길이와 높이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경기연구원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과속방지턱 때문에 직접적인 차량 파손을 당했다는 응답자는 30%였다. 또한, 과속 방지턱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을 경험한 운전자는 54%였는데, 그 이유로는 ‘앞 차량의 급작스러운 감속으로 인한 추돌’, ‘충격으로 차량 조작 어려움’, ‘피하려다 사고 발생’ 등이 있었다. 과속방지턱이 오히려 운전자를 방해하고,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럴드 경제 / 과속방지턱

과속방지턱으로
사고가 유발되기도
2014년 10월, 9인승 승합차를 몰던 한 운전자가 과속방지턱을 넘는 도중, 뒷좌석의 동승자가 천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사고가 일어났다. 해당 과속방지턱이 규격보다 높게 설치되어 있어, 그 반동 때문에 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게 된 것이다. 동승자는 결국 뇌진탕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듬해 3월에는,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과속방지턱을 가까이서 발견한 운전자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차 바닥이 심하게 긁히는 피해를 입었다. 과속방지턱의 존재를 알리는 표지판이 없었고, 과속방지턱의 흰색과 노란색 도색이 벗겨져 잘 보이지 않았던 게 사고의 원인이었다.

영현대 / 닳아버린 과속방지턱 도색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불편감을 선사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된 과속방지턱은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골칫거리’다. 트럭이나 배달 오토바이는 방지턱을 넘거나 피하려다가 수하물이 떨어지거나 파손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운전자가 다치기도 하는데, 2015년 전북 남원의 한 도로에서는 레미콘 차량이 방지턱을 피하려다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보행자도 과다한 과속방지턱에 불편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노인이나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의 경우, 방지턱에 걸려 넘어지거나 발을 헛디뎌 다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어두운 밤이 되면, 젊고 건강한 사람도 칠이 벗겨진 과속방지턱에 걸려 다칠 위험이 있다.

파이낸셜 뉴스 / 바퀴자국이 선명한 과속방지턱

설치 개수 많아
제대로 관리 안 돼
저렴하고 설치가 쉽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설치된 과속방지턱은, 총 개수도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관리 감독이 부실한 상태이다. 도색이 벗겨진 것은 기본이고, 금이 가 있거나 패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과속방지턱도 허다하다.

2016년 기준으로, 규정을 지키지 않았거나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과속방지턱은 수도권에만 9,400개가 존재한다. 특히 경기도의 과속방지턱은 확인된 과속방지턱 중 30%가량이 부적합 판정을 받을 정도로 부실한 과속방지턱이 많았다. 그렇다면, 2021년인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시정이 필요하다는
네티즌들의 반응
과속방지턱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여전히 과속방지턱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우리나라가 과속방지턱 세계 최다일 듯” “방지턱 재정비 사업 필요하다” “많이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었으면”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몰상식한 운전자들 때문이다” “방지턱 세운 이유를 생각해 보시길” “불편해도 아이들 생각하면 있는 게 낫다” 등 과속방지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보행자 앞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들을 생각하면, 과속방지턱이 있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모든 보행자 관련 사고가 ‘과속방지턱’ 하나만 설치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무분별한 설치를 제한하고, 꼭 설치해야 하는 경우에는 기준과 규격에 맞게 설치해야 한다. 또한, 설치 이후도 중요하다. 꾸준한 관리 감독과 관련 시설물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운전자의 안전 매너도 중요하다. 일부 운전자들이 보행자 주변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보행자들이 관련 기관에 과속방지턱 설치 민원을 넣어 결국엔 무분별한 과속방지턱 설치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과속방지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도로 안전정책의 변화와 운전자의 건강한 운전 매너 장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