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개편
자국 우선주의로 갈까?
수입차 업계 난리 났다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기아 EV6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된 후부터 매년 이맘때쯤이면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지급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내년에도 예상대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줄어들 전망인데 그간 없었던 차등 지급 조건이 신설되어 희비가 엇갈린다. 미국, 중국 등 국가가 자국 업체 우선 정책 내놓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5일 완성차 업체 및 자동차 산업 관련 협회를 대상으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공유된 문서에는 올해 전기차 1대당 최대 700만 원 한도까지 지급됐던 구매 보조금이 내년부터는 최대 680만 원 한도로 하향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새로운 보조금 지급 조건도 공개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여부다.

직영 센터가 없다면?
250만 원으로 삭감

2023년 전기차 보조금 체계 개선안 / 사진 출처 = “환경부”
쉐보레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볼트 EV / 사진 출처 = “인더뉴스”

내년부터는 완성차 제조사 및 수입차 딜러사의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여부에 따라 보조금 액수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직영 서비스센터가 있는 업체의 전기차는 전비 및 주행거리에 따라 계산된 보조금을 최대 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의 전기차는 절반인 250만 원으로 지급 한도가 줄어든다.

현대자동차 및 제네시스,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은 모두 직영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 업계는 직영 서비스센터 없이 딜러사에 사후 관리를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의 보조금 차이를 벌릴 조항은 이 한 가지로 끝나지 않는다.

V2L 장착 모델에 추가 지급
인프라 구축 실적도 반영

현대 아이오닉 5 V2L / 사진 출처 = “Reddit”
현대 E-Pit

정부는 ‘비클 투 로드(Vehicle To Load. 이하 V2L)’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에 신규 보조금 15만 원을 추가 지급할 계획이다. V2L은 구동용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가정용 220V 전원으로 빼내 가전제품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사양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 V2L 기능이 제공되는 모델은 현대 아이오닉 5, 제네시스 GV60, 기아 EV6 등 현대차그룹 차종뿐이다.

또한 지난 3년 동안 급속 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한 제조사의 전기차에도 신규 보조금 15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완속 충전기를 10기 설치할 경우 이를 급속 충전기 1기 설치한 것과 같은 실적으로 인정한다는 조건도 있지만 이를 충족시키는 업체는 현대차그룹 외에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가 전부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반응
일부 업체는 소송 검토 중

테슬라 모델 3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경기II마돈”님
폭스바겐 ID.3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li1lil1″님

업계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중국, 미국 등 해외 업체 배만 불리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이 드디어 바뀌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이어진 한편 “노골적인 국산 전기차 밀어주기”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선안에 대해 “정부가 국내 업체에 혜택을 더 주면서도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반되지 않는 방향으로 고민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수입차 업계는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직영 서비스센터가 없는 수입차 업체의 경우 자사 전기차에 V2L을 적용하고 급속 충전기 100기 이상을 신규 설치해도 대당 보조금이 최대 280만 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소송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현재 전기차 보조금 개편과 관련해 의견 수렴 뒤 조만간 최종안을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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