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필요 없다”
‘안티 드라이빙’ 확산
비상 걸린 자동차 업계

자동차는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동 수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발달해 있지만 그래도 자동차를 운전할 줄 안다면 더욱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법적으로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만 18세가 된 직후 혹은 대학 수능시험이 끝난 뒤나 대학생 시절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가까운 미래에는 이러한 풍경이 옛날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1985~1997년생)와 Z 세대(1998~2006년생)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운전을 하지 않는 ‘안티 드라이빙‘ 문화가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를 막론하고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데 갑자기 이런 추세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나라도 예외 없다
영국에서는 반으로 줄어

미국은 인구 밀도가 낮고 생활권이 넓어 자동차가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최저 연령 만 16세 때부터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았으나 2000년대 들어 10대 운전자 비율이 급감했다. 미국 연방 고속도로관리국(FHA)의 통계에 따르면 1983년만 해도 운전면허를 취득한 18세 미국인 비율이 80%에 달했으나 2018년에는 61%까지 하락했다. 20대 역시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1997년에는 20~25세의 90%가 운전면허를 갖고 있었지만 2020년에는 80%로 떨어졌다.

유럽 또한 젊은 운전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영국 경제 전문 매체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취득한 영국 10대 인구 비율은 근 20년 동안 41%에서 21%로 반 토막 났다. 우리나라 도로교통공단 역시 2010년 13.3%였던 20대 운전면허 응시율이 작년 10.8%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동할 일이 대폭 줄었다
자동차 유지비 부담도 커

업계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인터넷 보급 확산 및 저성장을 꼽는다. 과거 자동차 등을 이용한 이동이 필수였던 쇼핑이나 영화 관람 등을 모두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운전할 일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불안정해지고 박봉이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젊은 세대에게 자동차 소유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주에 따라 자동차세가 없거나 한국보다 낮고 유가 역시 한국보다 낮은 미국에서만 해도 매년 주행거리 2만 4천 km 기준 자동차 평균 유지비가 11,000달러(1,435만 원)에 달한다.

발상 전환하는 완성차 제조사들
자동차 전성기 21세기에 끝난다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않는다는 건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는 만큼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신차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전통적인 수익 창출을 벗어나 차량 공유 업체와 제휴하거나 도심 항공 교통, 자율 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4년 전 자동차 구독 서비스 ‘현대 셀렉션’을 론칭하는 자리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길 원한다”라며 업계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운전을 하지 않는 젊은 세대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미국, 유럽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도로 폐쇄, 주차 공간 축소 등의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청년기에 형성된 운전 습관은 대체로 평생 이어지는 만큼 자동차 전성시대는 21세기에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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