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도” 음주운전 사고 많아
올해 음주운전 사망사고 2건
윤창호법 실효성 있나
운전자 인식 개선 필요

보배드림 / 사고 모습

2021년 신축년이 밝았는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때문에 예년보다 신년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연말연시마다 파티며 술자리며 늘 떠들썩했지만, 이번만큼은 그저 조용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연시마다 꼬박꼬박 들리는 음주운전 사건사고만큼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2021년의 해가 밝은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음주운전 사고만 벌써 2건이다.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음주운전 사고의 수는 생각보다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늘은 윤창호법의 실효성과 대한민국의 음주운전 실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뉴스1 / 시위하는 모습

2018년 9월,
휴가 나온 군인에게 닥친 참변
2018년 9월,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81%의 만취 상태로 BMW 차량을 운전하던 사람이 부산 해운대구 교차로 횡단보도에 서 있던 보행자를 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 윤창호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뇌사 상태에 빠졌고, 11월 결국 사망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를 기준으로, 당시 음주운전 사망 사고의 피고인이 받는 평균 형량은 불과 1년 6개월이었다.

이에 피해자들의 지인들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처벌 법률 개정안이 공론화되었다. 법원에서도 평균 형량보다 높은 징역 6년을 선고했지만, 국민 정서보다 한참 낮은 형량이어서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을 발단으로 2018년 제1 윤창호법이 시행되었고, 이듬해 6월 제2 윤창호법이 이어서 시행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 윤창호법 기준

제1 윤창호법과
제2 윤창호법
제1 윤창호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것이다. 사람을 다치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에 처하도록 한 것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으로 바꿨다. 또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개정했다.

제2 윤창호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제2 윤창호법에는 음주 기준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에서 “0.03%”로 낮추고 음주 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의 결격 기간을 연장하며 음주 운전 자체의 벌칙 수준을 소폭 상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뉴스1 / 음주단속

창대한 시작과
느슨한 현실
윤창호법 시행 4달 뒤인 2019년 4월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에 비해 1월에서 3월까지의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약 27.7% 감소했다. 또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역시 35.3%나 감소해 음주운전 사고가 전체적으로 크게 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대법원도 양형 기준을 높인 수정안을 내놓았다. 따라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이들이 면허 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고 이를 번복해달라고 요청하는 행정 심판의 승소율도 크게 감소했다. 이때까지의 수치만 봤을 때는 윤창호법의 실효성이 입증된 것처럼 보였다.

보배드림 / 사고 모습

그러나 인천 지역에서는 오히려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증가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윤창호법 시행으로 처벌 등이 강화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운전자들의 경각심이 줄어든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며, 시간이 지나 느슨해진 경각심을 사망사고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줄어들지 않는 재범률도 큰 문제다. 2020년 상반기 음주운전 재범률은 무려 46.4%로, 2019년 44.7%에 비해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윤창호법 이후 가장 많이 들리는 질문은 ‘술 몇 잔까지 괜찮냐’는 것일 정도로 음주운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다”라며, 운전자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원 페이지 / 청원 진행 캡쳐

2021년 새해부터
2건의 음주운전 사망사고
청와대의 국민청원 홈페이지의 ‘안전/환경’ 카테고리에는 올해에만 벌써 2건의 음주운전 관련 청원이 게시됐다. 첫 번째로, 1월 1일 오후 10시, 광주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인 피해자를 중앙선을 침범한 가해 차량이 들이받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음주운전자는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 이에 유가족이 가해자의 엄중 처벌을 호소하며 국민청원을 올렸다.

두 번째로, 4일에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멈춰선 아반떼 차량에 1~2분 후 벤츠 SUV 차량이 충돌하여 아반떼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벤츠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15%의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으며, 무려 음주운전 재범자였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유가족이 재범 예방을 위해 초범자의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려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 배성우

이 밖에도 지난 6일에는 배우 배성우도 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되었다. 배성우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의 면허 취소 대상이었다. 또한 11일에는 인천에서 한 남성이 만취 상태에서 어린이집에 무단 침입하여 경찰에 체포되던 중 택시를 훔쳐 도주하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는 인도 경계석을 들이받고 차량이 전복되어 체포되었다. 가해자는 현재 본 사건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교통량이 줄었음에도 음주운전 사고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음주 단속을 느슨히 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가해자에게 최대 무기징역이 가능한 윤창호법이 개정됐지만 아직까지 무기징역이 선고된 적은 없어 해당 법의 실효성이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청원 페이지 / 청원 진행 캡쳐

네티즌들에게도
공분을 샀다
새해부터 잇따른 음주운전 사고에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형량이 높으면 뭐 하나. 판결이 높게 안 나오는데”라며 생각보다 낮은 윤창호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네티즌들도 있었다. 여기에 “감형 조건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초범자도 구속해라” 등 음주운전 가해자의 보다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반응도 다수였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매번 큰 사건 이후에 급하게 법안을 만들게 아니라 미리 예방하는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책임을 역설했다. 또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사전교육을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한다”라며 제도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응도 있었다.

부산경찰청 / 사고 모습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대중들은 음주운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초범과 재범이 형량이 다른 법의 허점을 꼬집는다. 윤창호법에 명시된 음주운전 적발 기준은 음주운전 2회 이상부터여서 2번째 음주운전의 발생이 심리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법으로 정해진 형량과 실제 선고되는 형량의 간극을 문제 삼기도 했다. 법에 명시된 최고 형량은 무기징역인 반면, 아직까지 선고된 최고 형량은 8년에 불과한 것이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의 원인에 대해 “‘취하면 음주운전은 안된다’는 생각을 못 하고 반복적으로 운전에 나서게 되는 것”이라며, 음주운전자들에게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음주운전 사고는 ‘우연히’ 혹은 ‘한순간’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고, 차 키를 꺼내 문을 열고, 시동을 걸고, 기어를 변동하고, 엑셀을 밟기까지 사고를 멈출 수 있는 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운전자의 의지로 멈추지 않은 것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내가 모는 차량은 순식간에 흉기가 된다. 운 좋게 그 흉기가 아무도 해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흉기를 가지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나는 운전자가 아닌 무법자가 되는 것이다. 한순간의 편안함을 위해 타인과 나 자신을 상처 입히는 음주운전에 경각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