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사고
사실 예방할 방법 존재했다
한국만 도입 안 된 이유는?

지난 8일 대전에서 만취한 음주운전자가 차량을 스쿨존 인도로 몰아 초등학생 4명을 치고 이 중 한 명인 배승아 양이 결국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경기도 하남시에서는 오토바이로 배달 업무 중이던 40대 가장이 음주운전 역주행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참극이 반복됨에 따라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의 분노가 최고조로 들끓고 있다. 음주운전을 방지할 효과적인 방법이 존재함에도 관련 법령이 오랫동안 마련되지 않아 활용하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정부 역시 크게 비난받는 상황이다.
시동 잠금장치
효과 하난 확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량 시동을 걸지 못하도록 하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가 있다. 바로 ‘시동 잠금장치‘다.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음주 유무를 확인한 뒤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출발 직전 누군가가 대신 측정해 시동을 걸어주는 것을 막기 위해 운행 중간에도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시동 잠금장치는 1986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이후 캐나다, 호주, 스웨덴,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잇따라 쓰이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경우 시동 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후 7년 동안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절반가량 줄었다.
국내 도입 시급하지만
법 부재로 미뤄져 왔다


시동 잠금장치는 국내에서도 개발된 바 있지만 아직 관련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섣불리 상용화부터 했다간 여러 문제의 소지가 있기에 완성차 업계도 자발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관련 법령이 없다면 소비자들이 권리 침해 등의 이유로 반발할 우려가 크며 그렇다고 옵션으로 마련하자니 아무 의미가 없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재범률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시동 잠금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지난 2019년 기준 43.7%에 달하며, 3회 이상 적발된 음주운전자가 전체 적발자의 19.7%에 달하는 등 상습범의 비중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국회에서 14년째 계류
“정치인들 일 안 하냐”


국내에서도 시동 잠금장치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음주운전 재범자에 한해서라도 시동 잠금장치를 도입할 것을 경찰청에 권고했고 경찰청은 작년 시범 사업도 벌였지만 관련 법률의 미비가 본격적인 도입을 막는 상황이다. 더구나 헌법재판소는 작년 5월 ‘윤창호법’ 위헌 결정을 내리며 형벌 강화보다 시동 잠금장치 부착을 우선 검토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009년부터 국내에서도 시동 잠금장치를 도입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다수 발의되었지만 매번 후순위로 밀려 논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금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티즌들은 “진작 막을 수 있는 사고였는데 국회의원들이 일을 안 하네“, “살릴 수 있었던 사람 몇 명이 죽은 거냐”, “승아는 제 밥그릇 싸움이 최우선인 정치인들이 죽였다고 봐야 한다”, “누가 이런 나라에서 애를 낳고 싶어 할까”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