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별적 전기차 보조금 개정안
‘노조’가 있어야만 인센티브 준다
GV70은 물론, 테슬라도 인센티브 못 받아

[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자고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자동차 시장을 봐도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환경 오염 문제가 심화되며 환경친화적인 상품들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또한, 이런 대세를 따라 자동차 시장에서도 전기차의 수요가 나날이 늘고 있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눈여겨보는 게 어떤 것인가? 주행 거리? 혹은 충전 시간? 이들도 물론 고려 대상이지만, 보조금 역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미국서 자국을 우선시한 전기차 보조금 개정안을 발표해 화제다. 미국서 나온 개정안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냐고 묻는다면, 지금부터 집중해도 좋다.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바로 전기차
누가 뭐라고 해도 요즘 자동차 시장의 대세는 바로, 전기차다. 전 세계에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여러 제조사도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으며, 판매량 역시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전기차 조사업체 EV볼륨즈는 올해 전기차 판매 속도가 연초 전망치인 450만 대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밝혔다. PHEV·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가 641만 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 조 바이든

자국 전기차 업체 지원에 나선
중국 그리고 미국
이런 상황 속에서 자국 전기차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각국은 여러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이미 전기차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운영 중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업체를 지원하는 식이다.

미국 역시, 현재 자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의 부흥을 겨냥해 여러 정책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오늘은 미국의 전기차 관련 정책 중 몇몇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먼저 2027년 이후부터는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그것이다.

제네시스도 미국에서
GV70 EV 생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최근 제네시스 역시 미국에서 GV70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7년부터는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준다고 하니, 국내 노조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던 것이다. GV70 EV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이후 다른 전기차 모델 역시 같은 공장에서 차례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6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GV70의 경우 북미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현대차가 GV70를 첫 현지 생산 전기차 모델로 선택한 것도 최근 판매 실적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존재한다.

미국 ‘노조’가 있어야만
추가 보조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최근 미 의회가 “노동조합이 결성된” 자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만 무려 4,500만 달러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만든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는 500달러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이들 혜택을 모두 받게 될 때 보조금은 최대 1만 2,500달러에 달하게 된다.

해당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조가 결성된 현지 공장이 있는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을 제외한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물론 다른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도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만약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고향인 테슬라 역시 노조가 없어 추가 세액 공제를 지원받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게 된다.

이러다가는
글로벌 분쟁까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오늘날, 해당 개정안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현재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주력 제품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해야 하는 비슷한 출발선에 서 있다.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에는 제품의 가격을 더 빨리 낮춰 규모의 경제를 먼저 달성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은 곧 현지 업체와 해외 업체 간 출발선이 달라지게 만들며, 심하게는 글로벌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현대차 측의 발언
“이건 문제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 측 역시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미국 법인 CEO는 “현대차는 2030년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인 EV의 40~50% 판매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노조가 만든 전기차에 대해 추가로 제공되는 4,500달러의 인센티브는 거대하다”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시 말해, 미국 제조업체에 비해 더 ‘적은’ 보조금은 극복할 수 있지만 이러한 ‘큰’ 격차는 미국에서 전기차 제조에 투자하려는 현대차의 계획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이 같은 차별 정책이 시행된다면 미국 현지에서의 전기차 제조 결정에 심각한 의문을 줄 수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선 자국 대신
수입차 업체 배를 불리는 중
한편, 미국과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활용해 자국 기업 육성에 나섰지만, 우리나라는 세금으로 해외 업체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역시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가격 상한만 설정하고 있을 뿐 생산 지역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자동차 산업 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승용차는 4만 8,720대였는데, 이중 미국산 테슬라 판매량이 1만 6,287대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전기차 수입은 늘어나지만, 수출 실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전기차 무역수지는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해 봤다. 애써 미국서 생산하기로 결정한 GV70 EV에 이러한 문제가 생기다 보니, 현대차 역시 고민이 깊을 듯하다. 하지만 이는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테슬라와 도요타 그리고 혼다도 ‘노조가 있는 업체에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차별적 보조금 개정안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을 만한 문제다. 자국을 위한 정책도 좋지만, 일각에서 ”미국이 선을 넘었네“라는 반응이 나오는 만큼, 그 적정선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