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기업 60% 불과
컴활 응시자 급감
실속 자격증 따로 있다

올해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률이 높은 ‘실속형 자격증’ 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최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의 취업률은 미취득자보다 7.9%포인트 높았고, 일부 자격증은 취업률이 80%를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74만 명이며, 이 중 미취업자는 44만 5,000명이었다. 그러나 미취업자 중 절반가량인 47.5%는 1년 이내에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사, 산업기사 등급 자격증 보유자의 취업률은 각각 58.9%, 56.2%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서비스 분야와 기능사 등급의 취업률은 각각 47.3%, 44.1%였다.

취득 인원이 1,000명을 초과한 자격증 가운데에서는 전기산업기사가 73.9%의 취업률로 가장 높았다. 산림기능사(71.9%)와 산업위생관리기사(71.5%)도 상위권에 올랐다. 응시 인원이 200명 초과~1,000명 이하인 자격 중에서는 에너지관리산업기사(79.4%), 공조냉동기계산업기사(76.9%)가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특히 승강기기사(82.1%), 생산자동화산업기사(81.1%) 등 일부 자격증은 80%를 넘는 취업률을 나타냈다.
반면, 일반인이 많이 취득하는 자격증과 취업률이 높은 자격증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2023년 가장 많이 취득된 국가기술자격은 컴퓨터활용능력 2급(6만 5,290명), 지게차운전기능사(6만 3,728명), 컴퓨터활용능력 1급(2만 9,873명), 산업안전기사(2만 8,636명), 굴착기운전기능사(2만 4,836명) 순이었다. 그러나 이들 자격증은 실제 취업률 상위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AI 기술의 확산으로 인해 문서 작업 중심의 자격증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인사 담당자는 “최근에는 챗GPT 등 인공지능 도구의 활용으로 엑셀 같은 문서 작업 능력은 중요도가 낮아졌다”며, “컴활이나 워드 자격증보다 업무와 밀접한 실무형 자격증이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무와 관계없는 자격증을 나열하면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2024 국가기술자격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접수 건수는 5만 8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7만 9,428건) 대비 약 36.9% 줄어든 수치다. 컴퓨터활용능력(컴활) 자격증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1년 1급 기준 50만 6,309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감소해 2023년에는 27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민간자격시험인 정보기술자격(ITQ) 역시 같은 기간 10만 건 이상 응시자가 감소했다.

자격증 보유 여부가 취업에 일정 수준 영향을 주는 가운데, 올해 전반적인 채용 시장은 냉각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직원 100명 이상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60.8%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1년(60.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당시에도 팬데믹으로 기업들의 채용이 대폭 줄었지만, 이후 2022년(72.0%)과 2023년(69.8%)에는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 중에서도 절반인 50.7%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하겠다고 답했다. ‘작년보다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3.8%에 불과했으며, 9.2%는 오히려 채용 규모를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26.3%는 아직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수시채용만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기업이 전체의 70.8%에 달하며, 정기 공채와 수시 채용을 병행하는 기업은 22.6%, 정기 공채만 고수하겠다는 기업은 6.6%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채용을 보다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내수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채용 시장도 더욱 보수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채용 위축 국면에서 구직자들이 전략적으로 자격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임영미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국민들은 다양한 목적에서 자격을 취득하고 있으나, 많이 취득되는 자격과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은 다를 수 있다”며, “이번 분석 결과는 구직자들이 취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격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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