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제약사 최초 대부업 진출
실적 부진 속 금융업 사업 확장
영업이익 전년 대비 93% 감소

종근당 홀딩스가 국내 제약 그룹 최초로 대부업에 진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제약업계의 전례 없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금융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종근당홀딩스는 대부업을 통한 투자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부실채권(NPL)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대부업의 부정적 이미지와 금융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가 향후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종근당홀딩스의 비상장 계열사인 알티우스자산관리대부는 현재 서울 서대문구 종근당 빌딩에 주소를 두고 있다. 해당 기업은 2023년 7월 금전대부·채권추심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대부업을 시작했다. 대부업 시장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며,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금융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점에서 종근당의 금융업 진출이 보다 손쉬운 대부업을 거점으로 삼아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알티우스자산관리대부는 종근당홀딩스의 2023년 반기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해당 회사의 설립 및 운영에도 불구하고, 종근당홀딩스는 공식적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았다. 대부업이 주로 금융기업의 부수적 사업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제약 기업이 직접 대부업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움직임을 보면, 종근당홀딩스는 대부업을 계열사 간 자금 조달 및 지원 기능의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실채권(NPL)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 모델도 고려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종근당홀딩스가 금융권에서 담보부 부실채권을 매입한 뒤 이를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종근당홀딩스는 NPL 전문가 출신의 김삼현 대표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동화은행,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을 거치며 특별채권 관리와 NPL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종근당홀딩스는 금융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 초, 종근당홀딩스 관계자는 “대부업 진출은 CKD창업투자가 수행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고 금융 기업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올해 초 운용사 지분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업으로의 확장이 종근당에 긍정적인 요소로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근 종근당의 실적 부진과 맞물리면서 대부업 진출이 신사업 확장의 일환인지, 기존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선택인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종근당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조 5,864억 원, 영업이익 995억 원, 당기순이익 1,108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9.7%, 48.1%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더욱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며, 매출액이 전년 대비 18% 줄어든 4,124억 원, 영업이익은 93% 감소한 78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2023년 노바티스와 체결한 1조 7,000억 원 규모의 신약 후보 물질 ‘CKD-510’ 기술수출 계약이 회계상 반영된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종근당은 2023년 해당 계약으로 1,061억 원의 계약금을 수령했지만, 2024년에는 이 효과가 사라지면서 실적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종근당의 영업이익률이 경쟁 제약사들에 비해 낮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매출 7위 제약사인 한미약품은 같은 해 1조 4,9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14.5%를 유지했다. 8위 대웅제약 역시 영업이익률 12.9%를 기록했다. 반면, 종근당의 영업이익률은 6.3%로 경쟁사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실적 발표 후 증권사들은 종근당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3만 원에서 11만 5,000원으로 낮췄으며, 키움증권도 1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제약업계에서 유례없는 행보를 보이는 종근당이 대부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마련할 수 있을지, 혹은 기업 이미지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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