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치, 1년 만에 436억 흑자
인수 당시 5년 예상 됐지만
쿠팡, 명품 시장 공략 본격화

2023년 한때 세계 최대 명품 플랫폼으로 불렸던 파페치(Farfetch)는 심각한 적자로 인해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기업가치가 250억 달러(약 32조 원)에 달했지만,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며 한 해 적자만 1조 원을 넘어섰다. 5억 달러(약 7,000억 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투자자를 찾지 못해 결국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은 지난해 초, 파페치의 지분 80.1%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쿠팡의 인수를 두고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명품 플랫폼 시장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과 함께, 적자 폭이 컸던 파페치를 정상화하는 데 5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투자 규모는 크지 않아도 6년(2017~2022년) 누적 적자만 26억 달러(약 4조 원)에 육박하는 탓에 원금 회수 가능성조차 낮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쿠팡은 단 1년 만에 파페치를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2024년 4분기 기준, 파페치는 조정 에비타(EBITDA, 수익성 지표) 3,000만 달러(약 436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쿠팡은 실적 발표에서 파페치의 손실이 극적으로 감소했다며, 향후 수익성을 더욱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페치의 빠른 턴어라운드는 쿠팡의 철저한 비용 절감과 운영 최적화 전략 덕분이다. 쿠팡은 인수 직후 파페치의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창업자인 조제 네베스를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주요 경영진이 사임했다. 또한, 전 세계 임직원의 약 25~30%를 감원하며 인력 구조를 효율적으로 조정했다.

사업 구조 개편도 진행됐다. 파페치는 명품 브랜드에 기술과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페치 플랫폼 솔루션스’ 사업부를 폐쇄했다. 또한, 증강현실(AR) 가상 착용 기술을 개발하는 ‘워너비(Wannaby)’를 AI 기반 뷰티 기업 퍼펙트콥(Perfect Corp)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면서도 불필요한 비용을 줄였다.
쿠팡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전략도 병행했다. 우선, 플랫폼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고객 서비스 개선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명품 플랫폼 업계의 연말 성수기를 적극 활용했다. 11~12월 진행된 연중 최대 할인 행사를 통해 브랜드 제품을 최대 90%까지 할인하며 매출을 극대화했다. 이 기간 동안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급증하면서 거래액이 증가했고, 결국 4분기 흑자 달성에 기여했다.
파페치의 회생은 쿠팡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쿠팡은 파페치를 단순한 명품 플랫폼이 아니라, ‘하이엔드 K-패션’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송지오, 김해김, 로우클래식 등 여러 한국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파페치에 입점한 상태이며, 추가적인 브랜드 입점도 논의 중이다.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파페치는 단 1년 전만 해도 분기당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내던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한국에서 만든 성공적인 운영 방식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의 파페치 인수는 초기에는 ‘승자의 저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운영 최적화를 통해 불과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루면서 시장의 평가도 바뀌고 있다. 현재 파페치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운영되며, 월 4,900만 명 이상의 방문자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파페치가 지속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쿠팡의 글로벌 전략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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