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구매할 때 어떤 정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가격, 충전시간, 브랜드 등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른 체크 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챙기는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 바로, ‘주행거리’이다.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를 이용하면 충전 스트레스를 덜 받을 뿐만 아니라, 충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한, 한 번 충전으로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따라서 많은 브랜드들이 긴 주행거리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도 한다. 그런데, 그 ‘긴 주행거리’를 뽐내던 전기차들이 국내에만 들어오면 맥을 못 춘다고 한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오늘은 국내의 까다로운 주행거리 인증에 대해 한 번 알아보고자 한다.

무려 120km가
차이난다고?
지난 7월, 벤츠의 EQA가 한국 출시를 위해 국내에서 주행거리 인증을 받았다. 많은 네티즌들은 벤츠 EQA에 관심을 보이며 300km 중후반대의 국내 주행거리를 예상했다. 벤츠 EQA는 WLTP 기준으로 426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지만, 국내 기준이 까다롭다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인증 주행거리가 발표된 이후, 예상을 빗나간 주행거리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가 306km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WLTP 기준 주행거리와 무려 120km가 차이나는 것이다.

“아이오닉5도 깎였다”
국산차도 마찬가지
수입차 뿐만이 아니라, 국산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적용되어 이목을 끌었던 아이오닉5도 국내의 까다로운 인증기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최대 주행거리를 429km라고 발표했으나, 국내 인증을 받은 후 아이오닉5의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상온에서 405km, 저온에서 354km로 줄어들었다.

아이오닉5의 최대 주행가능거리인 405km는 현대자동차의 기존 전기차인 코나EV와 비슷하고, 쉐보레의 볼트EV보다는 약간 짧은 거리이다. 참고로, 현대자동차의 코나EV는 406km, 쉐보레의 볼트EV는 414km의 최대 주행가능거리를 인증 받았다

automotive testing technology international / WLTP 로고

먼저 유럽의
WLTP부터 알아보자
WLTP는 UN 유럽경제개발기구가 개발하여, 2017년 9월부터 유럽연합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WLTP는 측정거리 23km를 평균속도 46.5km 로 달리면서 테스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또한, 속도별로 주행타입 4가지를 활용해서 측정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NECD를 표준으로 사용했었다. NEDC는 1970년 처음 도입되었는데, 주행을 시작해 멈출 때까지 달린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급가속이나 공조기 사용, 주행 모드 변경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NEDC의 허점을 인정하고, WLTP를 표준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EPA는 어떨까
미국의 환경보호청인 EPA는, WLTP 방식보다 엄격한 측정 기준을 갖고 있다. EPA는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거리를 테스트하는데, 도심 시뮬레이션과 고속 주행 시뮬레이션이 있다. 두 경우 모두,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주행하여 테스트 한다.

주행을 마치고 배터리가 방전되면, 나온 결과값에 0.7을 곱하여 결과치를 산정한다. 실제로 운전자들이 주행할 때에는, 배터리 상태나 냉난방 사용, 공조기 작동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테스트해서 나온 주행거리는 WLTP보다 평균 10~15% 정도 짧다.

위키백과 / 환경부 청사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국내 인증 방법
그렇다면, 국내 인증 기준은 어떨까. 우리나라 환경부의 기준은 정말 까다롭다.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미국 EPA와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여기에 환경부만의 추가적인 방식이 존재한다. 우선, EPA를 참고하여 도심 및 고속 모드로 테스트를 진행한 후, 배터리 상태나 냉난방 등을 고려해 결과값에 0.7을 곱한다.

이에 더해, 환경부는 ‘5-Cycle’이라는 보정식을 대입한다. 5-Cycle이란, 시내 주행, 고속도로 주행, 에어컨 가동, 고속 주행 및 급가속, 외부 저온 등을 반영한 보정식이다. 이렇게 꼼꼼하게 체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WLTP와 같은 해외 인증 기준보다 주행거리가 짧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측정 환경의
차이도 있다
측정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지만, 측정 환경의 차이도 크다. 여러가지 환경의 차이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전문가들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것은 ‘타이어’이다. 타이어의 지름과 폭이 길어질수록 마찰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주행거리를 측정할 때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타이어가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최대 10% 정도라고 한다. 박상기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사는 “자동차 제조사가 미국과 한국에서 다른 타이어를 장착해 판매하는 경우에는 타이어가 주행거리 차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각 나라에서 어떤 타이어로 측정을 진행하느냐에 따라서도 주행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행거리를 둘러싼
네티즌들의 반응
국내 주행거리 인증기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오히려 까다롭게 인증해서 더 좋은 것 아닌가?”, “실제로 달려보면 인증거리보다 더 많이 달릴 수 있다”, “진짜 한국에서 잘한 것 중에 하나다. 자랑스러울 정도” 등 국내 인증기준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또한, “한국이 언덕 많고 신호도 많은 환경이다보니, 국내 기준 주행거리에도 못미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 내내 브레이크를 많이 밟아야 하는 환경이라 혹독하게 체크 안 하면 안된다” 등 해외와 다른 한국의 교통환경을 논하는 반응들도 찾을 수 있었다.

최근들어 소비자들도 국내 인증 주행거리에 대한 생각이 많이 유연해졌다고 한다. 초기에는 주행거리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소비자들도 환경이나 운전 습관 등에 따라 주행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실시된 EV트렌드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를 살 때 주행거리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답한 비율은 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네티즌은 “이제는 주행거리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맞는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