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전기차 화재
배터리 열 폭주 공포 확산
전기차는 불이 잘 붙는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제조업체 전략에 따라 전기차 보급엔 속도가 붙고 있지만, 화재 위험성에 대한 연구도 전 세계에서 함께 진행되고 있다. 시판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순식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 ‘열 폭주’가 일어나면서 화재 진압이 어렵다.
도로 위 전기차 수가 많아질수록 화재 사건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배터리 셀 내부 화학적 결함으로 불이 시작되다 보니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중들 사이에서 전기차는 ‘불이 잘 붙는 제품’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한 해프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새벽 불에 탄 테슬라 모델S
차량 문제 삼은 현지 경찰
최근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의 한 주택가에서 테슬라 모델S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차주인 J.R. 해리스턴은 금요일 저녁 친구 집에 놀러 왔다가 봉변을 당했다. 불은 새벽 12시 40분경 시작됐고, 당시 해리스턴은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해리스턴은 원인 모를 화재에 당황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그에게 “전기차는 원래 불이 잘 붙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스포캔 경찰 당국은 자연 발화나 배터리 결함에 무게를 두고 별도의 수사를 계획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알고 보니 이번 사고는 방화 사건이었다.
센트리 모드 녹화 영상
방화 정황 그대로 드러나
사건은 해리스턴이 테슬라 센트리 모드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검토하자 완전히 뒤바뀌었다. 영상에는 한 남자가 차량에 인화물질 두 통을 들이붓고 이내 불에 휩싸이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을 본 해리스턴은 경찰과 소방 당국에 방화 사실을 알렸지만,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관계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스포캔 경찰은 영상을 토대로 방화범을 쫓고 있으며, 해리스턴은 보상에 대한 보험사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를 소유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드림카를 사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았다”라며 “차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용의자가 체포되어 책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무슨 일을…”
분개한 해외 네티즌
전기차 화재는 진압이 어렵고 순식간에 규모가 커지기에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인 것은 맞지만, ‘전기차는 쉽게 불이 붙는다’라는 인식은 옳지 않다. 이 같은 견해는 막연한 공포감에서 시작된 오해로, 실제 내연기관 차량과 등록 대수를 비교해 화재 발생률을 계산하면 둘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사건을 접한 한 해외 네티즌은 분개했다. 그는 “전기차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범죄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은 저를 화나게 합니다”라며 “올바른 수사관이라면 인화물질의 흔적이나 최초 발화지점을 찾는 등 화재 원인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