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곳 중 1곳은 빈 건물
폐교 적극적 활용을 위한 제도 미비
일본, 다양한 활용으로 관광객 유치

전국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매년 문을 닫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경기도 내에서만 올해 초 기준으로 총 97곳이 문을 닫았다. 이 중에서도 오랜 기간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일부 폐교 등이 지역 사회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국 미활용 폐교 수는 367곳이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75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 72곳, 경북 57곳, 강원 56곳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미활용 폐교 중에서도 문을 닫은 지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재활용되지 못한 폐교의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80·1990년대에 폐교됐음에도 여전히 사용처를 찾지 못한 곳은 176곳(48%)으로 전체 미활용 폐교 수의 절반가량이었다.

이처럼 폐교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활용 대상을 찾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존재한다. 초기에 대부·매각 대상자를 찾지 못하면 점차 낙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 건물이 폐교 후 방치됨에 따라 더욱 노후하며 활용 대상자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폐교 시설이 흉물이 되면 치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한 마을의 이장은 “학교가 비어 있으니 학생들이 없고, 흉악범들이 와서 범죄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라며 “그래서인지 이 주변에서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라고 덧붙였다. 폐교된 상태로 방치된 건물에 부랑인이나 노숙자들이 자리를 잡고 생활하면서 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폐교가 범죄에 이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제주에서는 전 마을 이장과 카페 운영자 2명 등이 허위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폐교를 무상 대여했다. 이들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34억 3,7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폐교가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과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폐교를 대부분 사회적 협동기업 등에 대부하거나 지자체에서 자체 교육 관련 시설로 활용하는 등 사회복지시설과 교육 시설로 재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활용 폐교가 5곳 중 1곳꼴로 존재한다.
폐교 활용에 대한 정보 시스템도 미비하다. 원하는 조건의 폐교 시설을 찾는 기능이 존재하지만, 폐교를 활용할 시 얻을 수 있는 보조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은 구축되어 있지 않다.
지역 주민이라면 무상으로 폐교를 대부할 수도 있지만, 충족 조건이 까다롭다.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폐교를 무상으로 대부하려면 지역 주민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 반드시 소득 증대시설이나 공동이용시설로 활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농어촌정비법’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의 사업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앞서 학령 인구의 감소로 이미 폐교 재활용 문제를 겪은 나라인 일본의 경우에는 어떨까. 일본의 경우에는 폐교 활용에 대한 다양한 보조금 제도를 마련하고 있고, 누구나 이러한 제도를 볼 수 있도록 관련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폐교 활용에 있어서 제한을 두지 않아 숙박 시설, 카페, 레스토랑, 목공실, 수족관, 체험형 농업 테마파크 등 다양한 형태로의 재활용이 가능하다. 실제 일본 문부과학성의 2022년 ‘폐교 시설 등 활용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폐교 전국 활용률은 80%에 이른다. 폐교가 새로운 시설로 활용될 수 있는 건 일본의 정책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는 2010년부터 ‘모두의 폐교’(みんなの 校)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폐교를 사용하기를 원하는 사업자와 지자체를 연결해 주고, 건물의 개·보수 비용 등은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총무성, 국토교통성, 내각부 등의 정부 기관으로부터 보조받거나 기부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 지바(千葉)현 아와(安房)군의 농촌 마을 교난(鋸南) 지역에 위치한 호타초등학교(保田小 校)가 있다. 호타초등학교는 2014년 문을 닫았지만, 1년 간의 개·보수를 통해 이듬해인 12월 도로역으로 문을 열었다.
일본 도로역은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 교통 환경을 제공하고, 지역에 활력을 가져오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을 뜻한다. 한국의 도로 휴게소와 외형은 비슷하지만, 역할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교난 지역 전체 방문객은 한 해 160만 명 정도로 도로역 설립 이전보다 60만 명가량 늘었다. 이에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도 보고 있다. 호타초등학교 도로역 내의 시설에서 근무하는 지역 주민은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에도 생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공방으로 활용되고 있는 아오모리현 오와니초 오와니 제3초등학교, 고치현 무로토시 (高知県室戸市)에 오픈한 ‘무로토 폐교 수족관’, 3만 엔(약 28만 7,000원)을 내면 일본 현지 고등학교의 삶을 하루 동안 살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당신의 고등학교’ 체험 등도 예시로 들 수 있다. 특히 일본 한 관광 기획사가 제공하는 1일 학생 체험 프로그램인 ‘당신의 고등학교’ 같은 경우는 일본 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편, 해당 문제와 관련하여 국회 예산정책처는 “성공적인 사례를 본보기 삼아 각 지역의 특성과 목적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폐교 관리에 대해 “기존의 소극적 폐교 관리 보존을 뛰어넘어 다양한 교육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대안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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