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국산 쿠페
현대자동차 스쿠프
디자인 돌아보니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90년, 소형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었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충격적인 신차가 등장했다. 수입차의 전유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2도어 쿠페 중 국산 모델이 드디어 등장한 것이었다. 현대 ‘스쿠프(Scoupe)’는 본격적인 스포츠카로 보기엔 성능이 저조한 편이었지만 날렵하게 빠진 스타일만큼은 당시 대학생들과 사회 초년생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스쿠프는 전륜구동 소형차였던 엑셀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스포티 루킹 카(Sporty Looking Car. SLC)’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엑셀보다 넓히고 낮춘 차체 크기는 전장 4,275mm, 전폭 1,605mm, 전고 1,385mm에 휠베이스 2,385mm다. 최근 들어 “요즘 차보다 멋져 보이는 디자인”이라는 재평가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어떤 디자인 특징이 이 차를 이토록 멋져 보이게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역동적 비례감 강조
2년 후 더 날렵해져
스쿠프에는 당시의 최신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가 충실히 반영됐다. 차체 둘레의 가장 넓은 부분을 가로지르는 ‘웨이스트 라인(Waist Line)’을 기준으로 투톤 처리해 역동적인 비례감을 강조했다. 윈드실드 각도는 엑셀보다 눕혔으며 라디에이터 그릴을 생략해 한층 날렵한 전면부를 연출했다. 유선형 헤드램프 디자인은 각진 헤드램프가 흔했던 당시 스쿠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포인트였다. 1992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는 더욱 길고 슬림해지며 날렵한 인상을 연출했다.
초기형 스쿠프의 테일램프에는 입체감을 강조하는 격자 패턴이 들어갔지만 반응이 썩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는 격자를 없애고 더욱 슬림하게 다듬어 간결한 디자인으로 변경됨과 함께 초기형의 투톤 컬러가 원톤으로 통일되어 더욱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요즘 뜨는 ‘플로팅 루프’
33년 전 스쿠프에도 적용
당시 스쿠프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디자인 특징은 플로팅 루프였다. 마치 지붕이 차체에서 떠 있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C 필러 디자인을 유광 블랙으로 마감했는데 이는 요즘 나오는 신차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초기형의 경우 C 킬러를 덮는 가니시가 두꺼워 뒷유리와 쿼터 글라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 덜했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스쿠프는 쿼터 글라스 자체를 넓히고 둥글게 성형해 C 필러를 통째로 덮어 문제를 해결했다. 쿼터 글라스와 뒷유리가 연결되는 경계선은 폭 15mm의 가느다란 플라스틱 몰드로 마감해 기존 대비 더욱 자연스러운 통일감을 연출할 수 있었다. 심지어 미국 수출형의 경우 루프 전체를 검은색으로 칠하는 ‘루프 블랙아웃’ 옵션도 존재했다.
스포츠 감성 가득한 실내
아쉬운 요즘 자동차 시장
인테리어 곳곳에서 운전자를 중심으로 설계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계기판과 센터패시아 상단을 함께 덮으며 센터패시아는 운전석 방향으로 기울어져 마치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시킨다. 1열에는 버킷 시트가 적용되었으며 벤치형 시트 형태의 2열은 스쿠프의 2도어 쿠페 콘셉트를 더욱 분명히 했다.
스쿠프는 비록 짜릿한 성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스포티한 디자인 요소가 총집결돼 국내와 미국에서 가성비 좋은 2도어 쿠페로 괜찮은 인기를 누렸다. 이후 33년 동안 티뷰론, 투스카니, 제네시스 쿠페 등 다양한 모델이 국산 2도어 쿠페의 계보를 이었으나 지금은 국산 쿠페를 찾아볼 수 없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기술력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시장의 다양성은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언젠가 다시 국산 2도어 쿠페가 등장하길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그래서 과거를 안 본 빙쉰들은 현재서 헤메고 미래에 거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