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F 세그먼트 과도기
그 시기 최고를 달렸던 차량 하나
쌍용차 체어맨의 빛났던 전성기
전성기 지나 단종을 맞이한 이유

[오토모빌코리아=뉴스팀] 플래그십, 기함최고급 차, 성공한 인생을 대변하는 기분 좋은 단어이자 자동차 브랜드 최고의 자부심이다그중에서도 세그먼트는 소위 쇼퍼 드리븐이라 불리는 사장님 차로써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대변한다사실 우리나라에서 세그먼트라는 차급이 생긴 지는 비교적 오래되진 않았다그 시기는 쌍용 체어맨기아 엔터프라이즈현대 에쿠스 등이 줄줄이 등장하던 1990년대 후반이라 할 수 있다.

그중 최고라 불리는 모델은 바로 쌍용 체어맨이었다. 당시 체어맨은 출시 하루 만에 1,000대가 판매되었는데, 그때 당시 연간 목표 판매량이 2,000대였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체어맨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오늘은 세그먼트의 과도기 모델 중 최강자로 통하는 이 체어맨에 대해 알아보자.

벤츠의 기술이
듬뿍 담긴 국산차

체어맨의 선전 문구 중 이런 말이 있었다. “벤츠의 혈통”. 이는 단종된 지 2년밖에 안된 벤츠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데다 엔진과 변속기마저 벤츠의 것을 사용하던 체어맨을 가리키는데 딱 알맞은 말이었다.

첨단 사양 또한 벤츠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와이퍼가 하나만 존재하는 싱글 암 와이퍼로 이는 체어맨의 상징이 되었다. 그 밖에도 벤츠와 같이 보쉬사의 ABS, TCS, ECS가 들어감으로써 체어맨은 벤츠와 똑같은 국산차를 탄다는 이점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리고 체어맨은 전통적으로 안전에 민감한 벤츠의 기술이 듬뿍 담긴 차답게 국산차 최초로 40% 옵셋 충돌 테스트를 합격했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페달이 멀어지게 하는 기능이 더해져 사고 시 하반신에 가해지는 상해가 줄어든 것도 특징이다.

당시 흔치 않았던
전장 5m가 넘는 차체

전장 5m가 넘는 차체 또한 체어맨을 국산 최고의 차로 만들어줬다. 1세대 체어맨의 크기는 전장 5,055mm, 전폭 1,865mm, 전고 1,465mm, 휠베이스 3,200mm로 현재 기준으로도 어마 무시한 수준이다.

이는 체어맨이 출시될 당시 최대의 경쟁 모델이었던 현대 다이너스티가 전장 5m를 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분명 대단한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크기를 중요시 생각하는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 모델 대비 압도적인 크기는 체어맨을 최고급 모델로 인식시켜줬다.

최상위 트림의 선택이 가장 높았던
진짜 부자들만 타던 차

그리고 1세대 체어맨에는 다소 특이한 이력이 있는데, 최상위 트림 엔진 선택률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체어맨에는 직렬 4기통 2,3리터 가솔린 엔진, 직렬 6기통 2,8리터 가솔린 엔진, 직렬 6기통 3,2리터 가솔린 엔진 등 총 3종의 벤츠 엔진이 장착됐으며 4단 및 5단 변속기가 맞물렸었다.

그중에서도 3.2리터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최상위 트림 모델이 가장 많이 팔렸으며, 이 모델의 가격은 당시 기준으로 엄청난 고가인 4,741만 원에 달했다. 에쿠스엔터프라이즈 등이 저 배기량 엔진이 주로 팔려나가던 것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부분으로 부자들만 타는 고급차라는 인식이 강했던 당시 체어맨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1세대 체어맨의 명성은
2세대에서도 이어졌다

이러한 체어맨의 명성은 2세대에서도 이어졌다. 차체 넓이 확장을 목표로 벤츠 W220 S클래스를 참고하여 독자 개발한 새로운 플랫폼이 장착됐으며, 벤츠제 7단 자동변속기 및 V8 5.0리터 엔진이 추가되며 성능이 향상됐다. 참고로 체어맨 2세대는 국산 최초로 V8 엔진이 올라간 차종이다.

최첨단 사양 장착으로 재미를 본 체어맨답게 2세대에도 국내 최초 장비들을 대거 탑재했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오토홀드를 갖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이 그 예이다.

너무나도
비싼 유지비

그러나 체어맨은 라이벌인 에쿠스, 제네시스에게 밀리면서 결국 2017년에 단종됐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비싼 유지비 때문이었는데, 경쟁 상대들보다 현저히 비싼 수리비 및 공임비가 체어맨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는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체어맨에는 해외 업체인 벤츠제 엔진 및 변속기, 플랫폼, 싱글 암 와이퍼 등을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보닛, 휀더 등과 같은 차체 강판 부품은 그랜저 보다 세 배 정도 비싼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체어맨의 비싼 부품값은 부유층들 사이에서도 부담스러운 정도였다.

중고차 값 방어가 어려워
부자들도 꺼리게 됐다

체어맨의 비싼 유지비는 또 다른 악순환을 낳았다. 바로 중고차 값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체어맨은 비싼 유지비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감가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중고차 가격 방어가 어렵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체어맨 신차를 구매하기 꺼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국산 F 세그먼트의 대세는 에쿠스로 기울게 되었다.

쌍용차의 경영실적 악화로
적절한 상품성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쌍용차의 경영실적 악화로 인해 적절한 상품성 개발이 이뤄지지 못한 것도 체어맨의 단종을 앞당긴 이유 중 하나다. 2000년대 초 쌍용차는 외환 금융 위기(IMF) 여파가 남아있었는데다 무쏘, 코란도 이후 출시한 액티언, 카이런 등 주력 차종의 판매량이 부진하면서 위기를 맞이했었다.

그런 와중에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매각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었다. 알다시피 상하이자동차는 약속했던 재투자 비용 지원 및 노동자 고용문제는 나 몰라라 한 채 쌍용차가 수십 년간 쌓아올린 기술만 빼먹은 이른바 먹튀행각을 벌였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해진 쌍용자동차는 체어맨 개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경쟁 모델들과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체어맨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까지 살펴본 쌍용 체어맨은 좋은 차를 만드는 것 외에도 애프터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만약 체어맨이 부품값에 있어서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반사다.

그렇다 한들 체어맨은 국내 자동차 역사상 한 획을 그은 차량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명차를 만들어낸 쌍용차가 최근 코란도의 실패로 위기를 맞은 것을 보면 실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과연 쌍용차는 다시금 체어맨과 같은 명차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오토모빌코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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