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물건을 사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6개월 혹은 그 이상을 당신에게 기다리라고 한다면 그 물건을 사고 싶은가? 차라리 다른 걸 사는 게 낫겠다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른다. 일정 수준의 기다림은 우리에게 설렘을 주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면 사고 싶지 않은 마음만 생길 뿐이다.

요즘 국산차 신차를 사려면 대기기간이 꽤 길다고 한다.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길래 사람들은 공분할까? 오늘은 국산차 신차를 사는데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그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대기기간이
최소 6개월이라고?
포르쉐, 카이엔이나, 마칸 등 수입 일부 차종에서 나타나던 장기 출고 대기가 국산차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투싼은 평균 6개월 치가 밀려 있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7~8개월 치가 밀려 있다. 싼타페 역시 일반 모델은 2~4개월, 하이브리드 모델은 6개월 치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소형 SUV 코나와 베뉴도 평균 3~4개월이 소요되며, 코나 하이브리드 모델은 6~7개월이 걸린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출고까지 두 달 가량 소요돼 SUV 라인업 중 가장 짧은 대기기간을 가진다. 그렇다고 한들, 국산차를 원래 이렇게까지 오래 기다리진 않았기 때문에 네티즌들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건
원래 흔치 않은 일
수입차는 해외에서 생산해 배에 싣고 국내에 들여오는 특성상 주문으로부터 몇 개월 걸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소비자들도 긴 대기기간을 감안하고 차를 계약한다. 반면 국산차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어 카 캐리어에 싣고 오기 때문에 대체로 길어야 2개월 정도이다. 하지만 이제는 국산차 대기기간이 웬만한 수입차보다 긴 상황으로 바뀌었다.

현재 국산차 중 가장 출고난이 심각한 차종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이다. 기아에 따르면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출고 대기 물량은 3만 7,000여 대로 컬러나 트림에 따라서는 최대 1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또 쏘렌토 디젤이나 가솔린모델도 4~5개월은 기다려야 출고가 가능하다.

인기 많은
차량만 그런 건가?
혹시 인기가 많은 차량만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진 건 아닐까? 수입차도 인기 차량은 1년 정도 기다리니, 국산차도 인기 차량은 일시적으로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승용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쏘나타는 1~2개월 출고가 밀려있고, 그랜저는 한 달에서 최대 3개월까지 소요된다. 아반떼와 벨로스터도 최소 3개월에서 5개월은 기다려야 출고가 가능한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수입차도 아닌데
대기기간 오래 걸리는 이유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과 동남아시아의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재난으로 인한 자동차 감산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제한된 반도체의 물량으로 우선순위가 정해졌는데, 이때 수익성이 높은 휴대폰·가전용 반도체에 차량용 반도체가 밀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생산 순서가 뒤로 밀리게 되자 자동차 시장에 반도체가 부족해졌고, 그로 인해 출고 대기기간은 길어지게 됐다.

이는 국산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토요타와 혼다, 포트 등 그동안 여유가 있었던 자동차업체들도 9월부터 최대 40%까지 감산에 들어갔다. 베뉴와 BMW, 포드 등도 생산 차질로 핵심 차종의 공급 지연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람보르기니도 아니고 무슨 1년을 기다려”
네티즌 분노
2021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출고 대기는 개별소비세 문제를 불거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 개별소비세를 계속 낮출지, 아니면 올 연말부터 끊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올해 계약한 대부분의 차종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티즌들은 “람보르기니도 아니고 뭔 1년을 기다려”, “무슨 롤스로이스도 아니고 1년?”, “급한 거 아니면 계약 취소한다”, “대기기간이 볼보 수준이네”, “그따위 디자인 가지고 무슨 대기기간까지 있어야 하나?”, “1년 기다리면 껍데기 바꿔서 신차 나온다. 그때 살 거다”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중고차 시세와
신차 가격이 역전됐다
반도체 부족난으로 신차가 출고난을 겪자 중고차 시세와 신차 가격이 역전됐다. 신차 가격보다 중고차 시세가 비싼 차종들이 무더기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 아반떼 가솔린 1.6 모던 2021년식 중고차 시세는 1,959만 원이다. 신차 가격은 1,948만 원이다. 중고차가 신차보다 11만 원 더 비싸다.

지난 5월 가격 반란을 주도했던 기아 쏘렌토와 K5도 여전히 중고차 시세가 신차 가격보다 비싸다. 쏘렌토 디젤 2.2 2WD 시그니처 2021년식 시세는 4,199만 원, 신차 가격은 3,944만 원이다. 중고차 시세가 255만 원 높게 형성됐다. K5 가솔린 2.0 노블레스 2021년식 중고차 시세는 신차보다 4만 원 비싼 2,826만 원이다.

수요보다 공급 적은
인기 차종 시세 급등
가격 반란은 생산·판매 물량보다 수요가 많은 인기차종에서 가끔 발생한다. 2년 전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 실적으로 출고 지연 사태가 벌어졌던 현대 팰리세이드도 일시적으로 중고차 시세가 신차 가격보다 높게 형성됐다. 이처럼 인기 있는 차량의 신차를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은 소비자들이 신차보다 높은 중고차 시세라도 기꺼이 구매하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반도체 부족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신차 출고난은 내년 말이나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차량용 반도체 대란은 수요 공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며 가격 반란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니, 소비자도 제조사도 불안할 따름이다.

대체로 길어야 2개월 정도였던 국산차가 이제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아마도 당분간은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반도체가 부족해졌다. 이로 인해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이 지연되고 있고, 자연스레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걸 누굴 탓할 수 있을까.

하지만 출고 대기 장기화는 제조사에게도 소비자에게도 힘든 상황이다.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 소비자는 계약을 취소하고 제조사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게 된다. 그럼 제조사는 수요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악순환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