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된 전기차 생산
난감한 슈퍼카 업계
페라리의 선택은?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며 완성차 업계의 고민이 날로 깊어져 가고 있다. 특히 감성 없으면 시체인 슈퍼카 제조사들에게 전기차 시대는 재앙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슈퍼카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 엔진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엔진음 없이 전기 모터 특유의 고주파 음만 들리는 슈퍼카를 원하는 마니아들은 몇 없을 것이다.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페라리는 전기차 시대의 허전함을 달래줄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의 전기차들이 외부 스피커를 통해 내는 SF 감성 충만한 소리가 아니라 내연기관의 감성을 그대로 살리는 사운드 시스템을 갖출 전망인데, 과연 페라리의 전기차에선 어떤 소리가 나게 될까? 최근 페라리가 출원한 특허에 그 힌트가 담겨 있다.
사운드 시스템 특허 출원
기존 감성 최대한 살린다


외신 카버즈(CarBuzz), 카스쿱스(CarScoops), 모터원(Motor 1) 등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페라리는 미국 특허청에 특수한 사운드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 해당 특허에는 페라리 전기차에 엔진을 탑재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현재 포르쉐 타이칸과 같은 고성능 전기차에는 마치 SF 영화의 우주선에서나 날 법한 소리를 내는 제너레이터가 적용된다.
하지만 페라리의 사운드 시스템은 인위적인 소리가 아닌 실제 파워트레인, 즉 전기 모터에서 나는 사운드를 활용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 수준의 웅장한 소리를 낼 듯하다. 전기 모터의 전원 공급 장치에서 내는 음파 전류를 모터 및 감속기 케이스에서 증폭시키며 해당 소리는 실내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된다.
인위적 소리는 지양
첫 전기차에 적용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해당 사운드 시스템이 페라리가 지향하는 ‘순수성’과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페라리 전기차에서 나게 될 파워트레인 소리의 높낮이는 모터 회전수에 비례하며 가속 페달을 밟는 강도, 모터에 걸리는 부하에 따라서도 볼륨이 달라지게 된다. 미리 녹음된 기존 엔진음에 가상 변속 로직을 입혀서 내는 인위적인 소리가 아닌 전기차만의 새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페라리의 전기차 전용 사운드 시스템은 오는 2025년 출시될 자사 첫 전기차에 탑재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후 페라리는 2026년까지 라인업의 60%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채우고 2030년까지 전기차 4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40% 비중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닷지도 비슷한 시스템 개발
“그래봤자 전기차인데…”


한편 고성능 전기차에 적용할 사운드 시스템에 관한 연구는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다. 닷지의 경우 첫 고성능 전기 콘셉트카 ‘차저 데이토나 SRT EV‘에 사운드 증폭기 ‘Fratzonic’을 적용한 바 있다. 닷지에 따르면 해당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기존 V8 엔진 탑재 모델의 배기음과 같은 126데시벨의 소리를 내며 실제 양산차에도 탑재할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이게 바로 테슬라와 페라리의 차이“, “닷지 차저 전기차 소리도 웅장하던데 페라리는 더 기대되네”, “그래봤자 엔진이 없는데 무슨 소용일까”, “엔진 소리도 아닌데 시끄럽기만 하면 더 짜증 날 듯”, “어차피 페라리 같은 슈퍼카들은 상대적으로 판매 대수도 적은데 엔진 얹게 해주면 안 되나?”, “전기차에 올인하는 건 아무리 봐도 무리수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