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정말 안전할까?
노인만 모이면 고립 심화
거주비, 최소 110만 원부터

국내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존 실버타운의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의 저자인 김경인 경관디자인 공유 대표는 실버타운이 고령자들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버타운이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 있어서는 불편함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로 그는 실버타운 내 피트니스 센터와 도서관을 꼽았다. 최신 운동 기구가 마련되어 있지만, 고령자 맞춤형 설계가 부족해 낙상 위험이 존재하며, 도서관 역시 활용도가 낮아 활력이 부족한 공간으로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실버타운에서 제공하는 편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노인을 위해 식사와 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돌봄이 고령자의 신체 활동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인들이 한 끼 정도는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요리는 손을 움직이고 집중해야 하는 활동으로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버타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김 대표는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노인만 모여 있는 시설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다양한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은퇴자 주거 단지 ‘미나기노모리’는 노인만을 위한 분양이 어려워지자 30~40대에게도 분양가를 60% 할인해 입주를 유도한 바 있다. 또한 도쿄의 ‘에고타노모리’는 학생과 신혼부부, 노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된 세대 순환33형 커뮤니티를 조성해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도 ‘노인만 몰아넣는’ 시설이 아니라, 젊은 세대와 같이 사는 세대교류형 단지가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서울 강동구의 도시경관 총괄기획가로 활동하면서도 비슷한 시도를 한 경험이 있다. 강동구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을 조성해 노인복지관을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 교류가 이루어지면, 데이케어센터와 같은 시설이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실버타운의 거주 비용도 큰 관심사다. 실버타운에 입주할 경우 보증금과 월 생활비, 식비 등을 합한 한 달 거주 비용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전국 30개 실버타운의 거주 비용을 분석한 결과, 1인 기준으로 최소 110만 원에서 최대 868만 원, 부부 입주 시 최소 17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광진구의 ‘더클래식 500’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비용을 기록했다. 보증금이 10억 원에 이르며, 1인 기준 한 달 거주비가 868만 원, 부부 입주 시 1,003만 원으로 계산됐다. 롯데건설이 개발하는 ‘VL 르웨스트’(서울 강서구)는 1인 보증금 7억 5,000만 원에 월 거주비 523만 원, ‘삼성 노블카운티’(경기 용인)는 1인 보증금 3억 3,000만 원, 월 거주비 453만 원, 부부 기준 814만 원이 소요된다. 이 외에도 ‘위례 심포니아’,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VL 라우어’ 등도 거주비가 높은 실버타운으로 꼽혔다.

최근 일본 도치기현에서는 초등학교 폐교 부지를 활용한 타운하우스형 실버타운도 주목받고 있다. 보증금은 약 134만 원, 월 이용료는 37만 원 수준으로,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활발한 공동체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입주자들이 함께 외부 활동을 즐기고, 명절에는 전통 음식을 만들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등 공동체적인 삶이 강조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실버타운이 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시설 개선과 운영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급 실버타운은 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저렴한 실버타운은 입주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일본의 사례처럼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버타운 확산보다는 고령자가 본인의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P(Aging In Place·기존 집 거주)’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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