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 美 대신 中·歐로
6개월 수익률 44% 기록
美 불확실성에 투자 흐름 변화

“중국은 싫지만. 샤오미 주식은 좋아할 수밖에 없네요.” 최근 중국 펀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강남 자산가들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나스닥에서 자금을 빼 중국과 유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185개 중국 펀드의 최근 6개월 평균 수익률은 43.56%로, 해외 펀드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1.6%)는 물론 미국(13.08%), 일본(6.61%), 베트남(4.37%), 인도(-9.61%) 등 다른 국가의 펀드보다 압도적인 성과를 보였다. 특히, 중국 기술주 중심의 항셍테크지수는 올 들어 36.94%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러한 상승세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과 관련이 깊다. 딥시크는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주목받았고, 이를 계기로 중국 테크 기업들이 재조명됐다. ‘테리픽10(Terrific 10)’으로 불리는 샤오미, 알리바바, BYD 등의 주요 기술주가 급등하면서 중국 증시는 본격적인 반등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도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중화권(중국·홍콩) 주식 거래액은 7억 8,200만 달러(약 1조 1,300억 원)로 전달 대비 179% 급증하며 2022년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출되며 어려움을 겪던 중국 펀드에도 최근 한 달간 2,144억 원이 순유입되며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도 중국으로의 자금 이동을 가속하는 요인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불확실성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하락(-9.71%)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반면, 중국 정부는 내수 부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경제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는 경제 성장률 5% 목표를 설정하고, 재정 적자율을 4%로 상향 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부양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확대되며 투자금이 유입되는 추세다.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주요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유럽 주요 국가들이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유럽 최대 금융 기업인 HSBC는 미국 주식의 등급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지만,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식에 대한 평가를 ‘비중 확대’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유럽 펀드 설정액도 증가하며 투자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자산가들의 투자 전략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강남권 프라이빗뱅커(PB)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 투자는 추천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중국 주식과 펀드를 늘리려는 문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효과, 중국 정부의 육성 정책, 글로벌 제조업 패러다임 변화라는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하며 중국 테크주의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국 증시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김태연 KB증권 더퍼스트 반포센터 PB는 “과거 중국 주식을 담았다가 여전히 계좌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고객들이 많다”며 “미국 증시의 장기 성장성을 고려할 때 현재 조정 국면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전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최근의 투자 흐름은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과 유럽이 정책적 지원과 경제 회복 기대감 속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남 자산가들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중국과 유럽으로의 ‘머니무브’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