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부지, 4년 째 방치
활용 방안 없어 유지비만
市 행정력 부족에 시민 분노

인천시가 600억 원 이상을 들여 매입한 영흥도 자체매립지(에코랜드) 부지가 4년째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당초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대비해 매립지로 조성하려던 계획이 정책 변경으로 중단되면서, 해당 부지는 매년 유지보수 비용만 투입되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행정의 무능과 책임 회피를 지적하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해당 부지는 2021년 4월, 박남춘 전 인천시장(민선7기) 재임 당시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비해 자체매립지를 조성할 목적으로 617억 원을 들여 매입한 곳이다. 당시 인천시는 영흥면 외리 248-1 일대 약 89만 486㎡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24만㎡에는 쓰레기 매립시설을, 나머지 65만㎡에는 관광시설, 편의시설, 홍보관, 운동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시장(민선8기)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유 시장은 자체매립지 조성이 수도권매립지 종료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해당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대신 인천 외 지역에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체매립지를 확보하기 위한 공모는 3차례에 걸쳐 진행됐음에도 참여 지자체가 나타나지 않았고, 수도권매립지 종료 계획 역시 불투명해졌다.
에코랜드 부지는 행정재산으로 분류되어 있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수립되지 않으면 활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천시는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지보수 비용으로 매년 4,000~5,000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정책 변경으로 인해 활용 가치가 사라진 데다, 활용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놀고 있는 땅’이 된 것이다.

인천시는 2023년부터 부지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인천연구원에 ‘영흥 공공사업 추진부지 활용 방안 연구’를 의뢰하고, 1차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식물원, 반려동물 테마파크, 관광단지, 농·수산 경제단지M 신재생에너지 기반 산업클러스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하지만 용도 변경과 접근성, 수익성 문제 등에 가로막혀 실질적인 추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24년 진행되려 했던 2차 수요조사는 여러 행정 절차로 인해 미뤄졌고, 결국 2025년 2월부터 재개됐다. 인천시는 각 부서 및 산하기관, 군·구에 공문을 보내 4월 4일까지 활용 계획안을 제출받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1차 수요조사에서도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실질적인 활용 방안이 마련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옹진군은 해당 부지를 친환경 양식시설과 가공·유통·물류 단지로 활용하자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문경복 옹진군수는 “우리 군은 해당 부지를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친환경 양식시설과 가공·유통·물류 단지 건립을 위해 시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아직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은 인천시의 행정력 부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인천은 개발 계획만 세우고 실질적인 실행이 없다. 행정력이 서울·경기와 비교하면 확연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617억을 들여 땅을 사놓고 몇 년째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건 명백한 세금 낭비”라며 분노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부지 매입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외딴섬의 땅을 인천시가 비싸게 사들인 후 방치하는 것은 정치권과의 유착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이미 매입한 땅이니 활용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관광시설이든 산업단지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는 2차 수요조사를 통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부지 용도를 변경하는 문제와 실질적인 활용 방안을 고려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겠다”며 “단순히 담당 부서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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