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0곳 중개업소 폐업
직거래 확산, 복비 부담 논란
초고가 거래, 수수료 수억 원

한때 ‘국민 자격증’이라 불리던 공인중개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직거래 플랫폼의 성장으로 인해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초고가 부동산 거래에서는 한 건으로 수억 원대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중개업계가 겪는 현실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동시에 커지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공인중개사 업계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하거나 휴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만 4,721곳으로, 하루 평균 40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같은 기간 신규 개업한 중개업소는 1만 308곳으로, 문을 닫는 업소 수가 새로 생기는 곳보다 많았다.

올해 1월에도 신규 개업(870곳)보다 폐업(970곳)이 더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중개업소들이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지역별로 차이가 심해 강남권을 제외한 곳에서는 중개업소의 운영난이 더욱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수도 급감하는 추세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15만 4,699명으로, 전년 대비 4만 5,000명 이상 줄었다. 이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합격자 수도 평균 2만 6,000명대를 유지하던 것과 달리 1만 5,301명으로 많이 감소했다.

이와 맞물려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의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당근마켓에서 부동산 직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2022년 7,094건이었던 거래 건수는 2023년 2만 3,178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7월에만 3만 4,482건이 성사되며 시장의 변화를 보여줬다.
소비자들이 직거래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개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당근마켓을 통해 부동산을 직거래하면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현행법상 중개수수료는 2억~9억 원 미만 주택 매매 시 0.4%, 9억~12억 원 0.5%, 12억~15억 원 미만 0.6%, 15억 원 이상 0.7%다. 집값이 올라가면 중개수수료도 비싸지는 구조다 보니 고가의 부동산을 거래하면 중개수수료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당근마켓에 올라와 있는 60억 원 펜트하우스의 경우 직거래 시 최대 4,62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중개수수료는 매매자들과 공인중개사들이 상한선 이하로 ‘협의’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렇다 할 협의 없이 일단 공인중개사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으로 적용하는 관행이 만연하다. 한 소비자는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때 중개사가 요구한 복비가 720만 원이었다”라며 “비싸다고 하니 500만 원까지 낮춰줬지만, 애초에 협상을 안 했으면 그대로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중개수수료를 절반 이상 깎기도 해, 같은 단지의 동일한 평형 아파트라도 수수료 차이가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고가 아파트 거래에서는 중개수수료가 수억 원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전용 273㎡)이 올해 6월 200억 원에 거래됐는데, 이 경우 중개사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최대 1억 4,000만 원에 달한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 234㎡)의 경우도 180억 원에 거래되면서, 중개사가 매수·매도자 양측에서 받는 수수료가 최대 2억 5,400만 원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부동산 공인중개사끼리 모임을 만들고 매물을 독점, 높은 수수료를 받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개업 공인중개사 A 씨 등은 2021년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가락회’라는 공인중개사 회원제 모임을 만들고 비회원들의 공동중개 요청을 거절하는 등 중개를 막은 혐의로 2021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신규 회원에게 가입회비 명목으로 2,000만~3,000만 원씩 회비를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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