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가득한 현행법
건물 부수고 도망친 운전자
처벌은커녕 보상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할 범죄자가 법의 사각지대 덕분에 아무런 제재 없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혹자는 법의 존재 이유를 두고 무고한 이들이 아닌 범죄자들을 감싸주기 위해 존재한다며 회의감을 표하기도 한다.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무고한 이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줄지 않음에도 제도적 개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암울한 현실이다. 얼마 전에는 뺑소니 차량으로 인해 건물이 파손되는 피해를 봤지만 사실상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는 건물주의 사연이 전해져 이슈가 되고 있다.
난데없이 접근한 차량
끝까지 방향 안 꺾었다


5월 16일 교통사고 전문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건물에 충돌하고 그대로 도망간 차, 보상 못 받는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 4월 30일 오전 5시경 강원도 동해시의 한 건물 앞 CCTV를 통해 촬영된 상황이 담겼다. 영상 속 좌측 건물을 보유한 A씨는 이날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영상에 따르면 전방 굴다리에서 빠져나온 흰색 SUV 차량이 건물 앞 도로로 진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차량은 도로로 진입하는가 싶더니 가로등으로 보이는 기둥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등 이상 거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차량 운전자는 끝내 방향을 바로잡지 않았고 결국 우려한 일이 일어났다.
박살 난 건물 모서리
그대로 도주한 가해자


흰색 SUV 차량은 그대로 건물 모서리로 돌진해 충돌하는 사고를 내고 말았다.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황당한 사고인데, 이후 가해 운전자의 조치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가해자는 차량을 뒤로 빼는가 싶더니 어떠한 조치도 없이 그대로 현장을 도주해 버렸다. 잠깐의 망설임조차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재물 피해도 사람이 다친 것처럼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다”라며 토로한 A씨는 “사고 후 도주한 가해 운전자는 아무런 제재가 없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해당 사고가 현행법상 뺑소니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심지어 파손된 A씨의 건물에 대한 보상조차 받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은 뺑소니에서 제외
가해자 처벌 어려울 듯


도로교통법에 제148조(벌칙) 제54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주·정차된 차를 손괴한 경우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어긴 경우 물피도주 혐의가 적용된다. 하지만 차량이 아닌 건물이 파손되는 피해를 본 데다가 교통에 방해되지 않는 곳이기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한문철 변호사의 설명이다.
A씨는 “건물 파손 후 도주 차량도 뺑소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토로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피해 대상이 사람이든 건물이든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운전자는 무조건 음주운전으로 간주하고 가중처벌하는 법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차 튼튼하네”, “바로 도망치는 거 보니 음주 100%다“, “길이 아닌 곳에선 차나 사람만 아니면 들이받고 도망가도 되는구나”, “이걸 처벌 못 한다니 이쯤이면 법이 무슨 소용이 있냐”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